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이며 절대적인 고양이 백과사전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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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맘때즈음 <개미>를 비롯해 <타나토노트>,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등의 책들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이번 신작 제목이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고양이 백과사전>인 것을 보고 그 시절 읽었던 그의 소설들이 떠올라 아주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작가와 제목만 보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펼쳐든 책을 다 읽은 뒤 나의 감상은 이거다.

- ' 이 사람 정말 대단한 고양이 과몰입 오타쿠구나. '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고양이 백과사전>은 전작들에 비해서는 덜 다큐스럽고 덜 딱딱한 문체다. 뭐 국내 소설이 아니기에 번역의 뉘앙스 차이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이 소설은 피타고라스라는 이름의 고양이의 입을 통해 전개된다. 피타고라스는 실험용 고양이 사육장에서 태어난 샴 고양이로, 인간과의 커뮤니케이션 실험에서 유일하게 미치지 않고 살아남은 실험체다. 피타고라스는 정수리에 삽입된 USB 단자로 인터넷에 연결 가능하고 그 곳에서 인간이 이룩한 문명을 학습한다. 이 책은 실험체 고양이 피타고라스가 인터넷을 통해 학습한 고양이들의 문화와 역사를 나름의 방식대로 정리한 백과사전이라는 설정이다.

감염병을 피해 런던을 떠나 울즈소프에 머물던 뉴턴이 어느 날 오후 나무 밑에서 낮잠을 자는데, 그가 키우던 암고양이 매리언이 나뭇가지에서 놀다가 그의 위로 떨어졌다. 깜짝 놀라 잠이 깬 뉴턴은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나무에 있던 매리언은 내 위로 떨어지는데 왜 달은 지구로 떨어지지 않지?> 이를 통해그는 물리학의 가장 위대한 발견 중 하나인 중력의 법칙을 추론해 냈다. 훗날, 역시 애묘가였던 프랑스의 작가 볼테르는 고양이를 사과로 바꿔서 뉴턴의 얘기를 사람들에게 전했다. - 본문 70 쪽 中

제목만치 이 책은 고양이에 대한 귀여운 상상력과 지식들로 가득 채워져있다. 책을 읽고 있노라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지극한 고양이 사랑이 절로 느껴진다. 고양이에 관한 적당한 사실과 허구를 자연스럽게 뒤섞어놓았는데 또 그를 뒷받침 하는 오래된 도판 그림이나 사진들을 잔뜩 수록해놓아 자료 구경하는 맛은 덤이다. 비록 철학적인 사유는 다소 떨어질지라도, 다채롭고 풍성한 고양이 에피소드만 해도 냥집사들이 즐겁게 소설을 감상하기에는 충분할 것이다.

책의 후반부로 갈 수록 작가의 '모두들 내 고양이 귀여운 것 좀 보세요!!!'가 느껴져서 웃음이 나왔다.

온갖 포즈의 고양이 사진이 잔뜩 실려 이건 흡사 고양이 화보집이라 불러도 좋을 정도다.

누가뭐래도 나는 고양이빠 보다는 개빠 이건만 고양이에 대한 팬심 충만한 글을 계속 읽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고양이에 대한 사랑이 샘솟는 듯 하다.

작가가 쓴 맺음말을 나도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개는 백스무 가지 인간의 어휘와 행동을 이해하고 배울 수 있다. 개는 열까지 셀 줄 알고 더하기나 빼기 같은 간단한 셈도 할 수 있다. 다섯 살짜리 인간 아이와 맞먹는 사고 능력을 지닌 셈이다.

반면 고양이는 숫자를 세거나 특정한 말에 반응하거나 인간이 하는 동작을 따라 하게 가르치려 들면 즉시 쓸데없는 짓에 허비할 시간이 없다는 의사 표시를 한다. 인간으로 치면……

쉰 살 성인과 맞먹는 사고 능력을 지닌 셈이다. - 본문 257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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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셀 아트북 : 현대 픽셀 아트의 세계
그래픽사 편집부 엮음, 이제호 옮김 / 아르누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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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픽셀 아트를 좋아하는 이유.

