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동안 <붉은 인간의 최후> 다 읽고 싶었는데 팽팽 노느라 실패. 700쪽 정도 되는 것 같은데 책장이 금방 넘어가서 곧 다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레아 이피 <자유>를 읽고 바로 이 책으로 넘어오니 소련에 대한 호기심이 더욱 커짐… 정확히는 소련을 가능하게 한 사람들의 마음가짐-정서에 대한 연구를 읽고 싶음…
그러나 영영 고르바초프를 미워할 수 없는 나는 어쩔 수 없는 대가리꽃밭 소련바깥 사람인가보다.
일 년에 몇 번 안 보는 친척들을 기어이 이번에도 안 보겠다고 하여 엄마에게 눈총을 받고(그러나 명분없인 만나지 않는 사람들을 휴일까지 써가며 만나야 한다는 거 여태 납득할 수 없으셈;) 친척들이 들이닥치기로 예정된 날 엄마집을 떠나 성아를 만났다. 간만에 저녁이나 같이 먹기로 했었는데 조삼모사의 원리에 따라 그냥 점심에 보기로 한 것이다.
베트남, 우즈벡, 인도네시아 식당 들을 고려하다가 발리가 그리워 인도네시아 식당엘 갔다. 설날에 방문한 인니 식당엔 우리 둘이 유일한 한국인이었고 우리는 박소와 렌당 나시고렝을 먹었다. 인니 사람들의 푸짐한 인심은 대전 원도심에서도 어김없이 발휘되었다.
밥 먹고 커피 한 잔 하러 중앙시장 쪽으로 걷는데, 트롯 잔치에 품바에 설 특선 영화마냥 노인네들의 오감을 자극하는 그들만의 페스티벌이 이쪽 저쪽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머리띠에 지폐를 끼우고 춤추는 품바 아주미를 구경하는데, 곡을 마친 디바가 엿장수를 불러들이자 관객들이 서둘러 자리를 뜨는 모습이 압권이었다… 다들 돈은 내고 싶지 않은 것이다..
우리도 엿을 사지 않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함…
그러다 추선생 자만추. 태전마트에 물 사러 나왔다는 추선생에게 왜 노래구경 안 하시냐 물으니
“난 저런 거 안 봐유“
참.. 우리 추영감은 대중픽을 시러함… 근데 또 <나라가 정치를 잘 못해서 저런 걸 하는 거 같다>며 알 수 없는 소리 하시기에 걍.. 담에 가게에서 봐여 선생님^^;; 안녕~ 하고 서로 갈길 감.
싸지롱 들러서 커피랑 호지차를 마시고, 오랜만에 성아와 미친 수다를 떨었다. 그러다 별로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커피집에 들어와서.. 자리를 옮겨 중앙시장 안 나의 단골 어묵집 가서 막걸리 두 병과 함께 저녁 여섯 시까지 떠들었다…대목이라 어묵집은 문전성시였는데, 일을 도와주러 온 것으로 보이는 청년이 퇴근할 즈음 옷을 갈아입고 나와 사장님 부부에게 큰절을 올렸다. 사장님도 껄껄 웃으며 시장통 떠나가라 사람들에게 새해복 많이 받으라고 소리지르심. 시장에 다니면 귀한 광경을 자주 본다.
그렇게 떠들고도 할 얘기가 남아서 성아네로 장소를 옮겨 또 무한 입방아를 찧음. 걍 자고가야겠다 하고 세수하고 나왔더니 성아가 위스키 마시겠냐고 하데. 당연히 그래야겠지. 그렇게 성아와 ~본격 만화이야기~ 시작. 초딩때부터 영화마을 문지방 닳도록 들락거린 나와 중딩 때 무려 만화부<활동을 하였던 성아가 만나 각종 만화들을 추앙하고 비하하고 비토하고 섬기면서 흥미진진한 새벽을 보냄.
정말 쉬지 않고… 오만가지 이야기들을 나누다가(like 만약 살 날이 열흘밖에 안 남았다면 봤던 영화를 또 볼 거야, 새로운 영화를 볼 거야?) 잠에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