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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슬럼버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 사카이 마사토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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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사카 고타로, 이소영, 골든 슬럼버, 웅진지식하우스

평화의 시대에는 누구나 정론을 뱉어낸다. 인권을 주장하고 정공법을 늘어놓는다. 그러나 폭풍이 일면 이성을 잃는다. 무엇이 옳은지 생각할 여유조차 없이 소동에 휩싸인다. 다 그런 법이리라. - p.105

“우리도 너무 익숙해. 너무 오래 있다 보니 함께 있는 게 평범해지고, 상대방의 대수롭지 않은 부분까지 눈에 거슬리게 되고.”
“잠깐만.”
“어쩐지 항상, 그냥 둘이 붙어 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어.”
“잠깐만.” 아오야기는 손에 든 판 초콜릿을 흔들었다. “말이 엉망진창이야. 앞뒤가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안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이대로는 권태기 부부 같아, 벌써부터.” 히구치가 웃는다. “괴로워졌어.” -p.176

“너, 꿈을 크게 가져.”
아오야기는 웃어야 하나, 고민했다.
“뭔가 쿵 하고 와 닿더라고. 나랑 아오야기 이야기인가 싶어서.”
“소박한 꿈이 어디가 어때서.”
“초등학교 다닐 때 선생님한테서 도장 받았지, 왜? ‘참 잘했어요’ 같은 꽃 도장이나 ‘잘했어요’ 같은 도장.”
“받았지.”
“우리는 이대로 함께 있으면 늘 ‘잘했어요’에만 머물 것 같은 기분이 들어.” - p.178

히구치와 헤어지자, 뻥 뚫린 구멍만 남았다. 가슴과 머리에 보이지 않는 구멍이 났다. 그 구멍을 외면한 채 우편물을 확인하고, 쌓고, 들고, 달리고, 운반했다. 몸을 움직이는 직업이라 천만다행이라고 느끼면서도, 배달 중에 이를테면 거대한 그레이트 피레네에게 질질 끌려가던 부인이 단념한 채 더는 줄을 당기지 않고 마치 수상스키라도 타듯 몸을 맡긴다거나, 고층 빌딩의 창을 닦던 청소부가 커다란 유리를 사이에 두고 실내 여사원들과 눈이 맞으면 어색하게 인사하거나 하는 재미있는 광경을 보게 되면, 그런 이야기를 들려줄 히구치가 없다는 사실이 떠올라 그만 주저앉고 싶은 때가 많았다. -p.179

“결국 사람이란 가까이에서 함께 지내는 연장자의 영향을 받아요. 초등학생이라면 6학년이 가장 연장자죠. 그렇다 보니 6학년은 자신의 감각 그대로 행동하죠. 하지만 중학교에 입학하면 중학교 3학년이 최고 연장자예요. 그렇게 되면 중3들의 감각이 이 친구들을 자극하죠. 싫든 좋든. 한창 사춘기를 겪는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이 친구들의 본보기가 되는 거죠. 그래서 한 살밖에 차이가 안 나는데도 감각적으로는 세 살 차이가 나는 거예요.” -p.258

신경 쓰지 않으면 점점 더 아저씨가 된다니까. 언덕길을 굴러 떨어지듯이 금세 아저씨가 된다고요. - p.320

“여자 친구란 거, 사귈 때는 지겹도록 붙어 다니고 서로 모르는 게 없으면서, 헤어지고 나면 정말 아무것도 아는 게 없는 사이가 되나 봐요.” - p.329

“추억이란 건 대부분 비슷한 계기로 부활하는 거야. 내가 떠올리고 있으면 상대도 떠올리고 있지.” - p.356

소리가 위장까지 울려 퍼진다. 어두운 하늘에 순간 커다란 꽃이 핀다. 팔랑팔랑 아래로 떨어지는 꽃잎의 소리가 기분 좋다.
연거푸 솟아올라 불꽃이 몇 겹으로 포개진다. 산산이 흩어지는 불꽃의 외침이 아래쪽에 있는 아오야기 일당을 흔든다. 풍치를 즐긴다고 하기에는 너무도 압도적인 힘이었고, 인공적인 별들이 산산이 흩어져 요란스럽게 파열하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 p.357