어릴 적 슈퍼마리오나 갤러그 같은 고전 게임을 하면서 자라 온 세대에게는 무척이나 친숙한 것이 픽셀 그림들이다. 그때는 지금처럼 마치 사진이나 실제 영화를 보는 듯한 고해상도 게임 따윈 없었다. 기술적 한계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단순하게 만들어진 픽셀 그림이 대다수를 차지했던 때였다. 픽셀 그림의 변천사와 거의 동시대를 보냈기 때문인지 나의 심미안도 자연스레 그것과 닮게 되어버린 것 같다.

어떤 예술들은 탄생 배경이나 담긴 사상등을 공부해야만 제대로 즐길 수 있는데, 픽셀 그림들은 이미 나에게 너무 익숙해서 굳이 그림을 받아들이려 별다른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내 마음 속에 쏙 들어오는 것이 좋다.

예전에는 기술적 제약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 픽셀 그림이었다면, 고해상도의 선명한 이미지를 재생할 수 있도록 기술이 진보하면서 픽셀 그림은 점점 예술의 영역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물론 지금도 아예 실용적 목적의 픽셀 그림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특히 손 안에 들어가는 작은 화면을 가진 모바일 게임 등에서 종종 만나볼 수 있다.

스마트 폰 이전 초창기 모바일 게임, 붕어빵 타이쿤 같은 류의 게임에서부터 시작해서 비교적 최근 게임을 이야기하자면 마인크래프트나 재배소년도 떠오른다. 정말 아무것도 없이 게임성이라고는 조그만 픽셀로 그려진 소년들을 하나하나 모으는게 전부였던 재배소년. 그래도 귀여운 캐릭들의 모션 도트 gif가 갖고 싶어서 엄청 열심히 플레이 했던 기억이 난다. 그 도트 이미지가 뭐라고 그렇게 수집욕을 자극하는지...

책을 열고 처음에는 깨알같이 작고 빽빽한 글씨와, 익숙한 도트 그림들에 반해 생소한 전문 용어들이 가득한 걸 보고 어떻게 읽어야할지 헤맸으나 내가 좋아하는 그림들 부터 마음가는데로 편하게 감상하기로 했다.

뭔지 모를 낯설고 어려운 소리들은 재쳐두고 픽셀 아트들을 보고 있자면 정말 기본적인 몇 개의 색상을 가지고 최대한 단순화 시켜서 그려낸 그림들임에도 불구하고 하나 하나 작가들의 개성이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것이 느껴진다. 아마 어지간히 센스 없는 사람일지라도 이 그림들을 따로 떼어내어 흩어놓은 뒤 같은 작가가 그린 그림끼리 분류해보라고 했을 때 쉽게 그것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작가 개개인들의 취향이 한껏 담긴 그림들을 감상하다보면 어느새 이 작가는 어떤 사람이기에 이 그림을 그렸을까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그 때 작가의 인터뷰를 하나씩 읽어보았다.

똑같이 적은 컬러와 낮은 화소의 픽셀을 사용한 그림이지만 어떤 작가의 작품은 아주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고, 어떤 작가는 강렬한 색의 대비로 위압감을 주기도 한다. 최근에는 레트로의 열풍 흐름 속에 더욱 도트 그림이 픽셀 아트의 영역으로 받아들여지게 된 만큼 평소 그다지 도트 그림에 관심이 없던 사람일지라도 BAN8KU, 세타모, ta2nb, soapH, APO+, umaaaaaa 같은 개성 넘치는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게 되면 픽셀 아트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지 않을까 싶다.

특히 어릴 적 도트 게임에 익숙했던 사람들에게 그 옛날 비디오 게임 속 필연적으로 저화질이었던 도트 그림에서 나아가 이제는 예술이 된 픽셀 아트를 한번쯤 음미해보는 것을 꼭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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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일기 - 빛나는 일상과 여행의 설렘, 잊지 못할 추억의 기록
윤정 지음 / 세나북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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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나 일기장에 그날 그날의 기분과 감상을 기록하듯이 쓴 책이기에 특정한 주제가 확실히 잡혀있지 않고 홈스테이 하던 집에서의 간단한 바베큐 파티를 다루다가, 다음 챕터에선 로마에서의 여행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한국에 있는 가족들을 초대했던 경험도 담겨있다.

