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셀 아트북 : 현대 픽셀 아트의 세계
그래픽사 편집부 엮음, 이제호 옮김 / 아르누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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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픽셀 아트를 좋아하는 이유.

어릴 적 슈퍼마리오나 갤러그 같은 고전 게임을 하면서 자라 온 세대에게는 무척이나 친숙한 것이 픽셀 그림들이다. 그때는 지금처럼 마치 사진이나 실제 영화를 보는 듯한 고해상도 게임 따윈 없었다. 기술적 한계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단순하게 만들어진 픽셀 그림이 대다수를 차지했던 때였다. 픽셀 그림의 변천사와 거의 동시대를 보냈기 때문인지 나의 심미안도 자연스레 그것과 닮게 되어버린 것 같다.

어떤 예술들은 탄생 배경이나 담긴 사상등을 공부해야만 제대로 즐길 수 있는데, 픽셀 그림들은 이미 나에게 너무 익숙해서 굳이 그림을 받아들이려 별다른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내 마음 속에 쏙 들어오는 것이 좋다.

예전에는 기술적 제약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 픽셀 그림이었다면, 고해상도의 선명한 이미지를 재생할 수 있도록 기술이 진보하면서 픽셀 그림은 점점 예술의 영역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물론 지금도 아예 실용적 목적의 픽셀 그림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특히 손 안에 들어가는 작은 화면을 가진 모바일 게임 등에서 종종 만나볼 수 있다.

스마트 폰 이전 초창기 모바일 게임, 붕어빵 타이쿤 같은 류의 게임에서부터 시작해서 비교적 최근 게임을 이야기하자면 마인크래프트나 재배소년도 떠오른다. 정말 아무것도 없이 게임성이라고는 조그만 픽셀로 그려진 소년들을 하나하나 모으는게 전부였던 재배소년. 그래도 귀여운 캐릭들의 모션 도트 gif가 갖고 싶어서 엄청 열심히 플레이 했던 기억이 난다. 그 도트 이미지가 뭐라고 그렇게 수집욕을 자극하는지...

책을 열고 처음에는 깨알같이 작고 빽빽한 글씨와, 익숙한 도트 그림들에 반해 생소한 전문 용어들이 가득한 걸 보고 어떻게 읽어야할지 헤맸으나 내가 좋아하는 그림들 부터 마음가는데로 편하게 감상하기로 했다.

뭔지 모를 낯설고 어려운 소리들은 재쳐두고 픽셀 아트들을 보고 있자면 정말 기본적인 몇 개의 색상을 가지고 최대한 단순화 시켜서 그려낸 그림들임에도 불구하고 하나 하나 작가들의 개성이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것이 느껴진다. 아마 어지간히 센스 없는 사람일지라도 이 그림들을 따로 떼어내어 흩어놓은 뒤 같은 작가가 그린 그림끼리 분류해보라고 했을 때 쉽게 그것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작가 개개인들의 취향이 한껏 담긴 그림들을 감상하다보면 어느새 이 작가는 어떤 사람이기에 이 그림을 그렸을까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그 때 작가의 인터뷰를 하나씩 읽어보았다.

똑같이 적은 컬러와 낮은 화소의 픽셀을 사용한 그림이지만 어떤 작가의 작품은 아주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고, 어떤 작가는 강렬한 색의 대비로 위압감을 주기도 한다. 최근에는 레트로의 열풍 흐름 속에 더욱 도트 그림이 픽셀 아트의 영역으로 받아들여지게 된 만큼 평소 그다지 도트 그림에 관심이 없던 사람일지라도 BAN8KU, 세타모, ta2nb, soapH, APO+, umaaaaaa 같은 개성 넘치는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게 되면 픽셀 아트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지 않을까 싶다.

특히 어릴 적 도트 게임에 익숙했던 사람들에게 그 옛날 비디오 게임 속 필연적으로 저화질이었던 도트 그림에서 나아가 이제는 예술이 된 픽셀 아트를 한번쯤 음미해보는 것을 꼭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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