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의 글쓰기 - 일상에 당장 활용할 수 있는 만만한 글쓰기 요령 40
센다 다쿠야 지음, 이지현 옮김 / 책밥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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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하게나마 블로그도 운영하고 있는 입장이고 일적으로도 인사말 같은 이런저런 글을 써야할 일이 가끔 있어서

글을 잘 써보고싶은 욕구가 늘 마음 한 켠에 자리잡고 있었다.

사실 글을 잘 쓰고픈 욕망은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비단 글로 먹고 사는 이가 아닐지라도 일상생활 속에서 글을 써야할 일은 너무나 많다.

아름다운 영화나 멋진 소설을 읽었을 때,

그 감상을 마땅한 언어로 표현해낼 능력이 부족하다 느껴 답답했던 경험이 다들 한 번쯤은 있지 않을까.

회사에서 기획서를 쓸 때라거나 결혼식 축사를 쓴다거나,

연애편지 혹은 감사한 마음을 전달하는 편지를 쓸 때에도 글쓰기 능력은 필요하다.

<무적의 글쓰기>는 우리가 일상 속 쓰기에 당장 적용할 수 있는 글쓰기 요령을 소개하는 책이다.

 

결론부터 쓰지 않은 글은 시간을 잡아먹는 도둑이다. / '좀 더 구체적'이란 말은 수치와 고유명사를 제시하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손해 보험 회사, 경영 컨설팅 회사에서 근무했으며

사내 외에서 그의 글을 읽은 동료들의 무수한 칭찬과 매번 한 번에 통과하는 자신의 기획서를 보고

글쓰기에 재능이 있음을 느끼고 작가로 전향한 케이스이다.

비즈니스에서 통용되는 글쓰기를 많이 해본 까닭으로 이 책에서도

학교에서 배우는 원론적인 글쓰기 방식이 아니라 실무에서 필요한 글쓰기 방법을 제시해준다.

 

메일, 기획서, SNS 등 일상 글쓰기 요령을 알려주는 책.

책을 다 읽으니 결국 정답은 자신이 잘 모르는 것에 대해 억지로 쓰려하지 말고

평소 생각해온 바에 대해, 자신있는 분야에 대해서 쉬운 어휘를 사용해 즐거운 마음으로

무조건 많이!!! 써보는게 최선인 듯 하다.

책의 저자는 무슨 장르이든 천 번의 글 쓰기를 한 세트라고 생각해야한다고 했다.

보고서도 천 번, 기획서도 천 번, SNS 글도 천 번 정도 써봐야 어느정도 실력이 성장함을 느낄수 있다 한다.

무엇이든 잘하려면 많이 연습하는게 정답임을 알면서도 매번 쉬운길, 돌아가는 길을 찾으려했던 나를 반성하고

매일 조금씩 느리더라도 꾸준하게 글을 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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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모나 에프 그래픽 컬렉션
노엘 스티븐슨 지음, 원지인 옮김 / F(에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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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엘 스티븐슨, <니모나>

처음 접해 본 그래픽노블 <니모나>.

그래픽 노블이라는 말이 생소해서 찾아보니 만화와 소설의 중간 형식을 취하는 작품을 일컫는 말이라한다.

일반 만화보다는 진지한 주제를 다루고 스토리에 완결성이 있어서 단행본 형식으로 발간된다.

책 추천사에 '올해 단 한 권의 그래픽노블을 읽어야 한다면, 이 책을 읽어라'는 글귀를 보고 끌려서 찾아읽게 되었다.

아기자기 귀여운 그림이라 언뜻 보기엔 어린이 친구들이 읽는 만화책 같은데

어떤 철학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길래 그래픽노블로 분류되는걸까.

※ 책의 줄거리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기존의 여성 캐릭터가 가진 고정관념을 비튼 니모나

<니모나>에서는 그동안 우리가 남성성이나 여성성, 히어로와 빌런 등에 갖고 있던

기존의 모든 고정관념들을 비틀어 새롭게 창조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니모나는 자그마한 체구의 어린 소녀이지만 누군가가 곁에서 지켜줘야 할 연약한 존재가 아니다.

