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Road -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
박준 글.사진 / 넥서스BOOKS / 200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나 : 휴...요즘 같아선 공부고 취업이고, 다 모르겠고 시집가서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맛있는거 해먹고, 집이나 에쁘게 꾸미고 그냥 그렇게 살고 싶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이 고생을 하면서 공부하는지 모르겠네.......

 

친구 : 웃기고 있네, 연애도 한번 제대로 못해본게 결혼은 무슨! 선보러 가든가-_-!! 내 생각에 니는 절.대. 못그런다. 역마살 있어서 집에만 붙어 있는거 싫어하잖아!!

 

나 : 하긴...그넘의 역마살-_-! 역마살 말고, 도화살이나 좀 있었음...하하하하;;

 

 

그렇다. 나는, 있으라는 도화살은 없고, 역마살은 왜 있어가지고, 대한민국도 좁다하여 중국을, 나아가서는 세계를 꿈꾸며 살고 있는 스물셋의 아직 철딱서니 없는 대학생이다. 어쨋든, 나는 여행이라면, 관광도 좋고, 배낭여행도 좋고, 고생하는것도 좋고, 먹을 수 없을것 처럼 생긴 음식들을 맛보는것도 좋다. 혼자도 좋고, 여럿이도 좋다. 함께하는 상대가 친구든 가족이든 그런 것 따위 모두 상관없이 마냥 좋기만하다. 그저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이렇게 여행에 애착을 갖고 있지만, 중국 여행 두번이 고작이다. 하지만, 나는 그 짧은 여행기간 동안 너무도 많은 걸 보고, 느끼고 배웠기에 시도 때도 없이 여행을 꿈꾼다. 떠날 수 없는 현실에 안타까워 하지만, 이렇게 지긋지긋한 일상이 있어야 여행도 즐겁다는 걸 알기에 즐겁게 살고자 노력한다.

 

 

올해 여름 중국 서안을 여행할때, 나는 친구에게 작은 한-중/중-한 사전을 빌렸었다. 혹여나 여행을 하다 필요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전.혀. 필요치 않았다. 사전 없이도 핸드폰을 잃어버리고서 다시 찾았고, 파출소 경찰들과 한참동안이나 삼성핸드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여권이 없어 호텔 말단 직원부터 최고 관리자까지 모두에게 두 시간 넘는 시간동안 상황 설명을 했고, 투어버스에서 만난 가족과는 한국과 중국의 정치, 경제, 문화, 교육!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중국어를 잘한다고 생각지 않고, 아직 모자란것 투성이지만,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부닥치고 그걸 해결 할 사람이 나뿐이라는 생각이 드니까 나도 모르게 말이 술술 나오고, 나도 모르는 초인적인 힘이 생겨났었다. 힘든 상황에 부딪히고, 그것을 해결하고, 그러면서 친구가 되고, 웃고 울고...

 

게다가 말이 명확히 통하진 않아도 여행자들 사이엔 뭔가 동질감이 있기에 눈빛만 봐도 통한다. 나는 그런 느낌이 너무 좋다. 여행이 좋은 이유는 참 많이도 있지만, 여행자들의 얼굴이 너무 좋다. 분명 하루종일 걸어, 다리는 아픈데 얼굴엔 모두 행복한 웃음 뿐인것. 난, 그런 느낌과 기분이 좋아 또 떠날 궁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책 속엔 50대의 부부가 배낭 여행을 하는데, 세상 누구보다 아름다워 보였다. 책속 주인공들 한명 한명이 대단하고, 멋있어 보였지만, 그 부부가 최고였다. 이 책속에서 얻은 건, 여행 떠날 생각에 두근 거리는 내 심장보다도 그 행복한 노부부를 발견한게 더 크다. 눈물 나도록 부럽고, 행복해보였으니까....나도, 그렇게 늙고싶다. 이제 겨우 스물셋이 할 소리가 아닌가 싶지만, 나이 들어 부부가 함께 손잡고 여행하고, 함께 걸으며 웃으며 이야기하고....세상 가장 행복한 모습이였다.
 

 

여행은 떠나본 자만이 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보며 떨리는 내 심장을 주체하지 못했다. 자꾸만 마음이 설레어서 당분간 여행에 관한 책은 보지 않아야겠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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