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바람난 여자
아니 프랑수아 지음, 이상해 옮김 / 솔출판사 / 2005년 3월
평점 :
절판


어떤 책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난 무엇인가를 매우 열심히 읽고 있었다. 요즘은 친구없는 생활에 돌입한 지라, 수업 사이사이의 쉬는시간에도 책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그래서 그날도 겨우 10분의 쉬는시간이지만, 무엇인가를 읽으며, 귀에는 살포시 이어폰을 꽂고 있었다. 헌데, 누군가 나를 톡톡 치는것이다. 고개를 돌리는 짧은 순간 생각한다. '아는 사람도 없는데......' 어떤 남자가 씨익 웃으며, "조직........학 수업 들으세요??"라고 묻는다. 아직도 내 정신은 책에 집중되어 있어서 그가 묻는 말이 무엇인지 뇌로 전달이 되지 않았지만, 어쨋든 나는 조직의 'ㅈ'자도 들어가는 수업이 없어서 귀찮게 왜 물어보느냐는 듯한 표정으로 "아니요." 단 한마디만 하고선 다시 이어폰을 꽂고 책을 읽었다. 그 후로도 그는 몇번인가 내게 말을 걸었다. 꼭~ 내가 책을 읽는중이라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일때 말이다. 그래서 나는 늘 그에게 퉁명스러웠다. 내 독서를 방해하는 자였기 때문이다. 내가 제정신일때 그를 찬찬히 훑어보니, 그는 소도둑놈같이 생긴 얼굴에 새까만 피부에, 키는 185는 족히 되어 보였고, 역삼각형 몸매에 검을 뿔테 안경을 끼고, 수업시간엔 늘 두번째 줄, 늘 내 옆자리에 앉아 교수님의 질문에 척척 대답도 잘하는 멋진 남자였다. 어쨋거나 나의 끝없는 퉁명스러움에 그는 더이상 내게 말을 걸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 나는 책이 싫어지려고 한다. 책만 아니었어도 그와 나는 좋은 친구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인데!

 

아무튼, 요즘의 나는 책에 정신을 빼앗겼다. 내가 책을 읽는지, 책이 나를 읽는지 모를정도로 뭔가를 끊임없이 읽어댄다. 왜 책을 읽는지도 모르면서, 읽는다. 끊임없이 읽고 읽고 또 읽는다. 읽는것에 관한한 편집증적으로 읽어댄다. 5개월동안 책을 읽지 못한것에 대한 갈증!라고나 할까, 읽어도 읽어도 부족함을 느낀다. 그냥 공부만 하기에도 모자란 시간인데, 공부 하는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읽는데 투자하고 있으니, 살짝 걱정이 되는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책을 읽지 않고 있으면 불안해져온다. (나, 드디어 미친걸까?!)

 

어찌되었든, 요즘의 나는 책에 미쳐 있지만, 이 여자는 전 생애를 책 읽는데 목숨 바친 여자다. 아, 아직 죽진 않았으니, 앞으로 목숨을 더욱 더 바칠만한 여자다. 어지간히 읽어대야지! 어찌되었든, 그녀는 책 읽는 행위로 인하여 발생하는 수많은 일들을 써두었다. 가령, 책들을 많이 들고 다님으로써 척추에 무리가 온다느니(내 팔의 삼두근은 그리하여 생긴것), 남편과 헤어질 것을 두려워하여 남편의 책과 자신의 책을 함께 두지 않는 다는 것(나도 결혼하게되면 고민해봐야겠다?), 식당에서 책 읽다가 쫓겨나는것(아직 여기까진 시도를 못해보았네), 여행을 떠나면서 책장을 챙기는것(역시 대단한 경지에 오른듯) 등등 무수히 많은 사건들을 써두었다. 공감되는 부분들이 너무나 많았지만, 썩 재미있는 책이라고 할 수는 없다. 아쉽게도 번역서이다보니, 그리고 책의 내용이 책에 관한 것들이라, 이해를 절.대. 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었다. 그녀가 읽은 책들이 마구 쏟아져 나오는데, 거기서 아는 책이 거의 없으니, 그 책에 관련된 이야기를 할때는 뭔가 읽고 있지만, 무엇을 읽고 있는지를 모를때가 많았다.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들, 이해를 할 수가 없는 부분들이 있어 조금은 아쉽지만, 그래도 책 좀 읽는다는 사람들에겐 공감 할 이야기들이 많이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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