불꽃놀이가 잠시 그친다. 하늘에 고인 폭죽 연기가 바람에 흘러가기를 기다리는 잠깐 동안의 휴식이다.
앞쪽에 있는 폭죽 기술자들이 모두 하나같이 눈을 반짝이며 말쑥한 초등학생 같은 표정을 짓고 있다. 불꽃놀이의 원시적 상쾌함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황폐한 심신과 부질없는 집착을 우수수 씻어내려, 천진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있었다. 티셔츠 한 장만 걸친 도도로키도 보였다. 그는 아오야기 일당을 힐끗 보더니 흡족한 듯 웃으며 눈 똑바로 뜨고 보라는 듯 손가락 두 개를 내밀었다. - p.358

히구치는 거기서 또, 과거의 기억을, 아오야기의 부모님 댁을 딱 한 번 찾은 날을 떠올렸다. 정확하게는 자신이 떠올렸다기보다 기억의 수위가 멋대로 치솟아 거세게 밀어닥치는 계곡 물처럼 아오야기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다고 하는 편이 옳았다. - p.393

“정보를 조작하겠다고?”
“이미지.” 사사키는 짧게 말했다. “이미지란 게 그런 거 아닌가? 별다른 근거도 없이 사람은 이미지를 갖게 되지. 세상은 이미지로 움직여. 맛은 똑같은데 어느 날 갑자기 레스토랑이 번창하는 것은 이미지가 좋아졌기 때문이야. 서로 모시려고 아우성치던 배우의 일감이 떨어지는 건 이미지가 나빠졌기 때문이고. 총리를 암살한 남자인데도 큰 미움을 받지 않는 것은 공감할 수 있는 이미지가 있기 때문이지.” - p.444

“깜짝 놀랄 만큼 하늘이 파랄 때면, 이 땅이 쭈욱 이어진 어딘가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든가, 사람이 죽고, 학대받고 있다는 사실이 다 거짓말 같아요.” 쓰루타 아미는 웃는지 우는지 모를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예?”
“전에 오노 군이 그랬어요. 날씨가 좋으면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지만, 한편으론 어딘가에서 감당 못할 봉변을 당하는 사람들을 떠올리게 된다고.” - p.520

애인과 친구는 어떻게 다른가 하면 말이야. 예전에 히라노가 주장한 일이 있었다. “애인은 있지, 헤어지면 기본적으로는 친구 사이로 돌아갈 수 없어” 하고 그녀는 잘라 말했다.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지 않나?”
“절대 무리야. 뭐, 물론 예외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헤어진 옛 남자 친구의 인생은 자신의 인생과 무관해지지. 어디서 뭘 하든 상관없어. 안 그러면, 그 순간 함께 있는 애인이나 배우자한테 실례잖아.”
배우자라는 딱딱한 표현이 재미있어 기억에 또렷이 남아 있다.
“그런데 참 신기하지. 사귈 때는 허구한 날 연락하던 사이인데, 헤어지고 몇 년 지나면 전혀 관계도 없이, 영원히 접점도 없이 살아가니까. 신기하지.” 히라노는 그런 말도 했다. - p.522

아오야기가 도도로키 연화에 다녔으니까 폭탄을 만들 줄 안다는 소리는, 그 공장의 공기를 마시기만 해도 폭탄 박사가 된다는 소리와 마찬가지였다. - p.530

수년 전, 불꽃축제를 하던 날 도도로키가 뱉었던 대사도 되살아났다. “불꽃놀이는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사람이 보는 거잖아. 내가 보고 있는 지금, 어쩌면 다른 곳에서 옛 친구가 같은 것을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유쾌하지 않아?”
옛 애인 아오야기가 센다이 시내 어딘가에서 이 광고를 보고 자신과 같은 기억을 되살리며 같은 감흥에 젖는다.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쑥스럽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하다가, 시시껄렁한 생각이라는 감정이 뒤섞인다. - p.534

덮여 있던 상자가 들려 올라갔다. 태양에 노출된 순간, 옷이 물에 흠뻑 젖는 기분이었다. 젖은 옷을 입고ㅣ 길바닥에 내동댕이쳐지는 느낌이다. 수많은 사람의 감시 속에 물을 뚝뚝 흘리는 모습이 노출되는 공포가 스쳤다. - p.555

트럭 엔진이 움직인다. 아오야기는 짐칸 문에서 가장 먼 장소, 운전석 바로 뒤에 털썩 앉았다. 흔들리는 차체가 거대한 육식동물의 심박동 같다. 으르렁 소리를 감추고 숨죽인 채 조용히 호흡하며 체모를 살랑거리는 커다란 짐승이다.
내가 지금 그 짐승 몸 안에 있는가, 싶으니까 잡아먹혀 소화를 기다리는 먹이가 된 기분이다. - p.561

