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어 - 예비용 왕자에서 내 삶의 주체가 되기까지
서식스 공작 해리 왕자 지음, 김광수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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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비에서 <벌거벗은 세계사> '영국 왕실의 금쪽이'들을 다룬 편을 보게 되었다.

전세계에 엄청난 영향력을 떨치는 국가 중 하나인 영국이지만 솔직히 왕실의 뒷이야기까지는 잘 몰랐어서,

그냥 엘리자베스 여왕이 너~무 오래 장수하는 바람에 찰스가 왕세자로 다 늙어버렸다는 내용이랑

찰스의 불륜으로 결혼 생활이 파탄나고 파파라치를 피하다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불운한 왕세자비 다이애나에 대한 이야기 정도가 내가 아는 전부였다.

찰스와 다이애나 사이에서 나온 두 왕자에 대해선 거의 알지 못했고 관심도 없었는데

최근들어 영국 내에서도 특히 둘째 해리왕자가 엄청나게 화제인 모양이다.

이유는 예전부터 영국 왕실 내 형제간의 불화설이 쭉 있어왔는데

작년말 즈음 왕자 해리가 그간의 불화설을 기정사실화 하는 자서전 '스페어'를 출간했기 때문이다.

해리는 영국 왕실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바 있는데 신변 경호만으로도 년간 수십억이라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해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이 같은 폭로전을 시작했다는게 정설인 듯 하다.

돈이 필요해서 시작한 관심끌기라고는 해도 일반인이 깊게 알 수 없는 왕실의 뒷이야기를 당사자가 직접 들려준다니,

이건 호기심이 동하지 아니할 수 없다.

당장 오픈도어북스에서 한국어 번역판이 출간되지마자 읽어보게 되었다. 


<벌거벗은 세계사> 등 각종 미디어에 노출된 해리 왕자의 부정적인 면모들을 먼저 접한 후에 책을 읽었기에

어느정도 선입견이 있었던건지 읽으며 21세기에 말도 안되게 아직도 존재하는 왕자라는 신분으로 태어난 덕에

온갖 것을 다 누리고 살아온 주제에 어지간히도 징징거린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리고 이야기가 잘 정돈되고 선별되었다기보다는 정말 본인이 기억하는 단편적인 조각 기억들을 모조리

아무런 필터를 거치지 않고 죄다 쏟아내고 있어서 이런 신변잡기적인 TMI를 내가 알아야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영국 왕실의 권위가 아직도 나름 건재하고(물론 왕실을 축소, 혹은 폐지해야한다는 여론도 상당하지만 아직까지는 '왕실'이라는 이름의 무게감과 파워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중에게는 여전히 비밀스러운 그들만의 세계라고 느껴졌던 영역이

너무나 현실적인 감각으로 써내려가고 있어 그 자체만으로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다.

현실감 없는 왕자라는 신분의 사람도 결국 나 너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이구나가 절실히 느껴진달까.

또한 세상 아쉬운 것 없이 풍요롭게 자란 왕자의 철없는 투정이라고는 해도

어린시절 그가 감당해야했던 것들 중에는 확실히 너무 가혹했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많았다.

이제 막 어머니를 잃은 고작 12살 나이의 어린이를 수많은 대중들의 행렬과 카메라 앞에 노출시킨 것은 확실히 아동학대다.

같은 상황을 함께 겪은 형이 비뚤어진 성장기를 보내지 않았다고 해서

해리 역시 당연히 힘든시기를 아무렇지않게 이겨냈어야 한다는건 억지스럽기도 하다.

왕실의 망나니로만 취급받았던 그의 삶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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