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솔드 : 흩어진 조각들 언와인드 디스톨로지 3
닐 셔스터먼 지음, 강동혁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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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아무것도 못 보고 앞으로만 달리다 보면,

뭔가 치게 마련이야.”



▶ 어둠을 밝히는 등불

《언와인드》, 《언홀리》에 이어 《언솔드》에도 악당과 시련이 폭풍우처럼 쏟아져 내린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 우산이 되어주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대체로 평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위험에 빠진 이들을 받아주고 숨겨주고 챙겨준다. 별다른 대가를 요구하지도 않고 말이다. 그들은 마치 길잡이 역할을 하는 북두칠성 같다. 이런 사람들 덕분에 주인공 삼인방이 길을 잃지 않고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 이기주의가 만들어낸 최악의 제도

책의 내용이 진행될수록 ‘언와인드’에 대한 의미와 인식의 변화도 함께 그려진다. 처음에는 이식을 받지 못한 자들의 건강을 위해 언와인드가 꼭 필요한 것처럼 말했다면, 지금은 사람들의 허영심을 채우는 수단이 되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가령, 탈모로 고민한다면 모발이 풍성한 두피를 구매하면 되고, 피아노를 잘 치고 싶으면 손을 바꾸면 되고, 머리가 안 좋으면 뛰어난 두뇌로 갈아 끼면 된다는 식이다.



그뿐인가.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을 강제로 납치, 언와인드하는 ‘장기 해적’의 활동도 두드러진다. 책속에서 그들은 무법자나 다름없다. ‘언와인드’ 대상자가 아닌 이들을 납치해도 괜찮기 때문이다. 그들은 곧 언와인드되어 그 어떤 증거도 남기지 않고 사라져버릴 테니까. 

‘언와인드’ 대상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납치당해 언와인드되면 끝인 세계. 이보다 더 잔인한 곳이 어디 있을까.



▶ 빛이 보이기 시작하는 긴 터널의 끝

《언와인드》가 ‘언와인드’라는 존재를 알리고 문제를 제기했다면, 《언홀리》는 사건과 사고, 빌런들이 끝도 없이 쏟아짐과 동시에 빌드업에 충실했다. 그렇다면 《언솔드》는 어떨까. 《언솔드》는 전편과 다르게 빌런보다 조력자와 문제 해결 실마리에 정성을 들였다. 그렇다고 해서 위기나 갈등이 없다는 건 아니다. 주인공 삼인방에게 세상은 언제나 위기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 위기를 막아낼 수 있는 방패 조각을 하나둘 모으는 과정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는 막막하기만 했던 《언홀리》보다 숨통이 트였던 편이라고 생각한다. 적당한 긴장감을 주되 이 답도 없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줌으로써 뒷내용을 더 궁금하게 만들었다고나 할까. 거기다 마지막에 강력한 무기를 가지게 되었으니, 앞으로 어떻게 이야기가 진행될지 감도 안 잡히고 흥미진진하기만 하다.


▶ 매력적인 새 캐릭터의 등장!

등장인물이 포화상태인 지금, 더 이상 새로운 캐릭터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측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 새로운 등장인물은 그레이스와 아전트 남매다. 아전트는 전형적인 사고뭉치로 영악함과 포악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사실 여느 빌런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악역이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인물은, 단연 그레이스다. 가족들에게 ‘정박아’라는 소리를 듣고, 동생에게 무시당하는 그녀지만, 뒤로 갈수록 대단한 두뇌의 소유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특히, 중후반부에 들어서부터는 주인공들이 위험에 처할 때마다 기지를 발휘해 상황을 빠져나가는 데 도움을 주는데, ‘천재 아냐?’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큰 리스크를 가지고 있는 인물임에 틀림없지만 부디 그녀가 끝까지 안전하게 우리 주인공들과 함께해 줬으면 좋겠다.




▶ 글이 길게 이어지면 내용이 힘을 잃기 마련이다. 때론 산으로 가기도 하고, 때론 말도 안 되는 억지성 주장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런데 《언솔드》는 우직하게 앞으로 나아간다. 작가는 그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집어넣지 않고 허투루 지나치지 않는다. 거기다 강약조절은 어찌나 잘하는지 잠시라도 긴장감을 풀지 못하게 만든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게 만드는 것 또한 그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 편인 《언디바이디드》가 기대된다. 삼인방은 어떤 활약을 보여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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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홀리 : 무단이탈자의 묘지 언와인드 디스톨로지 2
닐 셔스터먼 지음, 강동혁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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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완벽에 집착하는 현대 사회가 만들어낸 비극

야구선수의 팔과 육상선수의 다리, 수영선수의 심장, 이과문과예술 천재들의 두뇌, 다양한 인종의 피부. 좋고 훌륭하다고 여겨지는 인간의 부위들을 모두 합친 것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우리의 기대만큼 완벽하고 매혹적일까. 우리는 이것을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당연히 불가능하다고 여길지도 모른다. 그러나 소설, 언홀리에서만큼은 가능한 일이다.

