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는 달리는 것에서 소설 쓰기를 배웠다고 했는데 울프는 산책을 통해 얻은 사색의 힘에서 글쓰기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다고 했다. 울프의 책에서,다른 어떤 곳보다 더 가깝게 다가오는 곳은 수도원과 대성당이었다. 망자들이 잠든 곳에 앉아, 지나간 삶을 되돌아보며 현실을 관조하고 다시 걸어가야 하는 길을 바라보듯, 앞길을 내다보는 울프의 시선이 고요하게 다가오는 것 같았다. 울프의 글을 읽고 있으면 울프가 가진 내면의 힘이 느껴진다. 거리를 걸으며 사색하는 울프가 느끼는 내면의 소리에서 나도 모르게 거리로 나가 당장 걷고 싶어진다. 울프가 남긴 말을 되새기며, 나는 이제 “어제는 보람있는 하루였다. 글 쓰고 책을 읽었다” 에서 “어제는 보람있는 하루였다. 글 쓰고 산책하고 책을 읽었다”는 울프의 말이 더 절실하게 다가온다. 나에게 없는 것을 짚어주기에 또 울프의 글이 마음을 움직이기에 더 심장이 뛴다. 기도하고 책 읽고 가끔 글 쓰는 나에게 산책은, 상상을 펼칠 수 있는 무한한 무대이기에, 울프의 런던 걷기가 내게 찾아 온 건지도 모르겠다. 사실 예전에 울프를 읽었을 땐 이런 감흥을 느끼지 못했는데, 다시 울프로 돌아가야겠다, 라고, 돌아가서 울프의 세계를 산책하며 걷는 게 좋다라고 말하게 되기를, 지금도 좋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