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손 봄날의 시집
차도하 지음 / 봄날의책 / 2024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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걍 대박임…
시집 안 읽은 지 오래됐는데
이 시집은 한 권이 통으로… 너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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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눈이 많이 내렸는데 사진 한 장을 안 찍었다
눈을 꽃봉오리처럼 얹고 있는 나뭇가지들이 예뻤는데
사무실에 있으면 뭔가를 찍고 싶은 마음이 잘 추동되지 않는다
그래도 집앞에서 이걸 보니 카메라를 안 켤 수가 없더라
누군가 만들어두고 간 눈사람
모르는 사람이 모르는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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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바뀌려는지 코가 자꾸 간지럽고 재채기가 난다.

어제는 낮기온이 16도까지 올라가서 반바지 꺼내입고 봄동 비빔밥 해서 뿌리공원으로 소풍갔다. 테이블에 의자에 바리바리 싸갔는데 이것들을 이고지고 다리를 건널 수가 없어서 그냥 주차장 한구석에다 상 펴고 밥 먹었다. 결국 다리는 건너지도 않음. 걍 뿌리공원 주차장에서 밥 처먹고 화장실 들르러 그 앞에 효 쎈타(;;진짜존재하는쎈터임) 드갔다가 쎄콤에 의해 잠시 감금당하고(17시부터 자동 잠금 시스템이래…) 주말출근한 직원의 도움을 받아 탈출한 뒤 귀가함.

골든빌에 돌아와 나는 설거지하고 성아는 욜탱 가고, 도면 보는 완태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며(계단을 쌓는 원리라던지…) 나중에 어떤 집 지을지 스케치업으로 망상하다가 디귿형 집을 지을지 미음형 집을 지을지 마음을 정하지 못한 채 나왔다.


얼른 봄이 와서 나뭇가지에 풀도 좀 돋고 이놈의 가스비 강도질도 그만 당했음 싶다… 월세가 30인데 가스비로 27만원 낼 생각에 피눈물이 납니다.. 3월이 오면 방에 들여놨던 식물들 다시 베란다에 내놓고 가구 위치 싹 바꾸는 푸닥거리를 하고 싶다… 옷방이 되어버린 작은방을 서재로 탈환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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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동안 <붉은 인간의 최후> 다 읽고 싶었는데 팽팽 노느라 실패. 700쪽 정도 되는 것 같은데 책장이 금방 넘어가서 곧 다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레아 이피 <자유>를 읽고 바로 이 책으로 넘어오니 소련에 대한 호기심이 더욱 커짐… 정확히는 소련을 가능하게 한 사람들의 마음가짐-정서에 대한 연구를 읽고 싶음…
그러나 영영 고르바초프를 미워할 수 없는 나는 어쩔 수 없는 대가리꽃밭 소련바깥 사람인가보다.

일 년에 몇 번 안 보는 친척들을 기어이 이번에도 안 보겠다고 하여 엄마에게 눈총을 받고(그러나 명분없인 만나지 않는 사람들을 휴일까지 써가며 만나야 한다는 거 여태 납득할 수 없으셈;) 친척들이 들이닥치기로 예정된 날 엄마집을 떠나 성아를 만났다. 간만에 저녁이나 같이 먹기로 했었는데 조삼모사의 원리에 따라 그냥 점심에 보기로 한 것이다.

베트남, 우즈벡, 인도네시아 식당 들을 고려하다가 발리가 그리워 인도네시아 식당엘 갔다. 설날에 방문한 인니 식당엔 우리 둘이 유일한 한국인이었고 우리는 박소와 렌당 나시고렝을 먹었다. 인니 사람들의 푸짐한 인심은 대전 원도심에서도 어김없이 발휘되었다.
밥 먹고 커피 한 잔 하러 중앙시장 쪽으로 걷는데, 트롯 잔치에 품바에 설 특선 영화마냥 노인네들의 오감을 자극하는 그들만의 페스티벌이 이쪽 저쪽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머리띠에 지폐를 끼우고 춤추는 품바 아주미를 구경하는데, 곡을 마친 디바가 엿장수를 불러들이자 관객들이 서둘러 자리를 뜨는 모습이 압권이었다… 다들 돈은 내고 싶지 않은 것이다..
우리도 엿을 사지 않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함…

그러다 추선생 자만추. 태전마트에 물 사러 나왔다는 추선생에게 왜 노래구경 안 하시냐 물으니

“난 저런 거 안 봐유“

참.. 우리 추영감은 대중픽을 시러함… 근데 또 <나라가 정치를 잘 못해서 저런 걸 하는 거 같다>며 알 수 없는 소리 하시기에 걍.. 담에 가게에서 봐여 선생님^^;; 안녕~ 하고 서로 갈길 감.