 

전편 언와인드가 인간의 탐욕 때문에 생긴 언와인드들의 도피를 주제로 다루었다면, 언홀리는 문제아들의 신체 분리를 언와인드라는 말로 곱게 포장한 어른들의 탐욕과 욕심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아이들만 남기기 위해, 자신들의 더 나은 신체 및 두뇌 상태를 위해,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탄생한 언와인드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그야말로 충격과 경악 그 자체다.

 

그래서일까. 형체 있는 어른들의 탐욕에 맞서는 10대들의 이유 있는 반항과 노력이 짠하고 눈물겹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 순식간에 벌어지는 갖가지 사건에 대응하는 아이들에게 몰입하고 휩쓸리고 응원하게 되는 게 이 책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 치밀함

작가인 닐 셔스터먼은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쓰지 않는다. 스치듯 등장했던 등장인물이나 대사도 그가 우리에게 남긴 복선일 수 있기에 잠시도 눈을 떼서는 안 된다. 가령 언와인드에 등장했던 인물이 키를 가진 인물로 다시 등장하기도 하고, 아무렇지 않게 언급되었던 대사가 알고 보니 꽤 중요한 말이었음이 드러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언와인드에 등장한 작은 조연들이 언홀리에서 살짝 언급되기도 하는데, 그걸 찾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예를 들어, 중간에 보라색눈을 가진 아이가 등장한다. 작가는 그 아이의 이름이 뭔지 어떤 일이 생겼는지 세세하게 다루지 않는다. 그저 보라색 눈이 색소에 의한 것이라고만 짧게 언급하는데, 이는 그녀가 언와인드에서 코너에게 같이 도망치자고 했다가 이내 배신한 여자친구 아리아나가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하게 만든다.

 

이런 식으로 가벼운 유희적 요소와 중요한 복선을 한데 뒤섞어 놓았기 때문에 집중해서 읽어야 더 빛을 발하는 책이다.

 

 

​▶ 끝없이 등장하는 빌런들

전편의 빌런이 그냥 커피였다면, 언홀리에 등장하는 빌런은 티오피다. 그런데 그게 한 명이 아니라 여럿이다. 차라리 억지로 만든 인물이라면 에이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텐데, 상황에 꼭 어울리고 필요한 인물들이라 사람을 더 격분하게 만든다.

 

어떻게 보면 언홀리는 다음 편을 위한 빌드업에 충실한 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다음 편에서 풀어야 할 수수께끼와 그 수수께끼를 풀 실마리를 잔뜩 남겨뒀으니 말이다. 그래서 읽는 내내 와 어떻게 이렇게까지 하지?’를 곱씹으며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속내를 가라앉히느라 고생했다. 이런 면에서 언솔드, 언디바이디드에 대한 기대치를 올리는 막중한 임무를 굉장히 잘 소화해 냈다고 생각한다.

 



의심과 반전과 긴장감의 연속

연속된 빌런의 등장으로 시종일관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이 이어진다. 그러나 긴장감이 계속 이어지면 어쩔 수 없이 피로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때 작가는 자양강장제와 피로회복제를 하나씩 툭툭 던져준다. 그걸 받아먹으며 연명하다 보면 어느새 끝자락에 다 도착한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다음 편을 위한 빌드업에 충실한 편답게 뭐 하나 시원하게 해결되는 건 없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해결되지 않은 것도 없다. 그저 아직 회수하지 않은 떡밥이 많을 뿐이다. 작가의 성격상 언솔드, 언디바이디드에서 제대로 회수할 가능성이 높기에 다음 책이 기다려지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앞으로 이어질 주인공들의 활약이 기대되면서도 이젠 제발 행복해지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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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와인드 : 하비스트 캠프의 도망자 언와인드 디스톨로지 1
닐 셔스터먼 지음, 강동혁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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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신체가 '해체'될 위기에 처한 아이들의 처절하고 간절한 생존기

 

📖

보호자의 동의만 있다면 13~18세 청소년들이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신체 모든 부위를 기증해야만 하는 세계. 세상은 그들을 언와인드라고 부른다.

