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으로 돌아가는 노동자의 발걸음
하빠리
사천삼백사십삼년 오월 열아흐레
축구, 구경할 힘도 시간도 없다
오늘아침 일요일인데도
‘일 나갈 수 없나’ 하고 용역소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제 분명히 오늘은 쉰다고 했건만
이건 사람 취급이 아니다
쉬고 싶을 때 쉬고 싶은 자와 쉬지 못하는 자가 노동자와 사용자이다
깜깜한 새벽에 노동일을 나갈 때는
노동의 여명처럼 써지던 글이
오랜 노동에 녹초가 되니 기름기 빠진 마른 몸처럼 앙상하고 성성하다
독한 것은
노동은 할수록 중독이 되며 정신을 마비시킨다는 것
그래서 현장에서의 느낌들도 기록할 수 없이 멍하게 보내고
저녁에 돌아오면 짧은 글마저도 쓸 수 없이 녹초가 된다는 것
그러고도 아침이면 다시 풀리지 않는 몸을 끌고, 김밥두줄 물고 버스를 기다린다
대충하지 못하는 이놈의 성질머리는 무엇이든 끝장을 보려 해서 더 몸을 혹사 시킨다
몸으로 하는 블랙노동은 참으로 슬픈 일이어서
노동의 강도를 모르는 공장과 회사 노동자들이 벌이는 노동운동과는 하등의 관계가 없다
단지 그들만의 리그일 뿐
민주노동당의 한계는 그들이 노동을 머리로 이해한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노동자들을 당원으로 삼아 노동의 숙명과 개선을 가르치지 말고
사용자들에게 노동의 질적인 구조와 휴식을 가르쳐야 한다
그리고 몸 노동을 숙명처럼 끌어 앉고
저항할 아무런 근거 없이 살아가는
가장 하층의 하루 일당의 ‘노가다’ 노예들을 보살펴야 한다
아침마다 안전교육이다
안전도 지킬 수 있는 힘이 있을 때 생각나는 것이지
과다한 피곤함과 숙취에 의존해야 하는 정신적인 고통을 가진 자들에게 안전은 오직 휴식뿐이다
왜 일요일에 현장을 멈추게 하지 않는 것인가
난 주 5일 근무 노동자를 노동자라고 부르지 못한다
그들과 나는 전혀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들은 무작정 보호를 받을 수 제도권에 있고,
나는 보호를 무작정 기대할 수 없는 권역 밖에 있는 것이다
나는 나로부터 정신적인 보호도 받을 수 없는 하빠리인 것이다.
하지만 나의 노동은 이제 시작이다
조용히 이를 다물고 길고 질긴 하빠리 노동의 가치를 품고 기록하는 것
노동운동은 공장 노동자의 질곡 된 천박한 이론적 투쟁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잊혀지고 버려져 연대감 없는 노동 상실의 계층, 삶이 식어가는 하빠리들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