싸지롱 들러서 커피랑 호지차를 마시고, 오랜만에 성아와 미친 수다를 떨었다. 그러다 별로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커피집에 들어와서.. 자리를 옮겨 중앙시장 안 나의 단골 어묵집 가서 막걸리 두 병과 함께 저녁 여섯 시까지 떠들었다…대목이라 어묵집은 문전성시였는데, 일을 도와주러 온 것으로 보이는 청년이 퇴근할 즈음 옷을 갈아입고 나와 사장님 부부에게 큰절을 올렸다. 사장님도 껄껄 웃으며 시장통 떠나가라 사람들에게 새해복 많이 받으라고 소리지르심. 시장에 다니면 귀한 광경을 자주 본다.

그렇게 떠들고도 할 얘기가 남아서 성아네로 장소를 옮겨 또 무한 입방아를 찧음. 걍 자고가야겠다 하고 세수하고 나왔더니 성아가 위스키 마시겠냐고 하데. 당연히 그래야겠지. 그렇게 성아와 ~본격 만화이야기~ 시작. 초딩때부터 영화마을 문지방 닳도록 들락거린 나와 중딩 때 무려 만화부<활동을 하였던 성아가 만나 각종 만화들을 추앙하고 비하하고 비토하고 섬기면서 흥미진진한 새벽을 보냄.

정말 쉬지 않고… 오만가지 이야기들을 나누다가(like 만약 살 날이 열흘밖에 안 남았다면 봤던 영화를 또 볼 거야, 새로운 영화를 볼 거야?)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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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헝그리 2026-02-20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화 얘기?? 이제 시작…. 왜냐… 내가 다시 보기 시작할 거거등……

너가말해줘야지 2026-02-21 00:03   좋아요 0 | URL
뭐부터 시작할 거야.
 

3년인가 4년인가 운영해온 개인 홈페이지를 어떤 개놈의 해커에게 당해 송두리째 빼앗기고

갈 곳 잃어 여기저기 배회하다가 이번에는 알라딘 서재를 사이버일기장으로 운영해 보려고 한다.


이 서재는 내가 대학 초년생 시절부터 사용해온 것으로.. 읽은 책들에 대한 짧은 리뷰나 한줄평을 남기고 읽고 싶은 책들을 찜하는 용도로 써왔다. 오늘 여기를 새단장하고자 컴으로 접속해 이용 초기에 썼던 글들을 훑으니 지금의 나와 너무 멀게 느껴져서 깜짝 놀랐다. 삭제와 비공개 버튼이라는 이름의 사이버싸리빗으로 죄 쓸어 없애버림..; 자기가 애송이란 걸 모르는 애송이만큼 꼴불견인 게 없다는 걸 느낌....


어제는.. 회사에 차를 안 가져온 게 아까워서(걍 집에 곧장 가면 돈 쓸 일 자체가 없는데 왜 이런 '아까움'이 성립하는 건지.. 아깝다는 감각은 소비와 큰 연관이 없는가보다) 욜탱까지 슬슬 걸어가 성아랑 맥주를 마셨다. 그러고 아홉시가 다 되어 집에 가려고 일어났는데 나혼자 술 마시며 책 읽는 꼴깝 행위를 간만에 하고 싶어져서 기어이 아도니스에 기어들어감.


챙겨간 책은 『우리 몫의 후광은 없나보네. 희망이 그러하듯 절망 또한 함부로 대할 수 없음을 일깨워주는 이야기들.. 크리스마스 단편선이라 핫 버터드럼과 핫 와인을 시켜 마셨다. 

핫 버터드럼에서는 버터스카치 캔디를 녹인 맛이 났다. 

겨울이 다 가기 전에 따뜻한 술을 마셔둬야 한다. 그것이 수지에 맞는 일이니까... 


앞테이블에 앉아있던 두 소녀들은 슈뢰딩거의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내 모든 것을 보여주고 싶어. 그런데 그 과정에서 아플 수도 있겠지...> 이런 말들이 들렸다. <삶에 의미가 있으려면 삶이 우선 존재해야 해> 이런 말들. <삶에 의미가 존재한다면 우리가 영영 그것을 모르는 것만이 가능해> 이런 주장을 펼치고 있었다.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이 바로 죽음이야> 이런 말들...


겨울날 충동적으로 찾아들어간 술집에서 소녀들이 나누는 이런 이야기들을 귀동냥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큰 축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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먕록 2026-02-13 01: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성아에게 북플 가입하라고 얘기해줘야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