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인간의 최후 - 세컨드핸드 타임, 돈이 세계를 지배했을 때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김하은 옮김 / 이야기장수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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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진짜 레전드 책임…
소련사람들 때문에 피눈물남….
러시아 사람들은 모두
일정부분 도스토옢스키이거나 체홉임
여기 나온 모든 사람들의 인생이 기막혀서 정신이 짓눌리고 나도 모르게 입을 벌리게 됨

도대체 소련을 가능하게 한 인간정신의 핵심은 무엇일까
무도한 공포정치, 죄없이 시베리아로 보내진 사람들, 노동을 가장 신성시 하면서 일하는 사람들의 목숨은 파리목숨처럼 여겼던 집단농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에트연방공화국의 사람들에겐
인류역사상 가장 이타적인 정서가 공유되고 있었다고 보인다
무엇이 그것을 가능하게 한 걸까
몹시 궁금하다…
소련인민들의 정서/정동 연구를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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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을 등에 지고 그림자를 밟다
박완서 외 지음 / 현대문학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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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작가들 이름(더는 신간 매대에서 만나기 힘든)들이 표지에 잔뜩 있기에 주저없이 골라 든 책…

자전소설집이라지만 박완서 샘은 그냥 늘 하시던 수필을 부려놓으셨고(다 아는 이야기이지만 그래도 읽게 됨..) 양귀자는 스물 몇 해에 목숨을 버린 셋째 오빠 양팔호 이야기를 해놨다.
자전소설이라는 틀을 생각했을 때 가장 수작이라 느낀 것은 김인숙의 <해삼의 맛>이고…
김채원 소설이 은근 내마음에 차다는 것을 요번에도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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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존나 바빴다…

그래서 그런가 사람들이 다 너무 싫어져서,
어느날엔 퇴근하자마자 시장에 갔다
시장통에 있는 사람들은 뭘 하든 무슨 소리를 지르고 있든 아무렴 미쁘기만한데,
사무실에 들어있는 사람들은 나를 지치게 한다………. (미치게도 함 ㅅㅂ)
그리하여 늘 들르는 어묵집에 가서 또 사장님이랑 막걸리 부마 하다가 밤 열시 넘어서 집 옴 ㅋㅋ; 죽이 너무 잘 맞아서 이 사장님만 보면 막걸리가 2병씩 들어간다.

그 담날 자기 전에 <명상가의 핸드북> 읽으면서 다시 반성..
소진된다는 느낌이 들면 너무 쉽게 술이 마시고 싶어진다
위빳사나가 음주보다 상태 호전에 도움이 된다는 걸 매번 느낌에도, 술 마시는 일이 5계에 어긋난다는 걸 잘 알면서도 그렇게 한다

그래서 어제와 오늘은 맥주 마시고 싶은 걸 참아보았다…
아직은 술을 완전히 끊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지만
어쩐지 아주 느리게 서서히 그렇게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다음생에서라도)

오늘은 저녁으로 뭘 먹을까 생각하다가,
회사앞에 선 5일장에서 사온 미루나무 느타리버섯에 소금 후추 쳐서 에프로 구워먹었다. 버터넣고…
6알에 오천원이나 달라고 하는(그러나 네고에 성공하여 4천원에 구매) 제주 햇감자도 한 알 삶았다가 다시 올리브유 뿌려 에프에 구워 먹었다. 달고 맛있었다.

버섯이랑 감자로 저녁을 때웠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운 걸 보니 나도 아직 어린지도….

아까 외청 개관식 업무지원하러 갔다가,
AI로 만든 백석과 신채호가 개관 축하 연설하는 동영상을 봤다
정말 별로였다….
오래전에 죽은 위인을 어떻게든 디지털로 복원하여
현세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우리의 필요에 의한 말과 행동을 하게 하는 그런 일…
이런 일들은 정말 딥페이크 범죄랑 멀지 않다고 느낀다…

기술복제시대의 이따우 작태를 아무 생각없이 승인하는
이.. 사상도, 지성도, 교양도, 양심도, 사색도 없는 무뇌행정..
벤야민 햄이 저승에서 회초리 들고 부활해서 존니 후드려 패야된다고 봐… ….
<운명전쟁 49> 보니까 위대한 무녀는 죽은이의 넋을 잘만 싣던데…..
죽은 사람들은 잘도 그리워지기만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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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탄 노래 듣고 싶어져서 퇴근하자 마자 전곡 재생 해놓고 밀린 집안일 함…

일주일 동안 설거지도 못 하고 널어둔 빨래도 못 갰다. 월요일엔 성아랑 저녁 먹고 밤 열시 돼서 헤어지구 화요일엔 헤밍웨이마냥 과음했음..; 수요일엔 숙취에 뻗어있느라 낮 시간 날리고 저녁엔 희재네 가서 파스타 읃어 먹고 또 수다 떠느라 열 한 시에 집 옴. 목요일인 어제는 거지같은 회식에 끌려가서 새벽 한 시까지 준코(…)에서 난리치고 그리하여 오늘인 금요일 밤이 되어서야 집을 돌볼 수 있었다….