어떻게보면 중구난방식으로 쓰여진 책이라 느껴질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가볍게 쓰여진 일상 기록이라 부담없이 읽으며 저자의 감상을 공감할 수 있어서 좋았다.

만약 내가 해외에 나간다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본 적은 그닥 없었는데, 저자가 한국어 강사 일을 하고 있다는게 왜인지 신선하게 느껴졌다. 생각해보면 연일 뉴스에서 K-POP이나 K 드라마의 영향으로 한국어의 위상이 나날이 높아진다며 보도해대는데 왜 한국어 원어민 강사의 수요가 있을거라고 떠올리지 못했나 싶다. 저자가 영국에서 머물렀던 기간은 코로나 유행과 겹친 시기였기에 대부분의 강의는 그녀의 방에서 원격으로 이루어진다. 컴퓨터 한 대만 두고 전 세계 여러 나라의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친다는건 멋지고 재미있어 보인다.

영국의 일반적인 가정식과 외식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한국인은 밥심이라는 말도 있고 안부 인사가 '밥은 먹었어?' 일 정도로 식사에 진심인 편인데 반해 영국은 저녁에나 차려먹지 아침 점심은 거르거나 간단한 시리얼 혹은 감자 칩으로 떼우곤 한단다. 아니 그렇게 먹고 생활이 가능한가? 뼛속까지 한국인인 나 역시 윤정의 감상에 공감하게 된다.

좌우지간 밥은 든든하게 먹어야지, 암

한국은 삼면은 바다로, 위는 북한 분단선으로 막혀있어 해외여행 한 번 하는게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건만 유럽은 마치 하나의 생활권처럼 엮여있어 한국인이 해외여행하는 것과는 비교도 안되는 가벼운 마음으로 휴가철마다 앞마당 마냥 이웃나라를 드나들 수 있다. 영국은 섬이긴 해도 프랑스와 연결된 기차도 있고, 비행기를 타더라도 20만원 정도면 충분하다.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영국에 있는 동안 그녀의 남자친구와 함께 로마를 여행한 윤정은 자연스레 로마와 영국의 분위기를 비교하고 그 감상을 담았다. 같은 유럽이라도 로마와 영국의 날씨는 천양지차로 달라서 한여름에도 20도 이상 웃도는 일이 거의 없는 영국에 반해 로마의 여름은 30℃에 달한다. 날씨 탓인지는 모르지만 서로 다른 날씨만큼 사람들의 분위기도 사뭇 다르다. 다소 무뚝뚝해보이는 런던 사람들이지만 이탈리아는 낯선 사람에게도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밝은 사람들이 눈에 띈다. 음식을 주문하고 계산하는 방법 같은 사소한 부분에서도 의외로 차이점들이 있다.

직접 여행하며 느낀 생생한 감상이라 읽으며 재미있었다.

#서평 #영국일기 #윤정 #세나북스 #컬처블룸 #컬처블룸서평단 #에세이 #영국 #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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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달걀 요리
쓰레즈레 하나코 지음, 가케히준 그림, 조수연 옮김 / 시그마북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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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하면서 가장 다루기 만만하면서 친숙한 재료는 계란이 아닐까 싶다

요리다운 요리라곤 한 번도 안해본 사람이라도

라면에 넣어먹는 정도는 해봤을 테니까 ㅋㅋㅋ

마찬가지로 우리집 냉장고에도 달걀이 늘 채워져있다

요리 잘 하지도 않고 이러다 다 상해서 버리는거 아닌가 싶게 오래 방치될 때도 있지만, 일단은.

그런데 이 달걀이라는 소재 한가지로만 파고들어간 요리책이 나왔다고 한다

제목부터가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달걀 요리> 란다

잘은 모르지만 달걀이라면 그냥 아무 요리에나 부재료로 깨넣으면 되는거 아닌가?

