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 기담 수집가 헌책방 기담 수집가
윤성근 지음 / 프시케의숲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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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자기가 있어야 할 곳을 알고 있기에

때론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여행한다."




📖

헌책방의 주인인 ‘나’는 책 찾기를 의뢰하는 손님에게 수수료 대신 책을 찾는 사연을 받는다. 의뢰인들이 책을 찾는 이유는 다양하다. 이루어지지 않은 첫사랑이 떠올라서, 사별한 아내가 그리워서, 돌아가신 아버지의 흔적을 느끼고 싶어서, 갑자기 행방불명된 친구를 기억하려고. 10년이 넘게 수집한 이야기 중 29가지의 사연을 담았다.


▶ ‘헌책방’이 주는 신비한 환상

나에겐 ‘헌책방’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몇 개 있다. 사람 한 명이 간신히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좁은 간격을 두고 나란히 서 있는 낡은 책장, 책장뿐만 아니라 바닥에 뭉텅이로 놓인 책들, 벽 쪽 서가에 세워진 짧은 다리, 책방 안을 부유하는 먼지들. 중학생 시절 자주 다녔던 헌책방의 이미지가 십여 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늘 어딘가에 책을 숨겨두고 쉬이 내어주지 않는 헌책방은 친절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귀찮다는 감정보다 재밌고 신난다는 감정이 더 컸던 것 같다. 아마도 보물찾기를 하는 기분이 들어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헌책방에 왜 그리 자주 갔냐고 물으면, 잘 모르겠다. 그냥 사람들의 손때가 묻은 책이 좋았나 보다. 그땐 하얗고 반질반질한 새 책보다 누렇게 바란 종이가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낡은 책이 주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었다. 책 사이에 있을지도 모르는 편지, 메모, 지도. 더 나아가 알라딘의 지니처럼 소원을 들어주는 존재가 튀어나오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해 보기도 했다. 오래된 책에 담긴 신비한 힘. 이것만큼 나를 가슴 떨리게 하는 것도 없었다. 그러나 중학생 내내 다녔던 헌책방에서 열심히 책을 구매했지만 지니를 만나는 일도, 내가 해리포터가 되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나마 잘 나온다는 메모조차도 발견한 적 없었지만 나는 낡고 투박한 헌책방을 애정했다.


▶ 헌책방과 올드한 문체가 만나 완성된 시너지 효과

‘헌책방’이라는 단어가 주는 특유의 느낌이 있다. 요즘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찾는 힙함이나 세련된 것과는 거리가 멀지만, 안정적이고 따뜻하고 아늑한 그런 느낌. 실제로 곳곳에서 사람들의 흔적이 느껴지는 헌책방은 없던 추억도 생기게 할 것만 같다. 반면, 새로움보다 오래된 느낌이 강한 건 사실이다. 그래서일까? 내 편견일 수 있지만 읽는 내내 오래전에 출간한 책을 읽는 기분이었다. 그 이유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절판된 도서 찾기를 의뢰하는 이들의 연령대가 높다 보니 사연의 배경이 7, 80년대인 에피소드가 많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의뢰인과 저자의 대화를 포함한 전체적인 문장이 약간 올드하다는 점이다. 아마 전자의 이유가 더 클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끝까지 읽은 건, 다른 책이었다면 불리하게 작용했을 올드한 문체가 ‘헌책방’을 배경으로 한 이 이야기와 너무나도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이 올드함은 사연을 더 생생하게 만들어줌으로써 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

▶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한 한정식을 한상 먹은 듯한 기분

십인십색. 세상에 참 다양한 타입의 사람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이런 류의 책을 읽을 때면 그 사실이 더 크게 와닿는다. 《헌책방 기담 수집가》의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추억을 소중히 간직할 줄 아는 사람들이지만, 읽다 보면 감동을 파괴하고 분노를 일으키게 만드는 빌런이 툭 튀어나온다. 물론 빈도수는 적다. 그러나 정말이지 딱밤 한 대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사람을 욱하게 만든다. 책에서 소개되는 사연들은 제목에 적힌 ‘기담’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너무도 잔잔하기 때문에 가뭄에 콩 나듯 등장하는 빌런이 거의 조커나 타노스, 모리어티 급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나쁜 새럼😡.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기담’이라는 단어를 보고 이 책에 끌렸다면 실망할 수도 있겠다. 기담보다는 마음이 뭉클해지거나 훈훈해지는 이야기들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기담’을 기대했으나 담담한 이야기들도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덕분에 긴장 풀고 편한 마음으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헌책방에 추억이나 환상을 가지고 있다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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