갑자기 술탄 노래가 듣고 싶어진 것이 꼭 김간지의 활약 때문은 아니다.. 난 그이가 술탄인 줄도 며칠 전에서야 알았으니까…
아마도 낮기온이 10도 이상 올라가는 날들이 이어져서 그렇겠지… 이런 시즌이면 꼭 대학생 때 새 학기 시작하던 즈음의 기분이 된다. 앞으로 만나게 될 모든 것이 기대되고 내가 젊다는 느낌을 오장육부로부터 느꼈을 때.

RU-21 두 알 털어넣고서야 마음 놓고 막걸리 마실 수 있는 지금은 더이상 그만큼 젊지 않지만, 그래도 술탄오브더디스코 들으면 줄 이어폰 귀에 꽂고 얇은 봄버재킷만 걸친 채 밤거리를 쏘다니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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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젠 밀린 집안일들을 끝내고 친구에게 편지를 쓰러 카페에 갔다 마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책도 몇 장 못 읽고 부지런히 편지만 썼다 왜 편지에 쓰는 말들은 입밖으로 뛰쳐나오지 못할까… 편지쓰듯 말하는 삶을 살면 좋을텐데 그런 고운 말들은 대체로 펜촉 끝에서만 나온다

새 고무장갑을 사러 다이소에 갔다가 이것저것 사서 나왔다 입 주변에 바르는 히알루론산 스틱이라던지… 지하상가 상설무대에는 작은 스크린 티비가 설치되어 있고 노인들은 그 앞에 띄엄 띄엄 앉아서 다들 말없이 티비를 쳐다보고 있다

인파에 어깨를 부딪혀가며 지하상가를 걸어다녔다
다양한 사람들의 얼굴 모양…
그런 것들은 하루종일도 구경할 수 있다
나또한 지하상가 분수대 앞에 온종일 앉아 말없이 세상을 구경하는 그런 종류의 노인으로 늙겠지

약속시간은 아홉시, 그전에 출출한 뱃속을 채우러 중앙시장으로 향하다가 경로에 있던 알라딘 중고서점에 빨려들어가듯 들어갔다. 한국소설 매대에 기웃거리다 늘그렇듯 양귀자 책 두 권과 옛 한국소설가들의(윤후명, 김채원, 김인숙….) 자전적 단편이 담긴 책 한 권을 집어들었다. 내 주위에서 책을 고르던 소녀들의 대화가 너무 귀여워서 만면에 미소를 짓게 됨(“너 잘 알려지지 않은 소설이 진짜 재밌는 거 알지?”, “알지알지…”)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어 “얘들아 언니가 책 추천 몇 권 해도 되겠니..? 데미안은 아직 읽지마렴.. 별로 재미 없다구..” 하고 싶은 마음 가까스로 참고 계산하고 나왔다. 소녀들은 이제 마라탕을 먹으러 가는 참인 것 같았다. 시내에 놀러나와 용돈으로 책을 고르고 맛있는 거 먹으러 와르르 몰려가는 루틴은 나 어릴 때와 하나도 다르지 않다. 즉석떡볶이가 마라탕으로 바뀐 정도의 변주…

핫바 먹으러 잘 가는 어묵집에 갔다가 장사를 마친 사장님과 그 앞에서 채소 파시는 이모님(81세)과 어울려 막걸리를 마셨다. 정말 너무 웃김… ㅋㅋ 이모님은 안구건조증이 있으신지 연신 눈물을 한줄기씩 흘리시며 술을 마셨다. 그렇게 계속계속 울다가 한 번씩 식탁에 놓인 냅킨을 뽑아들고 엉망으로 눈가를 닦아내시는데, 그러면 어김없이 싸구려 휴지조각이 눈꺼풀에 붙었다. 전주 상산고를 나오셨다는 사장님과 그의 아들과의 중매를 밀어붙이는 이모님과 깔깔 웃으며 막걸리를 다섯 병이나 비웠다. 자기가 조금만 젊었어도 이 삼춘(사장님아들)을 꼬셨을 거라며 제발 이 삼춘이랑 결혼하란다. 그렇게 시장사람들과 왁자지껄 떠들다가 아홉시가 돼서, 친구들 만나러 대흥동으로 복귀했다.

숙취에 머리 붙잡고 일어나 어제 산 책들 뚜껑을 열어보니 96년 이 책을 처음 가졌던 이의 글씨가 적혀있다. “둥근해가 떴습니다가 유치원아이들의 전유물이 아니고 온세상 사람들의 공유물이 될 수 있는 그런 세상이길 기원하며.”
이제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북클럽의 책갈피도 끼어있다. 베텔스만 북클럽을 검색해 보니 <베텔스만 북클럽을 둘러싼 출판계의 빛과 어둠> 이런 논문이 나온다.


옛날 사람들이 아직도 곳곳에 살고 있음을 확인하는 날에는 늘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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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헝그리 2026-03-09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옥을 정오기라고 적은 것으로부터 96년을 진하게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