작중 누구보다 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며 무엇으로든 변신할 수 있는 특수 능력의 보유자이다.

사랑과 평화를 꿈꾸는 천진한 소녀가 아니라 악당이 되고 싶어 블랙하트의 조수로 들어간 미스테리한 인물이다.

발리스터 블랙하트는 빌런으로 등장하지만 사실 뜯어보면 누구보다 정의로운 인물이다.

자신의 계획에 무고한 다른 이들이 휘말려 희생되는 것을 원치 않으며

평생 복수를 꿈꿨던 숙적이 약해졌을 때도 그 틈을 노려 공격해 죽이는 짓은 하지 않는다.

<니모나>에서는 영웅 역시 뻔하게 그려내지 않았다.

금발의 백마탄 기사님 처럼 멀끔하지만 늘 블랙하트에 대한 열등감으로 휩싸여있는 히어로가 암브로시우스 골든로인이다.

개성있는 캐릭터들에 SF와 판타지 요소의 조화, 위트있는 스토리로

즐겁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스포랄까 초반부터 내내 그런 분위기가 풍기긴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블랙하트와 골든로인은 서로 사랑하는 애증관계로밖에 안보임...

연인 사이에 눈치없이 낀 니모나

마지막 에필로그에 크리스마스 산타를 기다리던 어린시절 골든로인-블랙하트 너무 귀여웠음

모두가 해피엔딩인 듯한 뉘앙스로 끝나 참 좋았다. 캐릭터 모두 구원받아 행복하게 살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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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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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 한국을 휩쓸었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들.

<개미>, <나무>, <타나토노트> 등 그의 소설은 쉽게 읽히면서도 위트를 담고 있어 나도 무척 좋아했었다.

이번에 출간된 <심판>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두 번째 희곡 작품이다.

희곡은 손이 영 가질 않아 고등학교 교과서나 수능 지문에 담긴 것 외에는 내가 찾아서 읽어본 일이 없는데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쓴 작품이라고 하니 관심이 생겨 읽어보게 되었다.

표지의 삽화는 그가 직접 그린 것이라하고, 제본도 양장으로 고급스럽게 잘 빠져서 소장욕구를 자극하는 책이다.

※ 소설의 줄거리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태어나는 형벌을 받겠지. 무-조건.

이야기는 폐암 수술 중 사망한 아나톨이 천국에 있는 법정에서

그간 살아온 삶을 심판 받는 것으로 시작한다.

처음 표지를 보고 대강의 줄거리를 들었을 때는 흔한 이야기구나 생각했는데

심판이 시작되기도 전 '태어나는 형벌을 받겠지.' 라는 대목부터 신선함을 느꼈다.

보통 저승의 심판대에 올라선 이야기라함은 그동안의 살아온 삶을 토대로

불구덩이 끔찍한 지옥에 떨어지느냐, 천국의 낙원으로 들어가느냐 하는 내용이거나

또는 동양적 세계관이라면 좋은 덕을 쌓아 인간으로 환생하느냐, 더럽고 추악한 미물로 환생하느냐의 내용인데

여기서는 '다시 태어나는 것'이 형벌이란다.


존재의 완벽한 시나리오를 포기했어요... 순응주의에 빠져서! 그저 남들과 똑같이 살려고만 했죠. 당신에게 특별한 운명이 주어졌다는 사실을 몰랐어요.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이웃을 사랑하며 베풀면 훌륭한 삶을 살아낸 것일까?

<심판>에서는 이 또한 부정한다.

천국의 판관들의 눈에 지상의 인간사에서 이타적으로 살았는지 이기적으로 살았는지는 가치있는 삶의 판단기준이 아니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교감하고 살았느냐보다는

'스스로의 삶에 얼마나 충실했느냐'를 더욱 중요시 여기고 있다.

배우자를 배신하지않고 상대에게 충실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가장 사랑할 수 있는 최선의 배우자를 찾았느냐가 중요하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을 갖느냐가 아니라, 내 재능을 가장 꽃피울 수 있는 직업을 찾았느냐가 중요하다.

