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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지음 / 난다 / 2013년 6월
평점 :
‘시간이 바닥에 깔려 있었다’
“존재의 바닥에 아주 낮게 깔려 있던 그 시간이”, 황현산 선생님의 삶의 근본이자 선생이었다고,
해는 지고 하늘에는 별이 돋아 있었다. 달이 밝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 옆에서 부르는 아이들의 합창이 마치 먼 나라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처럼 아득하였다. 그리고 더 먼 곳에서 바다의 파도 소리가 들려왔다. 하늘의 모든 별들이 긴 꼬리를 끌고 서서히 돌고 있었다. 모래에는 낮의 온기가 남아 있어 그것이 내 몸을 따뜻하게 덥혀주었다. 내가 어떤 커다란 손바닥 위에 누워 있고 그 손이 나를 끝없이 흔들어주는 것 같았다. 또는 내 육체가 모두 삭아내려 모래알처럼 작아진 내가 다른 모래알들 속에 묻혀 바람 따라 살랑거리는 것 같기도 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내가 눈을 떴을 때는 벌써 자정이 지났는데, 아이들이 나를 둘러싸고 앉아 걱정스러운 듯 내려다보고 있었다. 훗날 나는 이 체험을 두고 ‘시간이 바닥에 깔려 있었다’는 표현이 어떨까 생각해보곤 했다. - P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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