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후에 오는 것들 - 공지영 사랑 후에 오는 것들
공지영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인상깊은 구절


*그것은 무채색 겨울 들판 구석에 혼자 핀 아기 민들레의 새싹같은 빛이었다.

*실은 하나도 괜찮지 않았는데, 실은 외롭고, 허무하고, 그래서 죽을 것만 같았는데, 실은 누구의 옷자락이라도 움켜쥐고 날 좀 어디론가 데려가 줄래요.라고 그렇게 말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는데...

*내가 잊으려고 했던 것은 그가 아니라. 그를 사랑했던 내 자신이었다.

*사랑받지 못하는 것보다 더 슬픈건 사랑을 줄 수 없다는 것.

*지금 울고 있느냐?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 고통과 불안이 사랑이라고 믿는다면 아프리카로 떠나라. 당신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널려있다.

*P130지희의 편지.

너랑 전화 끊고 집앞에 뭘좀 사러 나가는데 우리아파트 양지 위쪽에 노란개나리 꽃이 보였어..때로는.. 봄에도 눈이 내리고.. 한겨울 눈발 사이로 샛노란 개나리 꽃이 저렇게 피어나기도 하잖아. 한여름 쨍쨍한 햇살에도 소나기가 퍼붓고, 서리 내리는 가을 한가운데에서도 단풍으로 물들지 못하고 그저 파랗게 얼어있는 단풍나무가 몇그루 있는 것처럼, 이 거대한 유기체인 자연조차 제 길을 못 찾아 헤매는데, 하물며 아주 작은 유기체인 인간인 네가 지금 길을 잃은것 같다고 해서 너무 힘들어하지는 마. 가끔은 하늘도 마음을 못 잡고 비가 오다 개다 우박 뿌리다가 하며 몸 부림 치는데 네 작은 심장이 속수무책으로 흔들린다 해도 괴로워 하지마..
*괜찮다. 괜찮아. 홍아, 네 나이때는 정답을 못찾는게 정답이야. 모범 답안으로만 살면 진짜 무엇이 옳은지 모르는거야.

*"나 아직 사는게 뭔지 사랑이 뭔지 잘 모르지만, 해놓고 하는 후회보다 하지 못해서 하는 후회가 더 크대."  

 


뜻하지 않은 사람에게서, 뜻하지 않게, 정말 우연히 받게 된 책 선물. 매우 읽고 싶었던 책이었는데, 선물해주셔서 감솨^^ 근데, 선물해주려면 센스있게 두개 다 해주든지!!ㅋㅋㅋ


<냉정과 열정사이>라는 책이 한때 꽤 히트를 쳤었다. 그때 내 나이 열 아홉. 아직도 책장에 고히 꽂혀 있는 이 책의 리뷰를 발견했다. 그땐, 작은 노트에 좋은 구절이나, 느낌들을 짧게 썼었는데, "가슴 시리도록 아픈 사랑을 하고, 그 보다 더 아픈 이별을 맞이하고 난 후에 다시 한번쯤 읽어봤으면 좋겠다."가 그 리뷰의 주된 내용이었다. 물론, 아직까지도 <냉정과 열정사이>라는 책을 다시 읽을 기회가 오진 않았지만, 독특한 형식의 그 책이 꽤 마음에 들었었다.


이 책 역시 비슷한 형식으로 쓰여졌다고는 하는데, 공지영 편만 봐도, 하나의 소설로써는 부족함이 없는 것 같다. 여자의 입장에서 쓰여진 이 글들이 여자들의 마음을 너무나 잘 만져주고 있어서 ‘준고’의 이야기가 빠져있더라도 마냥 좋기만 하다. 물론, 츠지 히토나리편을 읽고 나면 어떤 느낌이 들런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쨋거나, 공지영편의 글들은 아주 짧은 글귀 하나 하나가 가슴속에서 턱턱 부딪혀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슬프게 다가왔다. 내 진작에 공지영, 글 잘 쓰는거 알았지만 이렇게 사람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정도 인줄은 몰랐다. 사소한 글귀들이 내 발목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아 몇 번을 읽고, 읽고 또 읽은 구절이 한둘이 아니다. 내용이라고 해봐야 그저 그런 연애 소설이지만, 주인공들의 감정 묘사라든지, 그 섬세한 수식어구들, 정말이지 소름 돋을 정도로 좋다.

 

모든게 마음에 드는 책이지만, 딱 두가지, 하나는, 한일관계에 대해 이야기 하는건, 오히려 책에 대한 흐름들을 떨어뜨리는것만 같았다. 아버지, 할아버지를 갖다 붙이면서 굳이 흐름을 깰 필요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고, 또 하나는. 어쩐지 나는 해피 엔딩으로 끝난게 마음에 안든다. 글쎄... 어쩐지, 그냥 더 슬프게 막을 내렸으면 어땠을까...싶다. 더 슬프게, 사랑이란건 믿을 수 없는거야, 사랑은 영원하지 않는거야.라는 말 따위를 하며, 내 눈물샘을 자극해주었길 바랬다. 사랑에 상처받으면서도 또 사랑하게 만드는 이런, 해피 엔딩인, 희망적인, 책. 싫다. 사랑은 없다.
이렇게 말하면서도...

난, 또, 언젠가는 상처 따위는 잊고 사랑을 하게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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