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전 시집 : 건축무한육면각체 - 윤동주가 사랑하고 존경한 시인 전 시집
이상 지음 / 스타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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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서 이런저런 교양 예능 채널을 돌리다가 이상 시인에 대해 다루는 장면을 보았다.

오감도 같이 도통 읽어도 무슨 소린지 모를 시로 유명한 이상 작가의 작품들을 물리학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워낙 난해하기로 유명하다보니 학교에서도 시인의 이름이나 시, 수필 한 두 작품에 대해 언급만 하는 수준으로 간단히 배우고 넘어갔었는데 이렇듯 문과의 관점이 아니라 이과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이해할 수 있는 시라니 신선하고 재밌었다.

이후로 '궤도' 같은 과학 유튜버들의 영상들을 자주 접하면서 양자 역학에도 관심이 생기고 보니, 나는 21세기에 공교육을 이수하면서 현대 과학에 대해 어느정도 배웠음에도 암만 설명을 들어도 이해가 어려웠던 양자 물리학을 19세기의 사고 방식을 가진 이상이 도대체 어떻게 이해할 수 있었을까 더욱 흥미롭고 신기하게 느껴져 좀 더 그의 작품들을 찾아 읽고 싶어졌다.


그저 교양 과학 유튜브 몇 개 본게 전부일 뿐 물리학에 대한 조예라고는 1도 없기 때문인지 다시 찾아 읽은 이상의 시는 여전히 난해하고 어려웠다.

교과서에서는 그의 작품이 워낙 조금 소개되었던지라 이렇게 많은 시를 발표한 줄도 몰랐는데 그 중 (유일하게) 유명하고 많이 읽히던 오감도 시제 1호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오.(길은막다른골목이적당하오.)…'같은 시는 순전히 내 추측이지마는 우리가 말로써 소리내어 읽을수나 있기에 그나마 알려질 수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만들었다....

책 속에는 숫자나 점 기호 같은걸로 가득한데 해석은 커녕 도대체 어떻게 소리내어 읽는 것인지도 모를 시들이 가득했다. 오감도 시제4호 환자의용태에관한문제. 같은경우 당최 무슨 소리일까 궁금해서 뒤져본 결과 저 숫자들이 0으로 수렴하는 등비수열이라 죽음을 뜻한다는 해석을 찾았다. 꽤 그럴듯해 보인다.

역시 그의 시를 이해하려면 수학 물리학에 능통해야하나보다. 나와는 거리가 멀다.

삼차각설계도의 시 들을 보면 원자 양자 입체 방사 광자 질량 천체 같은 단어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어서 왜 물리학의 시선에서 이상의 시를 이해해보려는 시도가 나왔는지 알 것 같았다. 이게 1900년대 일제강점기에 쓰여진 시 들이라니 놀랍다. 물론 그 시기에 서양에서는 원폭 개발에 착수하는 등 물리학에 상당한 진척이 있던 때임을 알지만 지독한 수탈과 굶주림에 하루 앞을 생각하기 힘든 시기의 우리나라 지식인들도 그런 지식을 접할 여력이 있었을까 궁금했는데 이상 전 시집을 통해 당시 지식인들이 어떤 것을 접하고 있었는지를 살짝 엿본 느낌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나는 이해하기 어려운 그의 시 보다는 권 말미에 실린 이상의 수필과 소설이 내게 더욱 깊이 와닿았다. <날개> 같은 경우 수험공부를 하면서 많이 봤던 작품이지만 전문을 다 읽은 것이 아니라 언제나 부분만 읽었었고, 더군다나 내가 좋아 즐겨 읽은 것이 아니라 수험을 위해 억지로 읽은 것이었다보니 당시에는 감흥이 없었는데 이제와 읽어보니 좋은 문장들이 너무나 많다.

그때보다 나이를 먹어서 더욱 와닿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십대 시절에도 전문을 읽었다면 이상을 좀 더 좋아할 수 있었을까 궁금해진다. 어쩌면 매춘을 하는 아내 곁에 기둥서방 노릇하며 붙어있는 화자의 삶을 그린 것이라 교과서에 실리기엔 부적합 해보이기도 한다.