“아니 할 말로, 내가 왜 경찰에 협조해야 되는데.” 이와사키는 우습지도 않다는 듯 나직이 말했다.
“그럼 어떻게 할 건가요.” 내 입으로 말하기는 그렇지만, 지금 내편을 드는 건 아주 위험해요, 하며 진지하게 달래봤지만 한 번 결단을 내린 이와사키에게는 시끄러운 설교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는 귀를 파면서 “말이 많네. 난 말이야, 이래 봬도 <쉰들러 리스트>를 보고 감동한 몸이라고” 하고 이를 보이며 웃는다. “박해를 당하는 자를 목숨 걸고 구해주는 파와 구해주지 않는 파로 나눈다면 난 구해주는 쪽이란 말이지.” - p.577

“말이 경찰이지 다들 회사원이나 마찬가지라 혼자 불쑥 총 쏘는 일도 없을 거고, 어차피 지시가 나와야 돼” - p.585

“그 녀석이 폭탄을 만들 줄 안다면, 나는 로켓도 만들겠다. 처음에 방송국 놈들이 왔을 때 물어봤지. 정말로 아오야기가 범인이냐고. 놈들, 대답도 못하고 말이야. 그래서 난, 그 녀석은 그런 짓을 할 놈이 아니라고 분명하게 말해줬지.”
“편집됐어요. 그건 텔레비전에 안 나왔더라고요.” 히구치도 웃음밖에 안 나왔다. 다수 의견이나 여론, 시청자의 흥미나 취향에 맞지 않는 정보는 내보내지 않는다, 아니 내보낼 수 없다는 것이 매스컴의 속성이다. 그래서 매스컴은 안 된다고 말할 생각이 없다. 하지만 매스컴이란, 그리고 보도란 그런 것이다. 거짓말은 하지 않지만 내보내는 정보의 취사선택은 한다. “아오야기가 범인이라니 저도 믿을 수가 없어요.” - p.601

“우리 같은 대중이란 잘난 놈들이 정한 대로 끌려갈 뿐이야. 우리가 코앞에 닥친 일이나 연애에만 매달린 사이 멋대로 일을 진행하고, 그러다가는 문제가 되는 짐짝만 덜컥 떠맡긴다니까. 그래가지고, 잘난 놈들은 저런 감시카메라 너머에서 놀라 쩔쩔매는 우리를 비웃고 있지.” 모리타는 막대 솔에 묻은 세제에 취하기라도 했는지 허튼소리를 해댔다.
히구치도 모리타의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그가 “잘난 놈들이 만든 거대한 부조리에 쫓기게 되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도망치는 것뿐이지”라고 진지한 얼굴로 한 이야기는 인상에 남았다. “거대한 부조리의 사냥감이 되면 어딘가 몸을 숨긴 채 달아나는 수밖에 없어.” - p.660

“생각해보면 우리는 말이에요, 멍하게 있는 동안에 법률은 만들어지고, 세금이나 의료 제도는 바뀌고, 그러다 또 어디서 전쟁이 나도 그런 흐름에 반항할 수 없도록 되어 있잖아요. 좀 그런 구조라고요. 나 같은 놈이 멍하게 있는 사이에 자기들 마음대로 다 밀어붙이죠. 전에 책에서 읽었는데, 국가란 국민의 생활을 지키기 위한 기관이 아니래요. 듣고 보니 그렇더라고요.” - p.698

“세금까지 쏟아 부어 대대적으로 도입한 그, 훌륭한 설비란 게 고작 그 정도로 허술해?”
“세금을 쏟아 부어 대대적으로 도입한 훌륭한 설비들은 대부분 다 그래요.” 마치 면목 없다는 듯 그가 말했다. - p.718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가즈의 말을 듣자 쏟아져 나온다. 열쇠를 꽂으면 문이 열리고 안의 내용물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온다. - p.760

