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클래식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 1 - 풍월당 주인 박종호의 음악이야기 ㅣ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 1
박종호 지음 / 시공사 / 2004년 6월

재수하던 시절. 언어 담당하시던...내가 아주 좋아했던 선생님께서 아는 사람의 강요로 100개의 클래식CD를 샀다고 하셨다. 그런데, 처음엔 돈이 아까워서 하나, 둘 듣기 시작한 것이 어느 순간에 아...이런게 클래식이구나....라는 생각을 하셨단다. 몰라도 아는 척 하고 듣고 있으니 어느 순간 머릿속에서 그리고 마음속에서 어떤 감흥이라는 것이 전해져 왔다고 하셨다. 나도, 클래식이라는 것을 전혀 몰랐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많은 음반들을 들어보려고 한다. 4계절로 분류되어 있는 음악을 각 계절마다 하나씩 구매해가면서 그 계절만의 독특한 정취를 느껴가면서 음악을 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이 책을 읽고 나니 나도 정말 클래식이라는 고급 문화를 접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손을 놓아버렸던 피아노를 다시 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어릴 땐 어떤 것이 좋은 음악이고 어떤 것이 좋지 않은 음악인지 몰랐다. 어떤 때엔 너무 지겨워서 선생님이 10번 연습하라고 할 때 8번하고 10번했다고 거짓말을 하기도 했는데 그때 왜 더 열심히 하지 않았을까...하는 후회도 생긴다.
그리고 이젠 내가 정말 좋아하던 그 피아노도 어디론가 팔려갔지만 이 책을 통해서 부활했다. 차이코프스키는 이탈리아를 좋아했다고 한다. 그래서 <플로렌스의 추억>을 작곡할 땐 두오모 성당의 거대한 돔이 나타나 가로막는 듯한 울림으로 시작된다고 했다. 차이코프스키가 음악에서 여행을 표현했다면 나는 책에서 음악을 이끌어냈다. 피아노를 손에 잡지 않은지 몇 년이 지나 단조니 장조니 하는 것조차도 다 잊어버렸지만 풍월당 주인 박종호씨가 묘사하는 대로 따라가다보니 머릿속에서 리듬이 살아있는 듯 하다. 그렇게 살아 있는 리듬을 느끼면서 영화의 한 장면을 상상한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던가? 아무튼 정말 감동적으로 봤던 <피아니트스>라는 영화가 생각이났다. 유태인이던 피아니스트가 피난을 다니다 머무른 한 집에 피아노가 있었다. 소리 때문에 피아노를 치지는 못하지만 건반위에서 손가락만 움직이며 소리를 상상한다. 그때 그 슬펐던 장면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생각이 났다. 바이올린이나 첼로 같은 것은 내가 손에 잡아본 적도 없어서 상상조차 하지도 못하지만, 피아노는 괜히 혼자 아름다운 선율을 생각해본다. 그리고 책 중에 소개된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를 구매해볼까 말까 고민중이다. 음악을 듣는 건 정말 좋아하는데 클래식음반은 가지고 있는게 없다. 모차르트의 음반이 하나 있긴 한데 어떻게 들어야 하는지 설명도 없고 클래식에 관한한 문외한인 나로서는 참 어렵다.
아무튼 이 책을 통해서 많은 작곡가, 음악가, 연주가들의 사소한 이야기들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한 두어달쯤 전부터 계속 피아노를 다시 치고 싶단 생각을 해오긴 했는데, 내 마음속에 시들어 있던 음악에 대한 열정을 다시금 불태워준 책이었다. 지금은 이래저래 너무 할 일이 많아서 당장 시작할 순 없겠지만, 다시 한번 체르니부터 시작하면서 피아노를 손에 닿게 할 수 있는 그 날이 오길 바래본다.
쇼팽에서 파가니니까지 참 행복하고 떨리는 음악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