일부러 져 준다는 것조차가 어려운 일이다. 나는 왜 저 최서방의 조카처럼 아주 영영 방심 상태가 되어 버릴 수가 없나? 이 질식할 것 같은 권태 속에서도 사세한 승부에 구속을 받나? 아주 바보가 되는 수는 없나? 내게 남아 있는 이 치사스러운 인간이욕이 다시없이 밉다. 나는 이 마지막 것을 면해야 한다. 권태를 인식하는 신경마저 버리고 완전히 허탈해 버려야 한다. - '권태' 중

그들에게는 흥분이 없다. 벌판에 벼락이 떨어져도 그것은 뇌성 끝에 가끔 있는 다반사에 지나지 않는다. 촌동이 범에게 물려가도 그것은 맹수가 사는 산촌에 가끔 있는 신벌에 지나지 않는다. … 그들에게 희망이 있던가? 가을에 곡식이 익으리라. 그러나 그것은 희망이 아니다. 본능이다. 내일. 내일도 오늘 하던 계속의 일을 해야지. 이 끝없는 권태의 내일은 왜 그렇게 끝없이 있나? 그러나 그들은 그런 것을 생각할 줄 모른다. 간혹 그런 의혹이 전광과 같이 그들의 뇌리를 스치는 일이 있어도 다음 순간 하루의 노력으로 말미암아 잠이 오고 만다. 그러니 농민은 참 불행하도다. 그럼, 이 흉악한 권태를 자각할 줄 아는 나는 얼마나 행복된가. - '권태' 중

이상의 글들을 읽으면 일관되게 흐르는 감정들이 보인다. 권태, 무력감, 절망, 방황, 수치심 같은 것들이 그것이다.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시간은 끊임없이 흘러가는데 사회인으로서 내가 맡아야 할 역할은 찾을 길이 없고, 당시로선 치료할 수 없던 극심한 폐병으로 인해 시한부 인생을 살며 그가 느꼈을 좌절감이 작품 전체를 관통한다.

다른 사람들은 별 문제 없이 큰 고통 없이 그럭저럭 주어진 삶을 잘 살아내는 것 같은데 나 혼자만 삶의 이유를 찾지 못하고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한채 제자리에 주춤주춤 머물러 있는 것만 같고 무엇을 해야 좋을는지 도무지 모르겠는 막막한 심정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나 역시 느껴본 일 있다. 그런 절망감과 무력감을 아주 잘 표현하고 있는 것 같아 그의 글에 빠져들었다. 하물며 이상은 삭막한 일제강점기 속에 끔찍한 가난을 겪으며 살았고 건강 조차 좋지 않았으니 오죽했을까 싶었다.

소설과 수필을 읽고 다시 그의 시들을 읽으니 처음 시집을 펼쳤을 때와는 조금 감상이 달라졌다.

낙관이라곤 기대할 수 없는 암울한 상황 속에서, 실낱같은 희망과 다시금 덮쳐오는 절망이 계속 반복되는 것 같다.

여전히 그의 시를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한편으로는 꼭 완벽하게 시를 이해해야만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정답은 없으니까.

#이상 #이상전시집 #건축무한육면각체 #스타북스 #컬처블룸 #컬처블룸서평단 #시집 #수필 #단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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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A4 아트 포스터 컬렉션 (32장) 마블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MARVEL 지음 / 아르누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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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홀로그램 포스터 (https://blog.naver.com/allure0303/223180506684)에 이은 A4 아트 포스터 컬렉션도 도착했다☆

배송 완료 문자를 보는 순간 두근대는 심장을 감출수가 없었다 ㅠ ㅋㅋㅋ

포장을 벗기고 보니 인터넷에서 사진으로 본 것 보다 실물이 훨씬 이쁨!!!

보들보들 기분좋은 무광 바탕에 스파이더맨 부분만 코팅이 되어있어 퀄리티에 신경쓴 느낌이 확 난다.

레드와 블랙의 강렬한 색조합도 인상적임

총 32장이라 바인더가 제법 두툼하게 두께가 있는 편이다.

스파이더맨 유니버스 시리즈는 공통적으로 엄청나게 연출이 화려하고 생동감이 넘치는데

그런 분위기가 이 아트 포스터 속에도 잘 녹아들어있는게 느껴진다.

표지 일러스트 부터 역동적인 분위기 굿!

바인더를 열면 32장의 아트 포스터가 차곡차곡 들어있다.

포스터가 한 두 장이 아닌데 사이즈가 너무 커 버리면 휘어질새라 구겨질새라 보관하는데 이만저만 신경쓰이는게 아니었을텐데

A4 사이즈라 지나치게 크지 않아서 책꽂이에 다른 책들과 함께 세워두기에도 딱 적당한 크기로 제작되어

더욱 마음에 든다.