안락해보이는 현실에 순응해서 가장 합리적으로 보이는 선택을 하는 것 보다

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했는지를 더욱 가치있게 보는 것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그려낸 천국의 재판관들과는 달리 나는 현세의 인간일 뿐이기에

책을 읽으며 현실에 순응하는 삶이 어째서 비난받을 것으로 치부되는가하는 반발심이 들긴 했다.

공무원이 꿈이라는 청년을 한 대 때렸다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던 한비야의 인터뷰에 불쾌했던 그런 기분이랄까.

하지만 현실은 팍팍하더라도 <심판>의 재판관들 처럼 창작물 속에서나마 이상을 논하는 건 꼭 필요한 것 같기도 하다.

이 책 덕에 내 재능을 낭비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삶을 살아냈느냐 자문하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이 다 좋지만은 않았는데, 카롤린과 베르트랑이 어떤 성별로 환생할 것인가를 추천하는 일로 옥신각신 댈 때

남성성과 여성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그대로 뱉어내는 부분이 조금 거슬렸다.

남자는 힘이 세고 거칠고 이성적이고 지저분하고, 여자는 예민하고 모성을 가지고 가정을 돌보며 변덕스럽다... 등

프랑스에서 살다 죽은지 오래된, 말 그대로 '옛날 사람'이라는 설정의 두 인물이기에 저 대화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나

굳이 그들의 입을 통해 저런 고정관념을 재확인하는 유머코드를 넣을 필요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심판>은 만성적인 프랑스의 의료계 인력부족이나 바칼로레아 입시제도의 문제점 등을 건드리고 있다.

최근에 <지극히 사적인 프랑스>라는 책에서 읽었던 프랑스 이야기들과 매치되는 부분을 발견할 때 마다 재미있었다.

희곡 속에서는 '도쿠가와 다카시'라고 변형된 이름을 사용했지만 실제 프랑스에 유학해서 사람의 인육을 먹었던 일본인 '사가와 잇세이' 에피소드도

프랑스 법조계의 부패를 꼬집고 있다.

나에게는 다소 낯선 '희곡'이라는 장르였지만 소설을 읽는 듯 재밌게 읽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삶과 죽음, 삶의 의미나 가치 같은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들을 가지고도

위트를 섞어 가볍게 가공해내는 기술이 좋은 것 같다.

끊임없이 인간의 운명과 자유의지에 대해 환기시켜주는 이 희곡의 끝에서

주인공 아나톨이 과연 어떤 선택을 내리는가에 대한 반전도 이 책의 매력 요소이다.

아주 오래간만에 만난 작가라 더욱 반가웠고, 그동안 놓쳤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다른 작품들도 찾아읽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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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커버
아마릴리스 폭스 지음, 최지원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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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전 CIA 엘리트 비밀요원이 쓴 회고록 <언더커버>.

예전에 영드 <킬링 이브>의 원작 소설을 읽고 블로그에 짧게 포스팅한 적이 있는데,

해당 글에 언더커버의 서평단을 모집한다는 댓글이 달려있어서 이 책과 만나게 되었다.

책에 대한 사전정보가 전혀 없었고, 책 커버 표지도 제대로 보지 않고 읽기 시작한거라

요즘 트렌드에 맞게 여성 요원을 앞세운 스릴러/ 범죄 소설인 줄 알고 펼쳐들었다가

실화 회고록임을 알고 놀랐다.

영화와 현실은 다르다

영화를 볼 때면 가끔 실소가 터져 나온다. 지붕을 타넘고 글록 권총으로 묘기를 부리는 CIA 요원들을 볼 때마다 말이다. 도심을 가로지르면서 그런 추격전을 벌이다니, 정체가 발각되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요원 생활을 마감해야 할지도 모른다. - 언더커버 中

이 책에는 소설이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도심 추격전이나 화려한 액션 같은 것은 나오지 않는다.

저자인 아마릴리스 폭스는 전 CIA 요원이자 당시 최연소 여성 비밀요원(22세)으로 최정예 비밀작전에 투입되어 수 년간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6개국의 테러집단을 추적했다. 대 테러 센터에서 납치된 포로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대량살상무기가 테러범의 손에 들어가지 않도록 국제 암시장에서 무기상들로부터 생화학무기를 구입하기도 했다.

