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손목의 칼자국

일수

일당 일을 끝내고
슈퍼에서 두루치기로 막걸리를 나눠 마시고
집에 돌아 가다 가 생각한 기발한 단어를
메모하지 못해 잊고
몇 시간을 안절부절 헤매는 밤
생각들은 두루치기처럼 머리 속에서 볶아
취기는 막걸리처럼 밤으로 길게 끌려가는데
인적이 뒤숭숭한 길을 따라 해변으로 가는 길
여자 하나가 따라온다
마리아여
이성에 굶주린 나를 따라오는 성모여
당신이 낳은 신성한 아들의 길을 따라오는 창녀여
단막극 같은 하루를 낳아 진상하는 밤
당신의 입안에 내 진리의 혀를 넣고
내 손이 멈춘 곳에서 나의 그림자를 잉태하는 그대 노동조합이여
한 삽씩 부어 영혼을 조적하고 미장하는 잡부(雜婦)여
내 생성의 슬픔이여
내 마지막 일당을 거두어갈 이여
더 이상 일상처럼 손목을 칼로 긋지 마세요
단지 난 일당을 헐어 촛불을 켤 뿐
나의 고통들이 너의 심지로 다 탈 때까지

두루치기 같은 현실은 영원한 일당 일
기록해야 할 것들 때문에 안절부절 해야 하는
나를 밟는 여자여
내 일당의 순수한 일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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