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이웃을 사랑하며 베풀면 훌륭한 삶을 살아낸 것일까?
<심판>에서는 이 또한 부정한다.
천국의 판관들의 눈에 지상의 인간사에서 이타적으로 살았는지 이기적으로 살았는지는 가치있는 삶의 판단기준이 아니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교감하고 살았느냐보다는
'스스로의 삶에 얼마나 충실했느냐'를 더욱 중요시 여기고 있다.
배우자를 배신하지않고 상대에게 충실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가장 사랑할 수 있는 최선의 배우자를 찾았느냐가 중요하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을 갖느냐가 아니라, 내 재능을 가장 꽃피울 수 있는 직업을 찾았느냐가 중요하다.
안락해보이는 현실에 순응해서 가장 합리적으로 보이는 선택을 하는 것 보다
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했는지를 더욱 가치있게 보는 것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그려낸 천국의 재판관들과는 달리 나는 현세의 인간일 뿐이기에
책을 읽으며 현실에 순응하는 삶이 어째서 비난받을 것으로 치부되는가하는 반발심이 들긴 했다.
공무원이 꿈이라는 청년을 한 대 때렸다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던 한비야의 인터뷰에 불쾌했던 그런 기분이랄까.
하지만 현실은 팍팍하더라도 <심판>의 재판관들 처럼 창작물 속에서나마 이상을 논하는 건 꼭 필요한 것 같기도 하다.
이 책 덕에 내 재능을 낭비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삶을 살아냈느냐 자문하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이 다 좋지만은 않았는데, 카롤린과 베르트랑이 어떤 성별로 환생할 것인가를 추천하는 일로 옥신각신 댈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