그녀의 어린시절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왜 국제 사회 세계 평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CIA에 어떻게 스카우트 제의를 받게 되었으며 어떤 훈련을 받았는지 왜 비밀요원의 은퇴를 결심하게 되었는지까지를 담고 있다.

커다란 하나의 사건을 화려하게 기술한게 아니라 그녀의 인생 전체를 담담하게 기술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장의 호흡이 늘어지지않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가족을 포함한 가까운 이들에게조차 거짓으로 위장해야만 했던 삶

그 전에 내가 이곳에 지원한 걸 아는 모든 사람에게 탈락했다고 알려야 했다. 나는 술이나 한 잔 하자며 짐을 불러냈다. 그리고 그의 눈을 똑바로 보며 거짓말을 했다. "그래, 그 사람들이 그렇게 이야기하라고 시켰겠지." 짐이 말했다. 나는 갑자기 눈물이 터져나왔다. "나도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어." 짐은 당황한 것 같았다. 내가 우는 모습을 처음 본 것이다. 그는 나를 위로해주었다. 내 말을 믿어주었다. 하지만 난 그를 믿게 하려고 우는 게 아니었다. 나의 진실을 아는 유일한 친구를 잃어버린 슬픔에 흘리는 눈물이었다.

CIA 비밀요원에 대해서는 사실 영화나 미드에서 접한게 전부였다.

액션 영화 속 비밀요원들의 삶은 물론 순탄해보이진 않았지만, 거기서 다루는 비밀요원의 힘들고 위험한 요소 대부분은 직접적인 생명의 위협에 대한 것들이었다. 회고록에서 보여주는 '현실 속 비밀요원'들의 삶 역시 죽음과 닿아있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삶을 통째로 위장하고 살아야만 하는 고통에 대해서는 그간 생각해보지 않았던 부분이라 새로웠다.

가족을 비롯한 주변 모든 사람에게 그녀가 하는 일을 속이고 위장 직업을 말해야했으며, 세계를 오가야 하는 바쁜 훈련스케쥴과 임무 등으로 첫 남편에게 큰 상처를 주고 떠나보낼 수 밖에 없었다. 그녀의 두 번째 남편은 같은 CIA에 근무하는 비밀요원이었으나, 요원 개별의 비밀 임무 등은 같은 요원일지라도 공유할 수 없으므로 그에게 조차 털어놓을 수 없는 일이 많았다. 중국에서의 임무 당시에는 일거수일투족을 중국 스파이인 가정부에게 감시 당해야했으므로 부부간의 대화는 피상적인 내용밖에 할 수 없어 관계는 차츰 금이 가기 시작했고 결국 두 번째 결혼 역시 파경으로 끝나게 되었다.

테러 위험에 대처하는 방식은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그녀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설득해간다.

번역하면 '선생님' 정도의 의미를 가진 아랍어 존칭으로 테러위험인물을 잡아낸다는 것은 무고한 사람들을 살해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김선생'이 테러주동자이니 '김선생'을 잡으라며 수배령을 내리는 것과 비슷할까. 전국에 수많은 김선생이 있을 것이고 요원들의 모국어가 한국어가 아니라면 '선생'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 실적에 눈이 멀어 오인체포가 흔해질 것이다.

그녀는 '소수의 무고한 피해자가 나오더라도 다수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면 강행하는 것이 옳다'는 지휘부의 의견에 맞선다.

무고한 사람을 희생시키면 자원을 낭비하고 미래의 적을 만들 뿐이며, 그런 행동을 함으로써 전쟁의 명분은 사라져버린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녀는 모든 군인과 첩보원, 테러집단과 불량 국가들은 하나같이 두려운 마음을 제어하지 못해서 강한 척하고 있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상대를 포섭할 때는 상대의 약점을 잡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목표의식과 믿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나는 화려한 액션씬과 손에 땀을 쥐는 추격전 없이도 담담하게 독자를 사로잡는 그녀의 글이 그녀의 삶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소설보다 매혹적인 실화였다.

#언더커버 #아마릴리스폭스 #세종서적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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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 서울대학교 최고의 ‘죽음’ 강의 서가명강 시리즈 1
유성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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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꽤 시선을 끄는 편이다.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법의학 관련 책인데 굉장히 쉽고 잘 읽히는 편이었다.