“이름도 못 밝히는 너희 정의의 사도들, 정말로 마사하루가 범인이라고 믿는다면 걸어봐. 돈이 아니야, 뭐든 자신의 인생에서 소중한 것을 걸라고. 너희는 지금 그만한 짓을 하고 있으니까. 우리 인생을 기세만으로 뭉개버릴 작정 아니야? 잘 들어, 이게 네놈들 일이란 건 인정하지. 일이란 그런 거니까. 하지만 자신의 일이 남의 인생을 망칠 수도 있다면 그만한 각오는 있어야지. 버스기사도, 빌딩 건축가도, 요리사도 말이야. 다들 최선의 주의를 기울여가며 한다고. 왜냐하면 남의 인생이 걸려 있으니까. 각오를 하란 말이다.” - p.788

가슴께에서 목구멍으로 무거운 공기 덩어리가 울컥 솟아올랐다. 그대로 긴장을 늦춘다면 다음 장면은 뻔했다. 목구멍으로 치고 올라온 감정이 눈꺼풀을 흔들고 눈물이 솟는다. 한 번 솟은 눈물은 멈출 줄 모르고, 자신은 목메어 울 것이 분명하다. 아오야기는 어금니를 물었다. 우는 순간, 분노와 투쟁 의지가 약해질 것임도 알고 있었다. 울면 끝장이다. 울면, 지금 자신을 움직이게 만드는, 그것을 큰 의미에서 연료라고 부른다면, 그 연료가 확연히 줄어든다. - p.790

아오야기는 웃음을 참는다. 이런 상황에서도 웃자고 마음만 먹으면 웃을 수도 있다. 인간의 최대 무기는, 습관과 신뢰라고 했던 모리타의 말을 떠올린다.
야, 모리타, 그게 아니라 인간의 최대 무기는, 오히려 웃을 수 있다는 것 아닐까? 그렇게 대꾸해주고 싶었다. 제 아무리 곤경에 빠지고 비참한 상황에 놓여도, 그래도 만약 웃을 수 있다면, 분명 결코 웃을 수 없겠지만, 웃을 수만 있다면 무언가가 충전된다. 그것도 사실이다. - p.799

거대한 존재와 적으로 겨룰 때는 남이야 뭐라고 하건 자신의 정체까지 버려가면서라도 도망쳐야 한다. 홍수를 만났을 때는 짐이고 옷이고 다 내버리고 그저 살아남아야 한다. 잃는 것이 너무도 크지만, 인생을 완전히 잃는 것은 아니다. - p.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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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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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종의 기원, 은행나무

미사는 한량없이 느리게 진행됐다. 한여름 뙤약볕 속에서 8차선 고속도로를 횡단하는 새끼 두꺼비가 된 기분이었다. 가다 돌아보면 그 자리, 가다 돌아봐도 그 자리. 휘파람새 소리는 아득하게 멀어졌다가 귓가로 돌아오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어머니가 하염없는 두려움을 내 핏속에 쏟아넣는 사람이라면, 해진은 내 심장에 노을 같은 온기를 불어넣는 사람이었다. 언제나 네 편이라고 말해주는 존재였다. 참담하고 추웠던 그날에 그랬듯이, 이번에도 그러리라 믿고 싶었다. 아니, 그렇게 믿었다.

나는 물을 틀어놓고 얼굴을 씻기 시작했다. 낯선 모습을 지우듯, 구석구석 꼼꼼하게 문질렀다. 손가락이 닿는 곳마다 통증이 일어났다. 내 삶이 잿더미가 됐다는 새삼스러운 자각이 따라왔다.

세상의 모든 생명체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생존하는 법과 더불어 기다리는 법을 배운다. 먹는 법과 먹을 수 있을 때까지 굶는 법을 동시에 터득하는 것이다. 오로지 인간만 굶는 법을 배우지 못한 생물이었다. 오만 가지 것을 먹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먹으며, 매일 매 순간 먹는 이야기에 열광하는 것을 보면 그렇다. 먹을 것을 향한 저 광기는 포식포르노와 딱히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인간은 이 지상의 생명체 중 자기 욕망에 대해 가장 참을성이 없는 종이었다.

감정을 없애면 선택의 무게는 신발을 사는 일만큼 가벼워진다. 목적과 비용의 상관관계만 따지면 될 테니까. 문제는 상대가 신발이 아니라는 데 있었다.

