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슈퍼마리오나 갤러그 같은 고전 게임을 하면서 자라 온 세대에게는 무척이나 친숙한 것이 픽셀 그림들이다. 그때는 지금처럼 마치 사진이나 실제 영화를 보는 듯한 고해상도 게임 따윈 없었다. 기술적 한계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단순하게 만들어진 픽셀 그림이 대다수를 차지했던 때였다. 픽셀 그림의 변천사와 거의 동시대를 보냈기 때문인지 나의 심미안도 자연스레 그것과 닮게 되어버린 것 같다.
어떤 예술들은 탄생 배경이나 담긴 사상등을 공부해야만 제대로 즐길 수 있는데, 픽셀 그림들은 이미 나에게 너무 익숙해서 굳이 그림을 받아들이려 별다른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내 마음 속에 쏙 들어오는 것이 좋다.
예전에는 기술적 제약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 픽셀 그림이었다면, 고해상도의 선명한 이미지를 재생할 수 있도록 기술이 진보하면서 픽셀 그림은 점점 예술의 영역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물론 지금도 아예 실용적 목적의 픽셀 그림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특히 손 안에 들어가는 작은 화면을 가진 모바일 게임 등에서 종종 만나볼 수 있다.
스마트 폰 이전 초창기 모바일 게임, 붕어빵 타이쿤 같은 류의 게임에서부터 시작해서 비교적 최근 게임을 이야기하자면 마인크래프트나 재배소년도 떠오른다. 정말 아무것도 없이 게임성이라고는 조그만 픽셀로 그려진 소년들을 하나하나 모으는게 전부였던 재배소년. 그래도 귀여운 캐릭들의 모션 도트 gif가 갖고 싶어서 엄청 열심히 플레이 했던 기억이 난다. 그 도트 이미지가 뭐라고 그렇게 수집욕을 자극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