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발굴지에 있었다 - 바빌론에서부터 시작된 이야기
허수경 지음 / 난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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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이해되지 않을 때는 오래된 책을 끄집어내는 수 밖에 없다. -99p

아직 그러나 타인은 우리 가운데 있다, 라고 노래는 우리에게 전해준다. 고대인들은 아직 ‘나‘를 발견하지 못했다. 나를 발견하기까지, 인류에게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했다. ‘우리‘라는 말도 ‘나‘라는 말에 비하면 무척 상대적이다. 아직 적은 나의 바깥에 있다. 타인을 찾아가는 마지막 여정은 나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어디에 있는지. 내 속에는, 많은 이가 그렇게 적은 것처럼, 많은 타인이 들어 있다. 그 타인들이 나의 얼굴을 만들고 있다. 나의 얼굴은 타인의 얼굴이다. 그 얼굴이 끔찍하지 않기를 바란다. - P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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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지음 / 난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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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바닥에 깔려 있었다’
“존재의 바닥에 아주 낮게 깔려 있던 그 시간이”, 황현산 선생님의 삶의 근본이자 선생이었다고,

해는 지고 하늘에는 별이 돋아 있었다. 달이 밝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 옆에서 부르는 아이들의 합창이 마치 먼 나라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처럼 아득하였다. 그리고 더 먼 곳에서 바다의 파도 소리가 들려왔다. 하늘의 모든 별들이 긴 꼬리를 끌고 서서히 돌고 있었다. 모래에는 낮의 온기가 남아 있어 그것이 내 몸을 따뜻하게 덥혀주었다. 내가 어떤 커다란 손바닥 위에 누워 있고 그 손이 나를 끝없이 흔들어주는 것 같았다. 또는 내 육체가 모두 삭아내려 모래알처럼 작아진 내가 다른 모래알들 속에 묻혀 바람 따라 살랑거리는 것 같기도 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내가 눈을 떴을 때는 벌써 자정이 지났는데, 아이들이 나를 둘러싸고 앉아 걱정스러운 듯 내려다보고 있었다. 훗날 나는 이 체험을 두고 ‘시간이 바닥에 깔려 있었다’는 표현이 어떨까 생각해보곤 했다. - P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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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실패할 것이라는 악몽에 시달린다. 악몽에 시달리든 시달리지 않든 우리는 실패한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실패하는, 실패하는 존재다. 죽음은 모든 실패의 어머니이다. 몸의 실패. 이것이 바로 인간의 실패의 근원이다. 22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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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10주년 기념 리커버 특별판)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1
헤르만 헤세 지음, 안인희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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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때 읽고 다시 읽으니 내가 나를 관통한 느낌, 떨림이 아직 진정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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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는 달리는 것에서 소설 쓰기를 배웠다고 했는데 울프는 산책을 통해 얻은 사색의 힘에서 글쓰기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다고 했다. 울프의 책에서,다른 어떤 곳보다 더 가깝게 다가오는 곳은 수도원과 대성당이었다. 망자들이 잠든 곳에 앉아, 지나간 삶을 되돌아보며 현실을 관조하고 다시 걸어가야 하는 길을 바라보듯, 앞길을 내다보는 울프의 시선이 고요하게 다가오는 것 같았다. 울프의 글을 읽고 있으면 울프가 가진 내면의 힘이 느껴진다. 거리를 걸으며 사색하는 울프가 느끼는 내면의 소리에서 나도 모르게 거리로 나가 당장 걷고 싶어진다. 울프가 남긴 말을 되새기며, 나는 이제 “어제는 보람있는 하루였다. 글 쓰고 책을 읽었다” 에서 “어제는 보람있는 하루였다. 글 쓰고 산책하고 책을 읽었다”는 울프의 말이 더 절실하게 다가온다. 나에게 없는 것을 짚어주기에 또 울프의 글이 마음을 움직이기에 더 심장이 뛴다. 기도하고 책 읽고 가끔 글 쓰는 나에게 산책은, 상상을 펼칠 수 있는 무한한 무대이기에, 울프의 런던 걷기가 내게 찾아 온 건지도 모르겠다. 사실 예전에 울프를 읽었을 땐 이런 감흥을 느끼지 못했는데, 다시 울프로 돌아가야겠다, 라고, 돌아가서 울프의 세계를 산책하며 걷는 게 좋다라고 말하게 되기를, 지금도 좋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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