1부에서는 저자가 법의학자로 일하면서 만난 시신들에 얽힌 사연들에 대해 풀고 있다.

언뜻 미드 CSI 같은 범죄 수사물을 보는 것 같기도하고 흥미롭다가

문득 이건 드라마 속의 가상 에피소드가 아니라

'진짜' 사람들의 이야기라는걸 깨닫고 마음이 착잡했다.

2부에서는 죽음의 정의에 대해 설명한다.

어디까지를 생명의 탄생이라고 봐야하며, 어디까지를 죽음이라고 보아야 하는지에 대해 다루고 있다.

생명의 시작과 끝의 정의는 단순할 것 같았지만 생각보다 많은 논란을 내포하고 있었다.

태아의 낙태는 살인인가? 수정된 배아는 생명으로 볼 수 있을까? 배아 조작을 통한 유전자 실험은?

식물인간은 살아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장기가 온전한데 뇌가 기능을 잃었을 경우 죽음으로 보아야 하는가?

연명의료 거부와 의사조력자살, 적극적 안락사는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가?

모두가 한 사람 개인으로서의 죽음이지만 이 한 사람의 죽음이 갖는 사회적 파장은 엄청난 것이었다. 어떤 죽음은 그 죽음으로써 사회적인 시스템을 바꾸고, 사회의 문화적 가치를 새롭게 만들어내기도 한다. 살인 사건에서의 죽음 또한 우리 사회의 여러 모습을 드러내면서 삶의 가치를 새롭게 질문하는 역할을 맡기도 한다.

국가에서는 사망신고가 접수되면 죽음의 원인을 통계화하는데

그 중 자살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충격이었던건 당연히 자살은 각박하고 어지럽고 복잡한 이미지의 대도시에서 많이 일어날 줄 알았는데

정반대로 미국에서 가장 자살자가 많은 곳은 알래스카, 가장 자살률이 낮은 도시는 워싱턴주와 뉴욕주란다.

우리나라 역시 전국 8도 중에 강원도와 충청북도가 가장 자살률이 높고, 서울의 자살률이 가장 낮다고 한다.(타살률은 ㅂ나대)

자살을 야기하는 큰 원인 중에 하나는 바로 소속감 부재와 그에 따른 커뮤니케이션의 부재(소통의 단절로 인한 소외감) 탓이라는 것이다.

3부에서는 어떻게 생의 마지막을 마무리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과거에는 '집'에서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죽음은 병원에서 치러진다.

의사라는 새로운 사제에 의해 생의 마지막 순간이 결정되는 과학의 시대가 온 것이다.

의학의 발달로 사람들은 예전보다 훨씬 긴 수명을 가지게 되었지만

그에 반해 스스로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시간은 훨씬 가지기 어렵게 되었다.

어느날 죽음의 순간이 나에게 닥쳐왔을 때, 내가 의사 표현을 하기 힘든 상황이라면

내 가족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의 마지막을 어떻게 보내주었으면 좋겠는가에 대해서도 미리 생각해둘 필요가 있다.

영생에 대한 환상을 가지더라도, 즉 죽음을 어떻게 인지하든 모든 생명체는 반드시 소멸하게 된다. 따라서 인간의 죽음은 실존적으로 반드시 부딪쳐야 되는 사건이며 우리 주변에도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일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우리는 죽음에 대한 논의를 금기시하고, 죽음이라는 단어 자체를 혐오하고 두려워하며 영생이라는 말에 오히려 끌려왔다. 그러나 삶의 마지막 여정이 죽음이라는 사실을 담담히 받아들여야만 현재 우리의 삶을 더 온전하게 살 수 있다.

전체적으로 막힘없이 잘 읽히긴 했는데 큰 덩어리 챕터들이 자연스럽게 연결이 안되는 느낌이 다소 있었다.

뭔가 1부와 2,3부는 다른 책을 읽는 듯 하달까?

아예 법의학자로서 수사에 참여했던 내용으로 한 권,

죽음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죽을 것 인가의 내용으로 한 권 이렇게 따로 출판되었음 더 좋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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