밤의 피크닉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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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은 구절


*이렇게 바람도 없는 날. 기분 좋은 하늘에 두둥실 떠 있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 나는 누구도 접근해 오는 걸 원하지 않았다. 지금의 나는 오로지 앞으로 나아가는 데 바짜서, 타인의 심정 따위 헤아릴 겨를이 없다.

 

*네가 빨리 훌륭한 어른이 되어 하루라도 빨리 어머니에게 효도하고 싶다. 홀로서기하고 싶다고 생각한다는 건 잘 알아. 굳이 잡음을 차단하고 얼른 계단을 다 올라가고 싶은 마음은 아프리만큼 알지만 말이야. 물론 너의 그런 점, 나는 존경하기도 해. 하지만 잡음 역시 너를 만드는 거야. 잡음은 시끄럽지만 역시 들어두어야 할 때가 있는거야. 네게는 소음으로밖에 들리지 않겠지만, 이 잡음이 들리는 건 지금뿐이니까 나중에 테이프를 되감아 들으려고 생각했을 때는 이미 들리지 않아. 너, 언젠가 분명히 그때 들어두었더라면 좋았을걸 하고 후회할 날이 올 거라 생각해.

 

*사람은 저마다 고민이 있으며, 저마다 다른 곤란함이 있다는 것. 시노부가 아마도 줄곧 혼자 고민해왔을 이야기를 털어 놓아 준 것. 그런 안도와 감동이 섞여 그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뭔가의 끝은 언제나 뭔가의 시작이다. 

 


*좋아한다는 마음은 어떻게 매듭을 지으면 좋을까. 어떤 상태가 되면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만족할 수 있을까. 고백한들, 데이트한들, 임신을 한들, 어느정도 정답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그렇다면 괜히 행동을 일으켜 후회하기 보다 마음속에만 소중히 간직하는 편이 훨씬 낫다.

 

어디선가 이 글귀를 봤었다. 상당히 느낌이 좋은 글귀라 생각했었고, 그래서 보고싶었던 책이다. 다 읽고 나니 독특한 소재도, 그리고 작가의 글솜씨도 너무나 마음에 든다.

 

북고의 1200여명 학생들이 아침 8시에 학교를 출발하여 밤을 꼬박 새워 걸은 뒤 다음날 8시에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 꽤~ 긴 밤의 피크닉을 떠나는 이야기다. 겨우 24시간의 이야기인데, 전혀 지루하지 않고 나의 학창시절이 새록새록 떠오르는것 같아 새삼스레 설레었다. 벌써 대학 4년. 고등학교를 다니던 때가 기억조차 나지않는다. 나도 곰곰히 돌이켜보면 참 즐거웠을 추억들이 많았을텐데 가물가물 하다. 이렇게 멋진 하루 온종일 걷기와 같은 이벤트따위도 없이 그저 공부에 치여 학창시절을 보낸것 같다.

 

작가가 하는 일은 무엇일까..? 작가는 기본적으로 이야기꾼이지만, 그것에 조금더 첨부를 한다면, 남들이 다들 그렇다.라고 여기는 일에 대해 아주 멋들어진 표현을 덧붙여 감동을 주는 역할을 하는게 아닐까...?! 이 책에선 이야기도 이야기이지만은 군데군데 나타나는 참 좋은 글귀들에서 눈을 뗼 수 없었다. 꽤 멋들어진 대사들을 읊어대는 고등학교 3학년 짜리들인 이 책의 주인공들에게 감탄을 하다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것은 주인공들이 아니라, 작가의 생각이라는데까지 생각이 미치고나니 작가에 대한 경외심까지도 생겨나는 듯하다!

 

아아- 온다 리쿠. 그리고 밤의 피크닉. 정말 느낌 좋은 소설한권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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