빛이 지나고 나자 시야는 더욱 어두워졌다. 어둠이 너무 짙어서 손을 넣으면 검은 덩어리라도 푹 퍼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안개는 더욱 짙어지고, 함박눈은 눈보라에 가까워지고, 시계 거리는 빠른 속도로 짧아졌다. 묵직하게 출렁이는 바다의 무게가 몸을 짓눌렀다. 나는 점점 힘이 빠지는 걸 느꼈다. 자주 물 밑으로 가라앉았고, 숨이 턱끝으로 차올랐다. 입을 벌리면 짜고 차가운 물이 가차 없이 들이쳤다. 사지는 뻣뻣해져서 헤엄을 치는 게 아니라 말뚝 네 개로 노를 젓는 기분이었다. 의식은 쇄빙선처럼 시간과 공간을 뚫고 과거로 돌진했다.

파도가 몸을 뒤집었다. 나는 사지를 풀어놓고 흔들리는 물결 위에 드러누웠다. 눈보라가 걷히고 하늘이 열렸다. 별들이 가까이 내려왔다. 빛이 이마에 닿는 순간 어떤 목소리가 은밀하게 속삭여왔다.
어머니가 옳았어.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754018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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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반양장)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78
손원평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손원평, 아몬드, 창비

엄마는 아몬드를 많이 먹으면 내 머릿속의 아몬드도 커질 거라 생각했다. 그게 엄마가 기댈 수 있는 몇 안 되는 희망 중 하나였다. - p.26

내 머릿속의 아몬드는 어딘가 고장 난 모양이다. 자극이 주어져도 빨간 불이 잘 안 들어온다. 그래서 나는 남들이 왜 웃는지 우는지 잘 모른다. 내겐 기쁨도 슬픔도 사랑도 두려움도 희미하다. 감정이라는 단어도, 공감이라는 말도 내게는 그저 막연한 활자에 불과하다. - p.27

책은 내가 갈 수 없는 곳으로 순식간에 나를 데려다주었다. 만날 수 없는 사람의 고백을 들려주었고 관찰할 수 없는 자의 인생을 보게 했다. 내가 느끼지 못하는 감정들, 겪어 보지 못한 사건들이 비밀스럽게 꾹꾹 눌러 담겨 있었다. 그건 텔레비전이나 영화와는 애초에 달랐다.

영화나 드라마 혹은 만화 속의 세계는 너무나 구체적이어서 더 이상 내가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영상 속의 이야기는 오로지 찍혀 있는 대로, 그려져 있는 그대로만 존재했다. 예를 들어, ‘갈색 쿠션이 있는 육각형의 집에 노란 머리의 여자가 한쪽 다리를 꼬고 앉아 있다.‘가 책의 문장이라면 영화나 그림은 여자의 피부, 표정, 손톱 길이까지 전부 정해 놓고 있었다. 그 세계에 내가 변화시킬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책은 달랐다. 책에는 빈 공간이 많기 때문이다. 단어 사이도 비어 있고 줄과 줄 사이도 비어 있다. 나는 그 안에 들어가 앉거나 걷거나 내 생각을 적을 수도 있다. 의미를 몰라도 상관없다. 아무 페이지나 펼치면 일단 반쯤 성공이다. - p. 45-46

뭐든 여러 번 반복하면 의미가 없어지는 거야. 처음엔 발전하는 것처럼 보이고 조금 더 지난 뒤엔 변하거나 퇴색되는 것처럼 보이지. 그러다 결국 의미가 사라져 버린단다. 하얗게. - p.47

계절은 도돌이표 안에서 움직이듯 겨울까지 갔다 다시 봄으로 돌아오기를 되풀이했다. - p.47

˝엄만 제가 정상적으로 살길 원하셨어요. 그게 무슨 뜻인지 가끔 헷갈리긴 하지만.˝
˝바꾸어 말하면 평범하게 살기를 바랐던 게 아닐까.˝
˝평범......˝
내가 중얼거렸다. 틀린 말은 아닐지도 모른다. 남들과 같은 것. 굴국 없이 흔한 것. 평범하게 학교 다니고 평범하게 졸업해서 운이 좋으면 대학에도 가고, 그럭저럭 괜찮은 직장을 얻고 맘에 드는 여자와 결혼도 하고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고.... 그런 것. 튀지 말라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것.
˝부모는 자식에게 많은 걸 바란단다. 그러다 안 되면 평범함을 바라지. 그게 기본적인 거라고 생각하면서. 그런데 말이다, 평범하다는 건 사실 가장 이루기 어려운 가치란다.˝
생각해 보면 할멈이 엄마에게 바란 것도 평범함이었을지 모르겠다. 엄마도 그러지 못했으니까. 박사의 말대로 평범하다는 건 까다로운 단어다. 모두들 ‘평범‘이라는 말을 하찮게 여기고 쉽게 입에 올리지만 거기에 담긴 평탄함을 충족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내게는 더욱 어려운 일일 거다. 나는 평범함을 타고나지 않았으니까. 그렇다고 비범하지도 않으니까. 그 중간 어디쯤에서 방황하는 이상한 아이일 뿐이니까. 그래서 나는 한번 도전해 보기로 했다. 평범해지는 것에. - p.81-82