문제아인 코너, 고아인 리사, 태어나기 전부터 신께 바치는 십일조로 정해진 레브. 우연한 사고로 한자리에 모인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 친다. 과연 그들은 언와인드라는 운명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분해하는 어른들, 분해되는 아이들

낙태법금지를 주장하는 생명군과 산 사람을 위해 태아의 조직을 사고파는 선택단의 전쟁이 낳은 결과가 언와인드. 그들은 새롭게 만들어진 생명법을 굉장히 마음에 들어 했는데, 그 이유는 언와인드가 양측 모두의 조건을 만족시켰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죽이지 않고누군가를 살릴 수 있으니 이 얼마나 효율적이고 획기적인 일인가!


책을 덮고 나서 한참이나 멍해 있었다. 쉴 새 없이 휘몰아치는 이야기를 따라잡느라 급급할 때는 미처 몰랐던 감정이 마치 둑이 터지는 것처럼 한순간에 쏟아져 나왔다.

어떻게 멀쩡한 사람의 신체를 분해해서 다른 사람에게 기증할 생각을 하지?’

보호자가 뭐라고 아이들의 의사도 물어보지 않고 행동하는 거지?’


책을 읽을 때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는 감정이 제일 강했다면, 다 읽고 나서는 분노와 원망과 미안함과 먹먹함과 대견함이 한데 섞여 들었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에 생명이란 과연 무엇인가하는 질문이 남았다. 생명이 중시되지 않은 적은 없었다. 다만, 시대에 따라서 상황에 따라서 나라 결정권자나 권력자 들에 따라서 다르게 다루어졌을 뿐이다. 결국 책이 말하고자 하는 건 우리 입맛에 따라 바뀌는 생명의 의미가 아니라 그 근본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13~18세일까?

계속해서 궁금했다. 나라의 권력권자들이 해당하는 나이, 경제에 참여하는 나이 등등을 제외하면 20세 미만의 아이들이 남는데, 왜 하필 13~18세의 청소년들이 대상자가 되었을까 하는. 그러다가 깨달았다. 보호자라는 이유로 아이의 생명권을 쥐고 있는 이들이 지독하게 악의적인기회를 준 거라는 사실을 말이다.


모범생인지 아닌지,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순종적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시간이 필요했던 거다. 자신들의 기준에 부합하면 아이는 언와인드당하지 않고 일반적인 인생을 살 수 있다. 그래서인지 언와인드는 문제아나 사회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아이들을 청소하는 일에 더 가깝다는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자기 몸에 대한 결정권이 없는 아이들이 희생되어야 한다니. 정말이지 끔찍하기 짝이 없는 세상이다.

 

 

주인공들의 관계성 맛집, 성장 맛집

책에는 다양한 사람이 등장하고, 그들의 관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 중심에는 주인공인 코너와 리사, 레브가 자리한다. 그들은 고작 16, 15, 13살의 어린아이들이다. 그런 아이들이 언와인드당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떠나는 여정은 고달플 수밖에 없다.

보호자의 울타리 안에서는 경험해 보지 못했던 지독한 현실 앞에서 아이들은 빠르게 성장한다. 불과 같은 성격의 코너는 감정을 다스릴 줄 알게 되고, 순진한 부잣집 도련님이었던 레브는 세상 물정에 밝아졌다. 그리고 리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똑부러진다.

우연한 사고로 만나게 되어 수많은 일을 겪으면서 발전하는 세 명의 관계성은 몇 마디 말로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하지 않다. 친구를 뛰어넘어 진정한 가족보다 더 애틋한 느낌마저 드는 관계의 변화는 보는 이로 하여금 코끝이 찡해지게 만든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생겨나는 아이들의 관계성과 성장 과정만으로도 책을 볼 이유는 충분하다.

 

 

한 줄 요약

신체가 분리될 예정인 아이들의 용감한 반란을 응원하게 되는 이야기

 

 

이런 분들께 추천!

