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건강법 - 개정판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민정 옮김 / 문학세계사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인상깊은 구절


사실 사람들은 책을 읽지 않는다. 읽는다 해도 이해하지 못한다. 이해한다 해도 잊어버린다. 


입술은 두가지 역할을 하오. 첫째, 말을 관능적인 행위로 만들어준다오. 입술 없는 말이란 게 어떤 것일지 상상해본 적 있소? 멍청하게 차가운 그 무엇, 뉘앙스 없이 서걱거리는 그 무엇일 거요. 꼭 법원 사무관의 말처럼 말이오. 한데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으니 그게 바로 입술의 두번째 역할이라오. 말해서는 안 되는 것을 말하지 못하도록 입을 다물게 해준다는 거지. 손 또한 입술을 갖고 있소. 써서는 안 되는 것을 쓰지 못하게 방해하는 입술 말이오. 이건 어마어마하게 중요한 역할이오. 글재주와 불알과 자지를 제대로 갖춘 작가들이 말해서는 안 되는 것을 말한 탓에 작품을 망치곤 했지. 

손은 쾌감을 느끼기 위해 필요한 거요. 벼저리게 중요한 기관이지. 글을 쓰면서 쾌감을 느끼지 못하는 작가는 당장 절필해야 하오. 쾌감을 느끼지도 못하면서 글을 쓴다는 건 패륜이오. 

글을 쓴다는 건 소통을 하고자 하는 게 아니오. 왜 글을 쓰냐고 물었으니, 매우 엄정하면서도 매우 배타적인 대답을 들려드리리다. 그건 쾌감을 느끼기 위해서요. 달리 말해 쾌감을 느낄 수 없다면 절필해야만 한다는 얘기지. 글 쓰기는 날 쾌감의 절정으로 이끌곤 하오. 쾌감으로 미치게 만든단 말이오. 왜냐고는 묻지 마시오. 나도 도무지 모를 일인까. 한데, 성적 쾌감에 대해 설명하고자 하는 이론들이란 하나같이 무지몽매하기 짝이 없다오. 언젠가 몹시 진지한 웬 남자가 나한테 얘기하길, 섹스를 하면서 쾌감을 느끼는 건 생명을 창조하기 때문이라는 거요. 아시겠소? 생명이라는 서글프고 추한 것을 창조하면서 뭔가 쾌감을 느낄 수도 있다는 식으로 얘기했다고! 그럼 피임약을 복용하는 여자는 생명을 창조할 수 없으니 절정에 이룰 수 없다는 거요? 그 작자는 그런 걸 믿더라고. 그 따위 이론을! 요컨대 내 말은, 글쓰기가 주는 쾌감에 대해 설명해 주십사 부탁하지 말라는 거요. 그건 하나의 현상이오. 그뿐이라고. 

이 세상은 살인자로 득실대고 있소. 즉 누군가를 사랑한다 해놓고 그 사람을 쉽사리 잊어버리는 사람들 말이오. 누군가를 잊어버린다는 것. 그게 뭘 의미하는지 생각해본적 있소? 망각은 대양이라오. 그위엔 배가 한척 떠다니는데, 그게 바로 기억이란 거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어 기억의 배는 초라한 돛단배에 지나지 않는다오. 조금만 잘못해도 금세 물이 스며드는 그런 돛단배 말이오.  

 

 

꽤 자극적인 제목과 아멜리 노통이라는 대 작가의 책이라는 점이 내 구미를 당겼었다. 하지만, 몇번이고 책을 손에서 놓았었다. 참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다. 중간중간에 촌철살인적인 재미는 있었지만 그런 부분만으로는 계속해서 읽어나갈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아멜리 노통이 유명하다고 하니까 마지막즈음엔 뭔가 내가 얻을 수 있을 만한 것이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열흘즘 읽었다 말았다는 반복했다. 오늘.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꽤 마음이 무겁다. 끝끝내 무슨 말인지 알아먹지 못하던 내가, 마지막의 번역한 이의 글에서 아...!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소설이라는 형식이 항상 같은 것으로만 여기던 나를 반성하게 되었고, 등장인물도 배경도 갈등구조따위도 내가 여지껏 보던 소설과는 너무 느낌이 달라서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을까...혹은 이건 틀에 맞지 않아!라는 고정관념때문에 책을 지루하게 느끼진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이 책은 킬링타임용 소설이 아니다. 꽤 어려운 책이며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물음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답을 해가는 심오한 내용의 소설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참 대단한 책이다.
문학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길때엔 꼭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