계절은 어느덧 5월의 초입에 들어서고 있었다. 5월 정도면 많은 게 익숙해진다. 신학기의 낯섦도 사라진다. 사람들은 계절의 여왕이 5월이라고 말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어려운 건 겨울이 봄으로 바뀌는 거다. 언 땅이 녹고 움이 트고 죽어 있는 가지마다 총 천연색 꽃이 피어나는 것. 힘겨운 건 그런 거다. 여름은 그저 봄의 동력을 받아 앞으로 몇 걸음 옮기기만 하면 온다.
그래서 나는 5월이 한 해 중 가장 나태한 달이라고 생각했다. 한 것에 비해 너무 값지다고 평가받는 달. 세상과 내가 가장 다르다고 생각되는 달이 5월이기도 했다. 세상 모든 게 움직이고 빛난다. 나와 누워 있는 엄마만이 영원한 1월처럼 딱딱하고 잿빛이었다. - p. 135-136

˝몰랐던 감정들을 이해하게 되는 게 꼭 좋기만 한 일은 아니란다. 감정이란 참 얄궂은 거거든. 세상이 네가 알던 것과 완전히 달라 보일 거다. 너를 둘러싼 아주 작은 것들까지도 모두 날카로운 무기로 느껴질 수도 있고, 별거 아닌 표정이나 말이 가시처럼 아프게 다가오기도 하지. 길가의 돌멩이를 보렴.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대신 상처받을 일도 없쟎니. 사람들이 자신을 차고 있다는 것도 모르니까. 하지만 자신이 하루에도 수십 번 차이고 밟히고 굴러다니고 깨진다는 걸 ‘알게 되면‘, 돌멩이의 ‘기분‘은 어떨까. 이 예조차 아직은 네게 와닿지 않을지도 모르겠구나. 그러니까, 내가 말하려는 건...˝
˝알아요, 엄마가 비슷한 얘길 자주 해 주셨어요. 절 위로하려고 한 말이어겠지만. 엄마는 아주 똑똑한 여자였거든요.˝
˝엄마들은 대부분 똑똑하지.˝ - p.144-145

그 사람은 내 인생에 시멘트를 쫙 들이붓고 그 위에 자기가 설계한 새 건물을 지을 생각만 해. - p.149

엄마. 어쩌다가 그 단어가 나올 때면 곤이는 갑작스러운 침묵에 빠졌다. 어디서건, 그러니까 책에서건 영화에서건 지나가던 사람들의 입에서건, 엄마라는 단어가 나오면 곤이는 음 소거 버튼을 누른 것처럼 하던 말을 멈췄다.
그 애가 엄마에 대해 기억하는 건 한 가지뿐이었다. 따뜻하고 보드라웠던 엄마의 손. 엄마의 얼굴은 그려지지 않아도 적당히 땀이 밴 촉촉하고 보드라운 손의 촉감은 잊을 수 없었다. 그 손을 잡고 햇볕 아래에서 그림자놀이를 하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삶이 장난을 걸어올 때마다 곤이는 자주 생각했다고 한다. 인생이란, 손을 잡아 주던 엄마가 갑자기 사라지는 것과 같다고. 잡으려 해도 결국 자기는 버림받을 거라고. - p.149

곤이는 내가 만난 사람 중에 가장 단순하고 투명했다. 나 같은 바보조차 속을 들여다볼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 세상이 잔인한 곳이기 때문에 더 강해져야 한다고, 그 애는 자주 말했다. 그게 곤이가 인생에 대해 내린 결론이었다.
우린 서로를 닮을 수는 없었다. 나는 너무 무뎠고, 곤이는 제가 약한 아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고 센 척만 했다.
사람들은 곤이가 대체 어떤 앤지 모르겠다고 했지만, 나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단지 아무도 곤이를 들여다보려고 하지 않았을 뿐이다.
어딘가를 걸을 때 엄마가 내 손을 꽉 잡았던 걸 기억한다. 엄마는 절대로 내 손을 놓지 않았다. 가끔은 아파서 내가 슬며시 힘을 뺄 때면 엄마는 눈을 흘기며 얼른 꽉 잡으라고 했다. 우린 가족이니까 손을 잡고 걸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반대쪽 손은 할멈에게 쥐여 있었다. 나는 누구에게도 버려진 적이 없다. 내 머리는 형편 없었지만 내 영혼마저 타락하지 않은 건 양쪽에서 내 손을 맞잡은 두 손의 온기 덕이었다. - p.152-153

