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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탄 노래 듣고 싶어져서 퇴근하자 마자 전곡 재생 해놓고 밀린 집안일 함…

일주일 동안 설거지도 못 하고 널어둔 빨래도 못 갰다. 월요일엔 성아랑 저녁 먹고 밤 열시 돼서 헤어지구 화요일엔 헤밍웨이마냥 과음했음..; 수요일엔 숙취에 뻗어있느라 낮 시간 날리고 저녁엔 희재네 가서 파스타 읃어 먹고 또 수다 떠느라 열 한 시에 집 옴. 목요일인 어제는 거지같은 회식에 끌려가서 새벽 한 시까지 준코(…)에서 난리치고 그리하여 오늘인 금요일 밤이 되어서야 집을 돌볼 수 있었다….

갑자기 술탄 노래가 듣고 싶어진 것이 꼭 김간지의 활약 때문은 아니다.. 난 그이가 술탄인 줄도 며칠 전에서야 알았으니까…
아마도 낮기온이 10도 이상 올라가는 날들이 이어져서 그렇겠지… 이런 시즌이면 꼭 대학생 때 새 학기 시작하던 즈음의 기분이 된다. 앞으로 만나게 될 모든 것이 기대되고 내가 젊다는 느낌을 오장육부로부터 느꼈을 때.

RU-21 두 알 털어넣고서야 마음 놓고 막걸리 마실 수 있는 지금은 더이상 그만큼 젊지 않지만, 그래도 술탄오브더디스코 들으면 줄 이어폰 귀에 꽂고 얇은 봄버재킷만 걸친 채 밤거리를 쏘다니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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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젠 밀린 집안일들을 끝내고 친구에게 편지를 쓰러 카페에 갔다 마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책도 몇 장 못 읽고 부지런히 편지만 썼다 왜 편지에 쓰는 말들은 입밖으로 뛰쳐나오지 못할까… 편지쓰듯 말하는 삶을 살면 좋을텐데 그런 고운 말들은 대체로 펜촉 끝에서만 나온다

새 고무장갑을 사러 다이소에 갔다가 이것저것 사서 나왔다 입 주변에 바르는 히알루론산 스틱이라던지… 지하상가 상설무대에는 작은 스크린 티비가 설치되어 있고 노인들은 그 앞에 띄엄 띄엄 앉아서 다들 말없이 티비를 쳐다보고 있다

인파에 어깨를 부딪혀가며 지하상가를 걸어다녔다
다양한 사람들의 얼굴 모양…
그런 것들은 하루종일도 구경할 수 있다
나또한 지하상가 분수대 앞에 온종일 앉아 말없이 세상을 구경하는 그런 종류의 노인으로 늙겠지

약속시간은 아홉시, 그전에 출출한 뱃속을 채우러 중앙시장으로 향하다가 경로에 있던 알라딘 중고서점에 빨려들어가듯 들어갔다. 한국소설 매대에 기웃거리다 늘그렇듯 양귀자 책 두 권과 옛 한국소설가들의(윤후명, 김채원, 김인숙….) 자전적 단편이 담긴 책 한 권을 집어들었다. 내 주위에서 책을 고르던 소녀들의 대화가 너무 귀여워서 만면에 미소를 짓게 됨(“너 잘 알려지지 않은 소설이 진짜 재밌는 거 알지?”, “알지알지…”)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어 “얘들아 언니가 책 추천 몇 권 해도 되겠니..? 데미안은 아직 읽지마렴.. 별로 재미 없다구..” 하고 싶은 마음 가까스로 참고 계산하고 나왔다. 소녀들은 이제 마라탕을 먹으러 가는 참인 것 같았다. 시내에 놀러나와 용돈으로 책을 고르고 맛있는 거 먹으러 와르르 몰려가는 루틴은 나 어릴 때와 하나도 다르지 않다. 즉석떡볶이가 마라탕으로 바뀐 정도의 변주…

