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이 1
전경린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4년 8월
평점 :
절판


인상깊은 구절


*죄를 짓는 것은 오히려 큰 일이 아닙니다. 죄짓지 않고 어찌 살 수 있겠습니까? 모든 죄는 저마다 자기 속에서 사해질 것이니 타인의 죄는 타인에게 주고 자신의 죄는 마땅히 스스로 풀며 사십시오. 모든 고통은 한계가 있어 그 너머에 진실이 있으니 느낄 수 없을 때까지 느끼십시오. 그것이 고통과 진정으로 관계하는 법입니다. 
*무섭다고 괴롭다고 엄살을 떨면 누가 받아줄 이가 있는가? 아프다고 슬프다고 과장하면 누가 속아줄 이가 있겠는가? 천지에 홀로 남았으니 고통의 끝까지 걸어가 그것을 삼켜버리는 수밖에는 정녕 방법이 없을 것이었다. 눈물이 흐느낌도 없이 흘러내렸다. 진의 표정이 점점 결연해졌다. 
*지킬게 없을수록 스스로 엄격해야 그나마 대접이라도 받느니라. 
*외로움이 살을 뜯어내고 뼈를 저미는 아픔을 이기느라 숨을 죽였다. 
*누군가 조금만 더 건드리면, 그만 벼랑 아래로 떨어져 버릴 것만 같았다. 
*강물은 쉼없이 흐르고 한번 흘러간 물은 다른 물로 채워지며 늘 새로운 것이네. 
*도리없이 보고싶소. 
*꽃 진 자리의 그 무서운 적막 
*때란 것이 참 잔인한 것이지요. 
*빈틈이 없이 좋아요. 
*지치지 마오. 내게 준 마음을 지치지 말고 끝까지 간직해 주시오. 
*눈도 귀도 먼 듯, 숨도 쉬지 않는 듯, 이 세상에 없는 듯, 세상 한가운데서 그런 마음을 함께 갖고 사랑하고 싶습니다. 

 

 

 

 

 

나는 황진이에 대해 얼마나 아는가. 곰곰이 생각해본다. 미색이 뛰어난 기녀라는건 알겠고, 서경덕과 사랑했던 사인데...둘이 주고받았던 시도 있던데....아...더 기억나는 것이..........없다;;
좌절감을 맛본다.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이름이지만, 그녀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니....
이 소설을 읽는다고 해서 황진이의 진짜 삶을 알 수 있는 건 아니다. 그저 소설에 불과할 뿐이고, 작가도 소설로만 보아 달라고 하니 말이다. 그런데, 나는 실제 진이의 삶이 궁금하다. 소설에서처럼 출생은 황진사와 현학금 사이에서 난 얼녀인가... 황진이가 참으로 거문고로 잘탔었던가. 이사종이란 이가 본디 존재하던 인물인가....
어쨌든 실제 진이라 이토록 모진 삶을 살았건 말았건, 소설 속 진이는 참으로 대담하면서도 여린 여자이다. 또 한없이 모진 삶을 살아낸 그런 악착같은 여인이다. 책을 읽으며 내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다가도 다시 독해지다가 또 다시 여려지고 다시 기뻐지고 하는 온갖 감정을 느껴본다.
작가 전경린은 소설 황진이를 통해 무엇을 나타내고 싶어했을까. 사랑. 당시의 생활상. 아니면 페미니즘? 그래. 어떤 것이든 좋다. 내게 아주 오랜만에 쉬이 읽히는 소설을, 사랑이야기로 감동을 주는 책을 선물해 주었으니...
이 책을 산지가 벌써 3개월이 지났는데도 한 장을 쉬이 넘기지 못하다가 한번 손에 잡으니 이틀 만에 끝장을 보고 만다. 그래도 올해가 가기 전에 읽어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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