1. 미드처럼 푹 빠져서 볼 소설을 찾는 분

2. 재미와 의미,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고 싶은 분

3. 떡밥 제대로 회수하는 이야기를 읽고 싶은 분

4.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관계성 맛집을 찾는 분

5. 큰 스케일, 색다른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 성장 소설을 찾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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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용혜 안전가옥 쇼-트 32
김진영 지음 / 안전가옥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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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은 과연 누구인가

외적인 이유 때문에 괴물이라고 불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추악한 내면 때문에 괴물이라고 불리는 사람이 있다. 현실에서는 슬프게도 전자가 압도적으로 많을 거다.

그렇다면 책 제목에 명시된 것처럼 괴물이라고 불리는 용혜는 어떤 괴물일까. 괴상한 식욕을 가진 괴물. 온몸에 정체불명의 붉은 반점이 있는 괴물. 그러나 누구보다 인간성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괴물. 이런 사람을 우리는 괴물이라고 할 수 있을까.

 

반면, 용혜와 대척점에 있는 재현은 어떤 사람일까. 과거에 매몰되어 진실을 호도하고 왜곡하는 사람. 자신이 가진 혐오와 폭력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사람. 자신을 위해서라면 타인의 희생 따위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사람. 이런 괴물을 우리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흔한 원인, 흔하지 않은 이야기

사실, 용혜가 괴물이 된 이유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여느 소설에나 등장하는 흔하디흔한 이유이기 때문이다. 만약 여기서 이러저러해서 괴물이 되었습니다!’하고 끝났다면 이 책은 읽는 것조차 시간이 아까운 책이 되었을 거다. 그러나 흔한 원인과 그렇지 않은 결말, 그리고 그 결말이 불러온 비극이 특별하다 못해 심상치 않은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책을 덮을 즈음이면 흔한 원인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저 마음을 휩쓸고 간 책의 강렬함만이 자리한다.

 


용혜, 용혜, 용혜

사실 한국 소설에서 여자 캐릭터가 독립적이고 독자적인 존재로 그려진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약간의 답답함과 어리석은 행동을 저지르는 여자 캐릭터들이 지금도 존재해서 속을 뒤집어 놓을 때가 있다.

 

그렇다면 괴물, 용혜의 원탑이자 메인롤인 용혜는 어떨까. 그녀는 이식증을 앓으면서도 회식을 마다하지 않는 사회성을 가지고 있고, 이식증의 진실을 알기 위해 행동할 줄 아는 강단도 있으며, 누군가를 보호하되 연민에 끌려다니지 않는 단호한 면도 가진 사람이다. 답답함을 유발하지 않는 것만 해도 반길 일인데, 자신의 문제를 정확히 알고 스스로 해결에 나서는 캐릭터라니. 두 팔 벌려 대환영이다. 야호! 자신의 상황에 절망하지 않고 꿋꿋하고 묵묵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은 돌이킬 수 있는의 주인공 윤서리와 많이 닮아 있다.

 

 

다양한 인간 군상

책이 용혜 그 자체라면, 용혜를 빛나게 하는 조연들 역시 다수 존재한다. 그들은 주위 어딘가에 있을 것처럼 굉장히 평범한 모습을 하고 있다. 동정심으로 선함을 베풀다가도 형체 없는 공포감에 사로잡혀 히스테릭하게 변하기도 하고, 성공에 눈이 멀어 자기 행동이 범죄임을 인지하지 못하기도 한다.

 

자기 말이 무조건 진실이라고 믿는 최고 빌런 재현은 어떤가. 우리는 이미 이런 종류의 인간을 수도 없이 만나봤다. 학교에서, 회사에서, 사회에서, 기사에서. 혹은 집에서. 그래서일까. 이렇듯 대다수의 등장인물이 현실적이라서 보는 내내 고통스러웠다. 영화감독이자 작가인 저자가 사람에 대해 굉장히 많은 연구를 했고 그 내면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게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으스스하게 시작해 화끈하게 마무리

극초반 부분을 읽을 때 심장이 쫄깃해진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책이 주는 공포감이 엄청났다. 만약 이 텐션이 지속된다면 심장이 남아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다행히 그 부분을 지나면 주인공이 진실을 찾아가는 여정이 펼쳐지기 때문에 분위기는 180도로 확 바뀐다. 여기서부터는 공포감 대신 과하지 않은 긴장감이 자리한다. 이 기분 좋은 긴장감은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꽉 닫힌 결말로 달려갈 때까지 쭉 이어진다.

 

오늘같이 습도가 넘쳐나는 여름날, 읽기 딱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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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 기담 수집가 헌책방 기담 수집가
윤성근 지음 / 프시케의숲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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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자기가 있어야 할 곳을 알고 있기에

때론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여행한다."