달걀을 이용한 요리로만 구성해서 책 한 권 분량이 나올 수가 있나?

너무 궁금한 마음에 책을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의 저자인 쓰레즈레 하나코는 그야말로 '달걀 덕후'다

매일 최소 두 알 이상의 달걀을 평생 먹어왔다고 한다

평생 안질리고 꾸준히 달걀을 먹는 사람이 쓴 달걀 요리책이라니 신뢰가 간다

요리책 치고는 책의 구성이 조금 귀여운데,

최고의 아이돌을 꿈꾸는 달걀을 그린 만화로 부터 시작한다

달걀은 그저 서브일 뿐이라는 스탭이 말을 듣고 상처받지만

하나코가 달걀 그 자체로 사랑 받을 수 있도록 요리해준다는 컨셉이다

달걀이 주제인만큼 아주 기초적인 달걀 다루는 법 부터 설명해주는 점이 마음에 들었는데

평생 장보러가면 달걀 깨질까봐 맨 위에 담았었는데

달걀은 세로로 받는 충격에 매우 강하기 때문에 장바구니 가장 아래에 깔아두는것이 오히려 안전하다는게 나에겐 충격이었다 ㅋㅋ

예전에 티비 예능에서 근육 빵빵한 머슬맨들도 세로로 눌러서는 달걀 절대 못깨는걸 보고

신기해서 온가족이 실험도 해봤으면서 왜 장바구니 맨 밑바닥에서는 못버틸거라고 생각했던걸까 ㅋㅋㅋ

지금 생각해보면 당연한건데.... ㅋㅋ

엄마랑 같이 마트 갔다가 짐이 너무 많아져서 둘이서 장바구니 한쪽씩 들고 오다 맨 위에 있던 달걀 깨먹은 적도 있었는데

이걸 진작에 알았으면 안깨먹었을걸...ㅠ

달걀하면 가장 흔하게 떠올리는 프라이나 오믈렛부터, 장조림, 카르보나라, 햄버거, 달걀 샌드위치,

앙카케 달걀밥, 스카치 에그, 달걀 튀김 등 다양한 요리가 실려있는데

대강 훑어봤을때 대체로 그리 어려워보이진 않았다

아무래도 저자가 일본인이라 일식이 많은데 집에 없을만한 재료라면 차조기 정도...?

나는 차조기를 별로 안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극혐하는 편에 속해서 있어도 안넣을 거지만 ㅎ

예전 일본 여행 갔을 때 먹어보고 편식이 심하긴해도 일단 입에 들어온건 다 먹는 내가

처음으로 입안에 있던걸 밥상에서 바로 뱉었던게 차조기였다 ㅋㅋ

화장품 같은 먹어선 안될 못먹을 인공물을 입에 넣은 느낌이었음

대강 차조기는 깻잎으로 대체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최근에 집에서 밥을 거의 안먹었더니

냉장고 대파 끝이 죄다 갈색으로 비틀어져있기도 해서....

너로 결정!

베이컨도 4장 꺼냈다

요리초보라 거의 김치볶음밥만 해봤는데 재료 이렇게만 들어가도 맛있을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앞으로 책에 실린 요리들을 하나씩 만들어봐야겠다

간단해보이는 달걀 요리들이 잔뜩 있는 것도 좋지만

달걀 요리하는데 구비해두면 좋은 요리도구라던지,

가장 맛있는 익기 정도로 달걀 삶는 법,

삶은 달걀 껍질이 잘 까지도록 삶는 법 등 댤걀의 기초도 실려 있어서 유용한 것 같다

당장 하나코가 소개한 삶은계란이 쉽게 까지도록 만들어준다는 달걀 타공기도 구매하고 싶었는데

일본 수입품 밖에 안보여서 참았다...

