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라, 서커스
천운영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 11월. 제주도로 떠난 졸업여행에서 만나게 된 모 여행사에서 보내준 여행 일정에서는 여행사의 횡포가 가득했다. 내가 계획을 짜도 이것보단 잘 짜겠다 싶은 마음이었다. 나는, 우리과가 없는 다른 곳에서 수업을 들었던 터라 여행사를 예약해온 친구에게 한마디 말도 하지 못했다. 여행사에서는, 입장료 없는 곳, 유명하지 않은 제주도의 곳곳을 둘러보았다. 물론, 오랜만에 떠난 친구들과의 여행은 즐거웠지만, 여행사 아저씨의 태도나, 제공되는 서비스 측면에서는 그다지 기분이 좋지는 않았고, 중국학과라는 이유로 일본으로의 졸업여행을 허락해주지 않은 마흔 셋의 노처녀 교수님을 술과 오징어와 함께 씹어삼키곤 했다.




여행 일정엔 서커스라는 단어는 없었다. 만약 그런 것이 있었다면 나는 더더욱 가고 싶지 않았을테니까.... 어찌되었든, 허물어져가는 건물안에서 10년쯤은 빨았을것 같지도 않은 천막속에서 등장하는 수많은 어린 소녀들이 펼치는 서커스를 보게되었고, 마지막으로는 몽골에서 온 칭기스칸의 후예들이 말타는 모습을 보게되었다. 허름한 건물에서 하는 서커스 치곤 꽤 괜찮았고, 서커스라는 것을 본 것이 언제인지 기억도 가물가물 했기때문에 흥미롭게 봤었다. 조금은 씁쓸한 마음과, 또 조금은 신선한?마음을 안고서 밖으로 나오는데, 출구에서 서커스를 보여주었던 앳된 소녀들이 몸에 쫙- 달라붙는 옷을 입고서 서 있었다. 그런 소녀들에게 할아버지들은 손을 잡고, 어깨부터 손까지 쓰다듬고 돈을 쥐어 주곤 했다. 꺼림칙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고, 그녀들이 그곳에 그런 차림으로 서 있는 이유를 알게되었다. 그렇게 밖으로 나오니, 말타던 소년!들이 또 그렇게 줄 지어 서 있었다. 어린 나이에 타국에서 말을 타며 공연 하는 그들에게 돈을 쥐어주시는 분들이 계시었으니, 그네들이 말을 타고서 그렇게 서 있는 이유를 알게되었다. 어쩐지 나는 흉물스러운 광경을 목격이나 한 듯 친구들과 종종 걸음을 쳐서 다른 코스로 옮겨갔다.

 

이랬던 졸업여행에서의 서커스 구경했던 것과 이 소설이 오버랩 되면서,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불편한 마음을 안고서 읽게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루기 예민한 문제인 조선족에 대한 이야기이고, 게다가 조선족이 돈에 팔려와서 한국에서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보니, 전체적을 우울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나는 여자에게 한달에 한번 찾아와주시는 그분으로 인하여 그렇지 않아도 우울했고, 몇 일 째 집 밖에 나가지 않아 햇빛구경도, 바람을 쐴 기회도 없었다. 게다가 아침부터 김형은의 소식도 듣게되었다. 그런 저런 상황이 모두 복잡하게 엮여서 책을 덮고 나서 나는 주체할 수 없을 만큼의 눈물을 쏟아내었다. 몇 시간을 울었는지도 모를 만큼 참 많이도 울었고, 덕분에 엄마는 왜 그러는지도 모르는채 나를 달래야만 했다. 짜증은 있는대로 났고,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나는 슬펐다. 김형은의 죽음도 슬펐고, 소설속 주인공들의 이야기도 너무 슬펐다. 졸업여행에서 봤던 그 서커스도 슬펐고, 배는 아려왔다. 두번 다시는 이렇게 슬프고 아픈 소설 따위는 읽지 않겠다 다짐도 했다. 리뷰 따위는 쓰지 않아야지 마음을 먹었다가도 그렇게 슬픈 느낌을 잊고 싶지 않아서 이렇게 글을 써본다.

 

아무튼 나를 너무 많이 울린 소설이지만, 소설속에 나오는 발해의 이야기는 전체적인 스토리와는 개연성이 없어보였다. 그래서, 왜, 어쩌라고, 발해 이야기는 도대체 왜 하는거야? 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으니까.... 조금만 더 스토리를 길게 잡았으면 발해 이야기와 연관해서 해화가 약을 먹지 않고, 속초에 그 남자를 찾으러 간다든가 하는 이야기가 펼쳐질 줄 알았는데, 마무리가 조금 찜찜했다. 교정을 보지 않고 소설을 출간한 듯한 느낌이었다. 그래도, 내게 이런 슬픈 감정, 우울한 감정을 선물해줘서 작가에게 고맙다고 해야...하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