˝나한테 그건 있지, 살아서 뭐하려고, 하는 질문이랑 비슷해. 넌 무슨 목적이 있어서 사니? 솔직히 그냥 살잖아. 살다가 좋은 일 있으면 웃고 나쁜 일 있으면 울고, 달리기도 마찬가지야. 1등 하면 좋고 아니면 아쉽겠지. 실력 없으면 자책하고 후회도 하겠지. 그래도 그냥 달리는 거야. 그냥! 사는 거처럼, 그냥!˝ - p.167

불을 끄고 책 냄새를 깊게 들이마셨다. 내겐 풍경처럼 익숙한 냄새였다. 그런데 거기 무언가 다른 게 실려 있었다. 갑자기 마음 속에 탁, 하고 작은 불씨가 켜졌다. 행간을 알고 싶었다. 작가들이 써 놓은 글의 의미를 정말 알 수 있는 사람이고 싶었다. 더 많은 사람을 알고 깊은 얘기를 나누고 인간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 p.184-185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윤교수는 곤이를 낳지 않는 쪽을 선택했을까? 그랬더라면 그들 부부는 그 애를 잃어버리지 않았을 거다. 아줌마는 죄책감에 병에 걸리지도 않았을 거고, 회한 속에 죽지도 않았을 거다. 곤이가 저지른 골치 아픈 짓들도 애초에 일어나지 않았을 거다. 그런 식으로 따지면 역시 곤이가 태어나지 않는 편이 맞는 것 같다. 왜냐하면, 무엇보다도 그 애가 아무런 고통도 상실도 느낄 필요가 없었을 테니까.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모든 것은 의미를 잃는다. 목적만 남는다. 앙상하게. - p.200

곤이는 내게 자주 물었었다. 두려움을 모른다는 게,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는 게 어떤 느낌이냐고. 내가 설명하느라 늘 애를 먹어도 언제나 같은 질문을 던졌다.
내게도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었다. 처음엔 할멈을 찌른 남자의 마음이 궁금했다. 하지만 그 질문은 점차 다른 쪽으로 옮겨 갔다. 알면서도 알지 못하는 척하는 사람들. 그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좋을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 p.217

멀면 먼 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외면하고, 가까우면 가까운 대로 공포와 두려움이 너무 크다며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껴도 행동하지 않았고 공감한다면서 쉽게 잊었다.
내가 이해하는 한, 그건 진짜가 아니었다.
그렇게 살고 싶진 않았다. - p.218

그 이야기가 어떤 이야기가 될지는 나도 모른다. 말했듯이, 사실 어떤 이야기가 비극인지 희극인지는 당신도 나도 누구도, 영원히 말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딱 나누는 것 따윈 애초에 불가능한 건지도 모른다. 삶은 여러 맛을 지닌 채 그저 흘러간다.
나는 부딪혀 보기로 했다. 언제나 그랬듯 삶이 내게 오는 만큼. 그리고 내가 느낄 수 있는 딱 그만큼을. - p.228-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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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반격 - 2017년 제5회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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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평, 서른의 반격, 은행나무

지하철은 굉음을 내며 속도를 높였다. 머리 위로는 지금쯤 어느 동네를 스쳐가고 있을까. 휘어지고 꺾이는 파동을 느끼고 있자니 문득 내가 도시의 피부 밑을 떠다니는 기생충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상에서 자동차를 타거나 빠른 걸음으로 걷는 사람들 중 자신들의 발밑에 요란한 전동차가 질주하고 있다고 생각할 사람이 오늘 하루 몇이나 될까. 알면서도 모두들 알지 못한다. 혹은 잊고 산다. - p.24

