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용혜 안전가옥 쇼-트 32
김진영 지음 / 안전가옥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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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은 과연 누구인가

외적인 이유 때문에 괴물이라고 불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추악한 내면 때문에 괴물이라고 불리는 사람이 있다. 현실에서는 슬프게도 전자가 압도적으로 많을 거다.

그렇다면 책 제목에 명시된 것처럼 괴물이라고 불리는 용혜는 어떤 괴물일까. 괴상한 식욕을 가진 괴물. 온몸에 정체불명의 붉은 반점이 있는 괴물. 그러나 누구보다 인간성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괴물. 이런 사람을 우리는 괴물이라고 할 수 있을까.

 

반면, 용혜와 대척점에 있는 재현은 어떤 사람일까. 과거에 매몰되어 진실을 호도하고 왜곡하는 사람. 자신이 가진 혐오와 폭력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사람. 자신을 위해서라면 타인의 희생 따위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사람. 이런 괴물을 우리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흔한 원인, 흔하지 않은 이야기

사실, 용혜가 괴물이 된 이유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여느 소설에나 등장하는 흔하디흔한 이유이기 때문이다. 만약 여기서 이러저러해서 괴물이 되었습니다!’하고 끝났다면 이 책은 읽는 것조차 시간이 아까운 책이 되었을 거다. 그러나 흔한 원인과 그렇지 않은 결말, 그리고 그 결말이 불러온 비극이 특별하다 못해 심상치 않은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책을 덮을 즈음이면 흔한 원인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저 마음을 휩쓸고 간 책의 강렬함만이 자리한다.

 


용혜, 용혜, 용혜

사실 한국 소설에서 여자 캐릭터가 독립적이고 독자적인 존재로 그려진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약간의 답답함과 어리석은 행동을 저지르는 여자 캐릭터들이 지금도 존재해서 속을 뒤집어 놓을 때가 있다.

 

그렇다면 괴물, 용혜의 원탑이자 메인롤인 용혜는 어떨까. 그녀는 이식증을 앓으면서도 회식을 마다하지 않는 사회성을 가지고 있고, 이식증의 진실을 알기 위해 행동할 줄 아는 강단도 있으며, 누군가를 보호하되 연민에 끌려다니지 않는 단호한 면도 가진 사람이다. 답답함을 유발하지 않는 것만 해도 반길 일인데, 자신의 문제를 정확히 알고 스스로 해결에 나서는 캐릭터라니. 두 팔 벌려 대환영이다. 야호! 자신의 상황에 절망하지 않고 꿋꿋하고 묵묵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은 돌이킬 수 있는의 주인공 윤서리와 많이 닮아 있다.

 

 

다양한 인간 군상

책이 용혜 그 자체라면, 용혜를 빛나게 하는 조연들 역시 다수 존재한다. 그들은 주위 어딘가에 있을 것처럼 굉장히 평범한 모습을 하고 있다. 동정심으로 선함을 베풀다가도 형체 없는 공포감에 사로잡혀 히스테릭하게 변하기도 하고, 성공에 눈이 멀어 자기 행동이 범죄임을 인지하지 못하기도 한다.

 

자기 말이 무조건 진실이라고 믿는 최고 빌런 재현은 어떤가. 우리는 이미 이런 종류의 인간을 수도 없이 만나봤다. 학교에서, 회사에서, 사회에서, 기사에서. 혹은 집에서. 그래서일까. 이렇듯 대다수의 등장인물이 현실적이라서 보는 내내 고통스러웠다. 영화감독이자 작가인 저자가 사람에 대해 굉장히 많은 연구를 했고 그 내면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게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으스스하게 시작해 화끈하게 마무리

극초반 부분을 읽을 때 심장이 쫄깃해진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책이 주는 공포감이 엄청났다. 만약 이 텐션이 지속된다면 심장이 남아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다행히 그 부분을 지나면 주인공이 진실을 찾아가는 여정이 펼쳐지기 때문에 분위기는 180도로 확 바뀐다. 여기서부터는 공포감 대신 과하지 않은 긴장감이 자리한다. 이 기분 좋은 긴장감은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꽉 닫힌 결말로 달려갈 때까지 쭉 이어진다.

 

오늘같이 습도가 넘쳐나는 여름날, 읽기 딱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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