핫바 먹으러 잘 가는 어묵집에 갔다가 장사를 마친 사장님과 그 앞에서 채소 파시는 이모님(81세)과 어울려 막걸리를 마셨다. 정말 너무 웃김… ㅋㅋ 이모님은 안구건조증이 있으신지 연신 눈물을 한줄기씩 흘리시며 술을 마셨다. 그렇게 계속계속 울다가 한 번씩 식탁에 놓인 냅킨을 뽑아들고 엉망으로 눈가를 닦아내시는데, 그러면 어김없이 싸구려 휴지조각이 눈꺼풀에 붙었다. 전주 상산고를 나오셨다는 사장님과 그의 아들과의 중매를 밀어붙이는 이모님과 깔깔 웃으며 막걸리를 다섯 병이나 비웠다. 자기가 조금만 젊었어도 이 삼춘(사장님아들)을 꼬셨을 거라며 제발 이 삼춘이랑 결혼하란다. 그렇게 시장사람들과 왁자지껄 떠들다가 아홉시가 돼서, 친구들 만나러 대흥동으로 복귀했다.

숙취에 머리 붙잡고 일어나 어제 산 책들 뚜껑을 열어보니 96년 이 책을 처음 가졌던 이의 글씨가 적혀있다. “둥근해가 떴습니다가 유치원아이들의 전유물이 아니고 온세상 사람들의 공유물이 될 수 있는 그런 세상이길 기원하며.”
이제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북클럽의 책갈피도 끼어있다. 베텔스만 북클럽을 검색해 보니 <베텔스만 북클럽을 둘러싼 출판계의 빛과 어둠> 이런 논문이 나온다.


옛날 사람들이 아직도 곳곳에 살고 있음을 확인하는 날에는 늘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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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헝그리 2026-03-09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옥을 정오기라고 적은 것으로부터 96년을 진하게 느낌….
 
미래의 손 봄날의 시집
차도하 지음 / 봄날의책 / 2024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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걍 대박임…
시집 안 읽은 지 오래됐는데
이 시집은 한 권이 통으로… 너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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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눈이 많이 내렸는데 사진 한 장을 안 찍었다
눈을 꽃봉오리처럼 얹고 있는 나뭇가지들이 예뻤는데
사무실에 있으면 뭔가를 찍고 싶은 마음이 잘 추동되지 않는다
그래도 집앞에서 이걸 보니 카메라를 안 켤 수가 없더라
누군가 만들어두고 간 눈사람
모르는 사람이 모르는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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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바뀌려는지 코가 자꾸 간지럽고 재채기가 난다.

어제는 낮기온이 16도까지 올라가서 반바지 꺼내입고 봄동 비빔밥 해서 뿌리공원으로 소풍갔다. 테이블에 의자에 바리바리 싸갔는데 이것들을 이고지고 다리를 건널 수가 없어서 그냥 주차장 한구석에다 상 펴고 밥 먹었다. 결국 다리는 건너지도 않음. 걍 뿌리공원 주차장에서 밥 처먹고 화장실 들르러 그 앞에 효 쎈타(;;진짜존재하는쎈터임) 드갔다가 쎄콤에 의해 잠시 감금당하고(17시부터 자동 잠금 시스템이래…) 주말출근한 직원의 도움을 받아 탈출한 뒤 귀가함.

골든빌에 돌아와 나는 설거지하고 성아는 욜탱 가고, 도면 보는 완태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며(계단을 쌓는 원리라던지…) 나중에 어떤 집 지을지 스케치업으로 망상하다가 디귿형 집을 지을지 미음형 집을 지을지 마음을 정하지 못한 채 나왔다.


얼른 봄이 와서 나뭇가지에 풀도 좀 돋고 이놈의 가스비 강도질도 그만 당했음 싶다… 월세가 30인데 가스비로 27만원 낼 생각에 피눈물이 납니다.. 3월이 오면 방에 들여놨던 식물들 다시 베란다에 내놓고 가구 위치 싹 바꾸는 푸닥거리를 하고 싶다… 옷방이 되어버린 작은방을 서재로 탈환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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