다이소 얼른 만들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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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그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7
조르주 상드 지음, 조재룡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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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주 상드는 쇼팽의 연인으로만 알고 있던 사람이었다. 최근에 읽었던 <어쩌다 클래식>이라는 책에서 몇 번 언급된 기억이 있어 그녀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게 없음에도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그녀와 그>는 조르주 상드가 알프레드 드 뮈세와의 이야기를 소설로 엮어낸 작품이다. 조르주 상드는 작 중 '테레즈 자크'로, 뮈세는 '로랑 드 포벨'로 등장한다. 등장인물들의 이름은 각색되었지만 대부분의 이야기는 실화를 거의 그대로 담고 있다고 한다. 초반에는 워낙 각주가 많고 친숙하지 않은 옛스러운 문체 탓에 읽는데 진도가 나가질 않아 독서에 앞서 상드가 어떤 사람이었는지에 대해 간단하게 찾아보았다. 지금에 와선 쇼팽의 이름이 우리에게 훨씬 더 친숙하지만 쇼팽과 조르주가 열애했던 당시에는 오히려 쇼팽은 무명의 음악가였고 조르주는 당대를 주름잡는 여류 작가였다고 한다. 아직까지도 남녀차별이 온전히 해소되지 않았는데 1800년대에는 오죽했을까. 그녀의 본명은 아망틴 뤼실 오로르 뒤팽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었지만 '조르주 상드'라는 남성 이름을 필명으로 작품 활동을 한다. 남장을 한채 사교계에 드나들며 수많은 예술가와 자유로이 교류했고, 수없이 많은 남자들과 교제해 정숙하지 못하다는 둥의 오명을 듣기도 했다. 여성 차별이 지금과는 비교도 되지않을만큼 심했던 시대에 당당히 남성들과 어깨를 견주고 자유롭게 예술 생활을 했다는 점은 대한민국 해방전후의 신여성 나혜석 화가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뮈세는 상드와의 2년 남짓한 불같은 사랑이 끝난 후, 1836년 그의 입장에서 그녀와의 사랑을 그린 자전소설 <세기아의 고백>을 발표한다. <세기아의 고백>이 출간된지 20여년이 흐르고 이번에는 상드의 입장에서 그와의 사랑을 그린 자전소설이 출간되는데 그것이 바로 이 <그녀와 그>이다. 비록 <세기아의 고백>은 읽어보지 못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남자들이 상드를 바라보며 자신만의 이상향을 제멋대로 정의해두곤 얼마나 징글맞도록 괴롭혀대는지가 절절히 느껴졌다. 로랑은 천재였지만 충동적이고 감정적이며 광적으로 타오르다못해 주변까지 피를 말리는 남자였다. 테레즈가 워낙 멋진 여성이었기에 많은 남자들이 그녀에게 목매는것이 이해되지않는것은 아니지만... 그 시대의 감성인지 아니면 예술가들만의 특별한 감성인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농도 짙은 감정교류를 하며 불꽃같은 삶을 산다고 느껴졌다. 작중 인물들이 서로 주고받는 서신들이 소설 속에 자주 등장하는데 이 편지들 덕에 테레즈나 로랑 등 극중 인물들이 사랑을 통해 어떤 고뇌를 하고 어떠한 감정을 느꼈는지가 더욱 깊게 와닿는 듯 했다.

'ㅋㅋㅋ' 없이는 카톡 한 줄 쓰기도 버거운 나는 편지글만 모아도 문학이 될 것만 같은 그들의 감성이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이런게 사랑이면 난 아직 사랑 못해봤어..

 

 

서글퍼요! 네. 이 아이는 밀로의 비너스 같은 사람을 애인으로 갖고 싶어 해요. 제 수호성인 성녀 테레즈의 숨결로 되살아난 비너스 말이에요. 아니, 오히려 이와 똑같은 여자는 오늘은 사포여야 하고 내일은 잔 다르크여야 할 겁니다. 그가 자신의 상상 속에서 저를 신성의 모든 속성을 가진 것으로 미화한 다음 날 눈을 뜨지 않을 거라고 믿었던 제게 저주가 있을 겁니다! 숭배를 격려하는 임무를 아무런 의심도 없이 받아들이려면 저는 아주 경박해져야 할 테지요! 하지만, 아닙니다, 저는 그렇지 않았어요. 어머에게 맹세해요! 저는 저 자신 따위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 본문 218쪽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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