감각적이고 화려한 색감의 애니메이션 답게 포스터도 컬러감이 다채롭다.

비슷한 계통의 색상만 잔뜩 있으면 아무리 일러스트가 다양해도 단조로워보이거나 질릴 수 있었을 텐데

빨강 파랑 노랑 검정 분홍 총천연색 조합으로 꽉꽉 채워져있으니 눈이 즐겁다.

액자에 넣어 인테리어로 사용할때도 집 안 인테리어 컨셉에 따라 컬러 조합을 다양하게 할 수 있겠다.

포스터 재질은 빳빳한 마분지에 무광 코팅 인쇄한 느낌?

쉽게 구겨질것 같지 않고 제법 묵직한 느낌이 있다.

뒷면도 그냥 백지가 아니라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의 로고가 박혀있어서 예쁘다 ㅋㅋㅋ


하나같이 다 예뻐서 어쩔땐 이게 제일 예쁘고, 다시보면 저게 제일 예쁘고.... ㅋㅋㅋㅋㅋ

다채로운 포즈의 일러스터와 알록달록한 컬러가 볼 때마다 기분이 좋다.

스파이더맨의 팬이라면 후회없는 선택일 듯 하다.

#마블 #스파이더맨 #스파이더맨어크로스더유니버스 #컬처블룸 #컬처블룸서평단 #아트포스터 #A4포스터 #스파이더맨포스터 #인테리어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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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숫자
스콧 셰퍼드 지음, 유혜인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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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랑하는 아내를 폐암으로 떠나보내고, 은퇴 준비를 하던 런던의 오스틴 그랜트 형사는 은퇴를 한 달여간 앞두고 묘한 살인 사건을 담당하게 된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연구하는 교수, 동상을 조각하는 조각가, 단 한 곡의 히트곡만을 가지고 구석진 라이브 바에서 공연하는 한물간 퇴물 밴드의 보컬. 사는 지역도 이해관계도 성별·나이 조차 유사점이 전혀 없어보이는 피해자들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이마에 칼로 새겨진 로마숫자가 그것이다. 앞선 살인 사건에 대한 정보가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통된 표식을 가진 피해자가 하나 둘 추가되자 경찰은 이것이 연쇄살인임을 알게 된다. 충동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표식을 새기며 범행을 과시하는 듯한 범인의 행적으로 미루어 철저히 계획된 살인이며 피해자들을 고르는데에도 규칙이 있을 것이라 추정한 그랜트는 동생과의 대화 중에 살인마가 십계명에 따라 살인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작가가 지나치게 복선을 촘촘하게 깔아놓은 탓인지, 아니면 온갖 추리소설과 드라마 영화로 단련된 탓인지 소설 속 십계명 살인의 범인은 꽤 초반부터 예상이 갔고 그대로 적중했다. 범인이 누구일것이라 감으로 짚어낸 뒤로는 작가가 줄거리 속에 심어놓은 단서들이 끊임없이 눈에 들어온다. 범인이 누구인지나 살해 동기, 수법 등이 너무 적나라하게 들여다보이다보니 소설을 도중에 끝맺지 않기 위해 뻔히 특정되는 범인을 억지로 무시하려 하다보니 후반부 피해자(여덟번째, 아홉번째)들이 사망했을 때 경찰들이 보이는 행동들은 일반적인 상식선에서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무능해져버린다. 그러나 범인 알아맞추기와 관계없이 소설 자체의 흡입력은 좋았다. 소설의 저자 스콧 셰퍼드를 보니 25년이 넘는 경력의 베테랑 시나리오 작가 약력을 가지고 있던데 그래서인지 영상을 보는 듯 머릿속에 그려지는 몰입감이 괜찮았던 것 같다.

추리소설이라고 생각하면 약간 김빠질 수도 있지만 범죄 스릴러 소설이라고 했을때의 평가는 좋았다는 뜻이다. 사이코패스 십계명 살인마를 잡기 위해 런던과 뉴욕을 오가는 두 형사의 모습은 곧장 TV시리즈로 만들 수 있게 배우를 캐스팅 할 수 있을 정도로 이미지가 잘 그려졌다.

또한 미국과 영국을 살인의 무대로 담아내며 보여준 두 나라의 분위기와 문화 차이도 흥미로웠다.