아빠 세대와 우리 세대가 서로를 이해하고 바라보는 방식은 그런 건지도 모른다. 각자의 세대가 더 힘들다고 주장하고 그에 비해 상대의 세대를 쉽게 얘기하며 평행선을 달린다. 그런 걸 보면 삶을 관통하는 각박함과 고단함 만큼은 예나 지금이나 공통적인가 보다. - p.127

가족은 원래 그렇다. 같이 있을 땐 으르렁거리다가 헤어질 때쯤에서야 비로소 짠해진다. - p.128

지환이 대신 버려달라며 놓고 간 안경을 잘 닦아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이제 녀석은 세상을 더 명확하게 볼 수 있으려나, 이삼 만 개쯤되는 픽셀 수준의 눈을 가진 잠자리가 보는 세상은 우리가 보는 세상과 너무도 다를 거다. 그렇잖아도 사리에 밝은 지환이 세상의 모공 속까지 들여다 볼 미래가 별로 반갑진 않았다. -p.128-129

인터넷을 통한 선동은 너무 흔한데다 너무 쉽게 꼬리가 잡혔고 너무 실패가 많았으며 너무 빨리 사그라졌다. 특별한 방식으로 티나지 않게 끈질기게 행동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선택한 방법이었다. (...) 부당한 권위로 이용해 세상을 뻣뻣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대상들이었으며 그들을 곤란하게 하고 면박을 주고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었다. - p.129

어쩌면 정진 씨를 만날 때마다 바랐었는지도 모른다. 정진 씨 같은 건 없다고 말해 줄 사람이 있기를. 혼자 있지 말라고, 밥을 같이 먹자고 말해 줄 사람이 있기를. 혼자 있지 말고 함께 하자는 손길을 내밀어 줄 누군가가 있기를. - p.136

가진 게 없어도 모든 걸 그만둬야 할 때가 있다. 모든 것을 소거하고 오직 나 홀로인 시간으로 침잠할 시기가 청춘의 배부른 핑계라 험담하는 이도 있을 거다. 그런데 그랬다. 혼자 밥을 먹거나 영화를 보는 그런 혼자 말고, 진짜 혼자의 시간이 필요했다. 유일한 핑계는 누구나 한 번 쯤 그런 때가 온다는 출처를 알 수 없는 말이었다. 그리고 내게는 그게 지금이었을 뿐이다. - p.219

내가 우주 속의 먼지일지언정 그 먼지도 어딘가에 착지하는 순간 빛을 발하는 무지개가 될 수 있다고 가끔씩 생각해 본다. 그렇게 하면, 굳이 내가 특별하다고, 다르다고 힘주어 소리치지 않아도 나는 세상에서 하나 뿐인 존재가 된다. 그 생각을 얻기까지 꽤나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지만 조금 시시한 반전이 있다.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애초에 그건 언제나 사실이었다는 거다. -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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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코니에 선 남자 마르틴 베크 시리즈 3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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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베리가 보기에 여자는 아직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았다. 마음에 장벽을 쌓고서 진실이 넘어오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 듯 했다. 콜베리는 예전에 이런 반응을 목격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 저항할 수 없는 시점이 오면 단숨에 무너져 버리리라는 것을 잘 알았다. - p.65

어떤 댓가를 치르고라도 회피하고 싶지만 도저히 그럴 수 없는 순간과 상황이 있는 법이다. 경찰은 보통 사람들보다도 더 자주 그런 상황을 접한다. 그리고 경찰관 중에서도 더 자주 그런 상황을 접하는 경찰관이 있기 마련이다. - p.76

두 사람은 한마디 말없이 승강기로 내려왔다. 한마디 말없이 차를 몰아 시내로 돌아왔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무력함과 자신들이 보호해야 하는 사회에 대한 이중적인 감정을 똑같이 느끼고 있었다. - p.127

그에게는 더 이상 사생활이 없었다. 쉬는 시간도 없었다. 임무와 책임 외의 다른 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살인범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이상, 날이 밝은 이상, 공원이 존재하는 이상, 공원에서 노는 아이가 있는 이상, 오로지 수사만이 중요했다. - p.243

어쩌면 막연한 추적이라고 불러야 옳을지도 모른다. 경찰에게 수사라는 것은 구체적으로 작업할 단서가 있음을 암시하는 표현인데, 그들이 확보했던 한 줌의 사실들은 진작 수사 조직에 의해 철저하게 뼛속까지 검토된 뒤에 가루처럼 바스러져 사라졌기 때문이다. - p.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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