📖

헌책방의 주인인 ‘나’는 책 찾기를 의뢰하는 손님에게 수수료 대신 책을 찾는 사연을 받는다. 의뢰인들이 책을 찾는 이유는 다양하다. 이루어지지 않은 첫사랑이 떠올라서, 사별한 아내가 그리워서, 돌아가신 아버지의 흔적을 느끼고 싶어서, 갑자기 행방불명된 친구를 기억하려고. 10년이 넘게 수집한 이야기 중 29가지의 사연을 담았다.


▶ ‘헌책방’이 주는 신비한 환상

나에겐 ‘헌책방’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몇 개 있다. 사람 한 명이 간신히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좁은 간격을 두고 나란히 서 있는 낡은 책장, 책장뿐만 아니라 바닥에 뭉텅이로 놓인 책들, 벽 쪽 서가에 세워진 짧은 다리, 책방 안을 부유하는 먼지들. 중학생 시절 자주 다녔던 헌책방의 이미지가 십여 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늘 어딘가에 책을 숨겨두고 쉬이 내어주지 않는 헌책방은 친절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귀찮다는 감정보다 재밌고 신난다는 감정이 더 컸던 것 같다. 아마도 보물찾기를 하는 기분이 들어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헌책방에 왜 그리 자주 갔냐고 물으면, 잘 모르겠다. 그냥 사람들의 손때가 묻은 책이 좋았나 보다. 그땐 하얗고 반질반질한 새 책보다 누렇게 바란 종이가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낡은 책이 주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었다. 책 사이에 있을지도 모르는 편지, 메모, 지도. 더 나아가 알라딘의 지니처럼 소원을 들어주는 존재가 튀어나오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해 보기도 했다. 오래된 책에 담긴 신비한 힘. 이것만큼 나를 가슴 떨리게 하는 것도 없었다. 그러나 중학생 내내 다녔던 헌책방에서 열심히 책을 구매했지만 지니를 만나는 일도, 내가 해리포터가 되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나마 잘 나온다는 메모조차도 발견한 적 없었지만 나는 낡고 투박한 헌책방을 애정했다.


▶ 헌책방과 올드한 문체가 만나 완성된 시너지 효과

‘헌책방’이라는 단어가 주는 특유의 느낌이 있다. 요즘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찾는 힙함이나 세련된 것과는 거리가 멀지만, 안정적이고 따뜻하고 아늑한 그런 느낌. 실제로 곳곳에서 사람들의 흔적이 느껴지는 헌책방은 없던 추억도 생기게 할 것만 같다. 반면, 새로움보다 오래된 느낌이 강한 건 사실이다. 그래서일까? 내 편견일 수 있지만 읽는 내내 오래전에 출간한 책을 읽는 기분이었다. 그 이유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절판된 도서 찾기를 의뢰하는 이들의 연령대가 높다 보니 사연의 배경이 7, 80년대인 에피소드가 많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의뢰인과 저자의 대화를 포함한 전체적인 문장이 약간 올드하다는 점이다. 아마 전자의 이유가 더 클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끝까지 읽은 건, 다른 책이었다면 불리하게 작용했을 올드한 문체가 ‘헌책방’을 배경으로 한 이 이야기와 너무나도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이 올드함은 사연을 더 생생하게 만들어줌으로써 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

▶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한 한정식을 한상 먹은 듯한 기분

십인십색. 세상에 참 다양한 타입의 사람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이런 류의 책을 읽을 때면 그 사실이 더 크게 와닿는다. 《헌책방 기담 수집가》의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추억을 소중히 간직할 줄 아는 사람들이지만, 읽다 보면 감동을 파괴하고 분노를 일으키게 만드는 빌런이 툭 튀어나온다. 물론 빈도수는 적다. 그러나 정말이지 딱밤 한 대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사람을 욱하게 만든다. 책에서 소개되는 사연들은 제목에 적힌 ‘기담’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너무도 잔잔하기 때문에 가뭄에 콩 나듯 등장하는 빌런이 거의 조커나 타노스, 모리어티 급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나쁜 새럼😡.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기담’이라는 단어를 보고 이 책에 끌렸다면 실망할 수도 있겠다. 기담보다는 마음이 뭉클해지거나 훈훈해지는 이야기들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기담’을 기대했으나 담담한 이야기들도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덕분에 긴장 풀고 편한 마음으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헌책방에 추억이나 환상을 가지고 있다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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