두 나라 모두 가본 적 없는, 거의 지구 반대편에 살고 있는 나로서는 그저 '영미권'으로 퉁치며 '비슷하게 생긴 백인들이 똑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유사한 문화권의 나라'로 한데 묶어서만 생각했었는데 소설 속에서 묘사하고 있는 두 도시의 분위기나 두 형사의 대화를 읽어보면 영국과 미국은 서로 비슷하면서도 한편으론 꽤나 다른 나라임이 확연히 느껴진다. 그랜트와 프랭클 모두 각기 영국인, 미국인으로서의 뚜렷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어 음식 취향부터 관심 스포츠까지 차이나는 인물들의 미묘한 관계를 보는 것이 재밌었다. 높은 습도와 푹푹 찌는 더위에 짜증만 가득할 뻔 했던 여름밤을 조금이나마 달래주었던 소설이다.

#살인자의숫자 #스콧셰퍼드 #유혜인 #하빌리스 #컬처블룸 #컬처블룸서평단 #범죄소설 #미스터리소설 #서평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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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A3 홀로그램 포스터 #1 : 티저 마블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A3 포스터 1
MARVEL 지음 / 아르누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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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은 간촐하게 왔음에도 포스터 상태가 아주 좋았다.

돌돌 말리거나 한 채로 왔으면 상태 엉망이었을텐데

뒷면에 박스 같은 두꺼운 종이가 덧대어져서 조금의 상처나 구겨짐 없이 예쁘게 도착함!

비닐 뜯기도 전부터 벌써 영롱함....

포스터 재질은 꽤나 두껍고 톡톡해서

액자에 넣지 않아도 빳빳하니 각이 산다.

물론 액자에 넣으면 더 예쁠듯!

당장은 맞는 A3 사이즈 액자가 없어서 넣지 못했다 아쉽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홀로그램 포스터 A3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홀로그램 포스터 A3. 종이 질감 느껴보기

포스터 재질을 전하고 싶어서 동영상으로 찍어봤는데

그 느낌이 전달되려나 모르겠다.

손가락으로 퉁기는? 컷 보면 상당히 톡톡~ 빳빳한 느낌임을 알 수 있다.


홀로그램은 또 어찌나 영롱한지!

이건 GIF 움짤로 쪄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건 실물로 봐야하는 것인데..................

보는 각도마다 화려하게 번쩍번쩍인다.

처음엔 너무 색이 어두컴컴하지 않나 싶었는데 빛에 비추일때마다 예뻐 죽겠음.

퀄리티가 너무 좋다...


거꾸로 매달린(?) 마일스 양 옆으로

스파이더맨 뉴 캐릭터가 잔뜩.

전체적으로 색감이 어두워 언뜻보면 잘 안보이는데

홀로그램 각도에 따라서 캐릭터들이 확 살아난다.

액자가 없어 아쉬운대로

배송받을때 구겨지지말라고 덧대어져있던 박스 종이를 마스킹 테이프를 이용해 그대로 뒷면에 고정시켜서 책장 위에 세워두었다.

광택이 굉장해서 이렇게만 둬도 액자에 넣은 마냥 깨끗하다.

거실 오며가며 지날 때마다 홀린듯이 바라보는 중....

뛰어난 퀄리티로 제작되어 만족도가 높은 스파이더맨 :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포스터.

액자에 넣어서 장식해도, 그냥 벽에 붙여두어도 너무 예쁜 녀석이다. 최고!

#스파이더맨어크로스더유니버스포스터A3 #홀로그램포스터 #스파이더맨 #컬처블룸 #컬처블룸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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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딱 하나만 선택하라면, 운동 - 불안, 우울, 스트레스, 번아웃으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해
세라 커책 지음, 김잔디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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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아닌 이상에야 걷기는 운동이 아니지, 풀러닝이나 인터벌 달리기 정도는 되어야 운동'

'K-pop 댄스? 아이돌 방송 댄스는 재미로 하는거지 하나도 운동 안돼'

운동에 발을 들여보기도 전에 기를 꺾어버리는 멘트들, 평생 수없이 많이 들어왔고 나도 다른 이에게 전해주었던 말들.

정말 잠깐 짬내서 하는 유산소는 안하니만 못한걸까? 장애 없이 두 다리 멀쩡하고 젊은 신체를 가진 사람에게 걷기란 아무 의미도 없는걸까? 꾸준하게 하지 못하고 매번 작심삼일로 끝났던 운동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걸까?

확실한건 저런 조언들이 모처럼 결심했던 내 운동에 대한 열의에 매번 찬물을 끼얹었다는 사실이다. 큰 맘 먹고 시작했다가도 며칠 나태해지면 아이고 의미없다~ 하며 포기해버리길 수차례.

