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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솔드 : 흩어진 조각들 ㅣ 언와인드 디스톨로지 3
닐 셔스터먼 지음, 강동혁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7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아무것도 못 보고 앞으로만 달리다 보면,
뭔가 치게 마련이야.”
▶ 어둠을 밝히는 등불
《언와인드》, 《언홀리》에 이어 《언솔드》에도 악당과 시련이 폭풍우처럼 쏟아져 내린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 우산이 되어주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대체로 평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위험에 빠진 이들을 받아주고 숨겨주고 챙겨준다. 별다른 대가를 요구하지도 않고 말이다. 그들은 마치 길잡이 역할을 하는 북두칠성 같다. 이런 사람들 덕분에 주인공 삼인방이 길을 잃지 않고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 이기주의가 만들어낸 최악의 제도
책의 내용이 진행될수록 ‘언와인드’에 대한 의미와 인식의 변화도 함께 그려진다. 처음에는 이식을 받지 못한 자들의 건강을 위해 언와인드가 꼭 필요한 것처럼 말했다면, 지금은 사람들의 허영심을 채우는 수단이 되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가령, 탈모로 고민한다면 모발이 풍성한 두피를 구매하면 되고, 피아노를 잘 치고 싶으면 손을 바꾸면 되고, 머리가 안 좋으면 뛰어난 두뇌로 갈아 끼면 된다는 식이다.

그뿐인가.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을 강제로 납치, 언와인드하는 ‘장기 해적’의 활동도 두드러진다. 책속에서 그들은 무법자나 다름없다. ‘언와인드’ 대상자가 아닌 이들을 납치해도 괜찮기 때문이다. 그들은 곧 언와인드되어 그 어떤 증거도 남기지 않고 사라져버릴 테니까.
‘언와인드’ 대상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납치당해 언와인드되면 끝인 세계. 이보다 더 잔인한 곳이 어디 있을까.
▶ 빛이 보이기 시작하는 긴 터널의 끝
《언와인드》가 ‘언와인드’라는 존재를 알리고 문제를 제기했다면, 《언홀리》는 사건과 사고, 빌런들이 끝도 없이 쏟아짐과 동시에 빌드업에 충실했다. 그렇다면 《언솔드》는 어떨까. 《언솔드》는 전편과 다르게 빌런보다 조력자와 문제 해결 실마리에 정성을 들였다. 그렇다고 해서 위기나 갈등이 없다는 건 아니다. 주인공 삼인방에게 세상은 언제나 위기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 위기를 막아낼 수 있는 방패 조각을 하나둘 모으는 과정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는 막막하기만 했던 《언홀리》보다 숨통이 트였던 편이라고 생각한다. 적당한 긴장감을 주되 이 답도 없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줌으로써 뒷내용을 더 궁금하게 만들었다고나 할까. 거기다 마지막에 강력한 무기를 가지게 되었으니, 앞으로 어떻게 이야기가 진행될지 감도 안 잡히고 흥미진진하기만 하다.
▶ 매력적인 새 캐릭터의 등장!
등장인물이 포화상태인 지금, 더 이상 새로운 캐릭터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측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 새로운 등장인물은 그레이스와 아전트 남매다. 아전트는 전형적인 사고뭉치로 영악함과 포악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사실 여느 빌런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악역이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인물은, 단연 그레이스다. 가족들에게 ‘정박아’라는 소리를 듣고, 동생에게 무시당하는 그녀지만, 뒤로 갈수록 대단한 두뇌의 소유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특히, 중후반부에 들어서부터는 주인공들이 위험에 처할 때마다 기지를 발휘해 상황을 빠져나가는 데 도움을 주는데, ‘천재 아냐?’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큰 리스크를 가지고 있는 인물임에 틀림없지만 부디 그녀가 끝까지 안전하게 우리 주인공들과 함께해 줬으면 좋겠다.

▶ 글이 길게 이어지면 내용이 힘을 잃기 마련이다. 때론 산으로 가기도 하고, 때론 말도 안 되는 억지성 주장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런데 《언솔드》는 우직하게 앞으로 나아간다. 작가는 그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집어넣지 않고 허투루 지나치지 않는다. 거기다 강약조절은 어찌나 잘하는지 잠시라도 긴장감을 풀지 못하게 만든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게 만드는 것 또한 그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 편인 《언디바이디드》가 기대된다. 삼인방은 어떤 활약을 보여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