이 책의 저자인 세라 커책은 어린시절부터 또래들과 성격과 몸짓, 언어가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았고 거의 모든 행동을 교정하고 억누르는 유년기를 보냈으며 27세가 되어 자폐증 진단을 받았을 때는 심한 우울증과 불안장애에 시달리고 있었다. 우울증에는 운동이 좋다라거나 일단 무조건 운동을 시작해야 뇌도 그에 맞게 깨어난다는 등의 이야기는 흔히들 하지만 그 '운동 시작'이라는게 웬만치 힘든일이 아니다. 나름 멀쩡한(?) 정신과 몸을 가지고 있는 나도(스스로 몸과 마음이 건강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최소한 진단받은 병명은 없으니..) 운동하려는 마음을 먹는게 이다지도 어려운데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앓고 있는 저자는 오죽했으랴 싶다.

책에 따르면 심리 장애를 겪고 있는 환자들의 경우에는 운동을 하면서 오는 불안한 호흡이나 거친 심장박동이 공황 발작을 일으키는 순간의 느낌과 비슷해 운동에 큰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일단 무조건 운동부터 시작해. 네가 우울하고 아픈건 운동을 안해서 그래'가 얼마나 무책임한 이야기인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재미있게도 이 책에서는 끊임없이 독자에게 지금 하고 있는 운동이 당신에게 버겁고 어렵게 느껴진다면 당장 그만두라고 권한다. 분명 운동은 우리에게 많은 이점을 가져다주지만, 운동을 결심하는 단계에서부터 그것이 가져올 고되고 힘듦에 대해 심한 스트레스를 느낀다면 어차피 그 운동은 계속해서 지속할 수 없을 뿐더러 운동에 대해 나쁜 인식을 심어주어 내게 잘 맞을지도 모르는 다른 좋은 운동을 만날 기회 마저 죄다 날려버리게 만들 것이다.

지금 시작할 운동을 떠올리는것 만으로도 고통스럽다면 과감하게 그 운동은 던져버려야 한다. 침대 위에서 왕복으로 데굴데굴 굴러다닐 뿐이라도 스트레스 받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다면 차라리 그게 더 낫다. 침대에서 구르는 것도, 친구와 베개 싸움을 하는 것도, 집 앞 슈퍼에 다녀오는 것도, 집안일을 하는 것도, 하기싫은 운동과 세상을 욕하며 방구석에서 내 멋대로 섀도 복싱을 하는 것도 모두 운동이다. "힘들어야 운동" 이라는 말은 머릿속에서 지워버려야 한다.  


크리스는 늘 수업에 참석했지만 끝까지 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두 곡 정도 따라 하다가 바이크에서 내려와 스튜디오를 돌아다니고, 다시 와서 두 곡쯤 더 타다가 또 사라졌다. 나는 처음에는 혼란스러웠고 자존심도 상했다. 운동 계획을 짜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감히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다니! … 좀 이상하지만 훌륭한 방법이었다. 자신에게 확실히 맞는 방식으로 유산소와 근력 운동을 했으니까. 그는 강습실을 드나들면서 자신은 물론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았다. 방해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공간과 시간을 활용해서 원하는 운동을 했을 뿐이다. - 158 쪽

무산소와 유산소 비율은 어떻게 나누어야 하는지, 공복 운동의 효율, 무산소와 유산소 중 어느 것을 먼저해야 하는지 등을 신경쓰느라 아무것도 못하고 헤매일 바에는 상식과 다 어긋나더라도 내 마음대로 운동하는게 낫다. 운동에서 중요하게 생각해야할 것은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하는 것 뿐이다.

이 책은 그간 보아왔던 건강/ 피트니스 분야의 책들과는 다르게 우울증이나 불안으로 무기력한 사람이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가져야할 마음가짐에 대해 강조한다. 지나친 부담감으로 운동을 시작하는것 마저 버거웠다면 이 책을 읽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사람을 강제로 고양시키는 거창한 운동 장려 멘트들은 모두 잊고 내가 할 수 있는, 내게 잘 맞는 운동을 찾아보자. 운이 좋다면 <딱 하나만 선택하라면, 운동>에서 소개하는 운동들 가운데 나의 평생 운동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딱하나만선택하라면운동 #세라커책 #디자인하우스 #컬처블룸 #컬처블룸서평단 #우울증 #불안장애 #운동 #밑줄긋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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