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경험의 다양성 한길그레이트북스 40
윌리엄 제임스 지음, 김재영 옮김 / 한길사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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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음... 이왕 블로그 들어온 것, 저만의 신비체험에 대한 것에나 몇 자 적어보고자 합니다. 우선, 윌리엄 제임스가 수집한 신비체험 사례를

먼저 인용해 보도록 하지요.

 

 

나는 20분 정도 책을 읽는 데 몰입해 있었다. 내 마음은 완벽하게 고요했고 그 순간 친구들은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단 한순간의 경고도 없이 나의 전 존재가 최고의 긴장상태와 생생함으로 붕 뜨는 것 같았다. 그것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쉽게 상상할 수

없는 강렬함으로 다른 존재 또는 유령이 방안에 있을 뿐만 아니라 나와 아주 가까이 있다는 것을 의식했다. (121-122쪽)

 

나는 나의 영혼이 무한자에게로 열려 있던 그날 밤, 언덕 꼭대기의 바로 그 지점을 기억한다. 그때 나의 내적 세계와 외적 세계가 서로

충돌하고 있었다. 그것은 심연이 심연을 향해 소리지르는, 즉 별 너머 밖의 깊이를 잴 수 없는 심연에 응답되어 나의 내적 심연을 열게

하는 나의 투쟁이었다. 나는 나를 창조하고, 세계의 모든 아름다움, 사랑, 슬픔 그리고 심지어 유혹까지 창조한 그와 단둘이 서 있었다.

(중략) 그 경험을 충분히 설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것은 서로 다른 모든 음계들이 감정을 벅차오르게 하는 하나의 하모니로

용해되었을 때, 그 소리를 듣고 있는 사람은 자신의 영혼이 위로 떠오르고 그것의 감정으로 충만해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의식하지 못하게 하는, 거대한 오케스트라가 주는 효과와 같은 어떤 것이었다. 그 밤의 고요는 보다 숭고한 침묵으로 오싹해졌다. (127-128쪽)

 

 

2.

제가 체험한 신비체험은 위 사례와 유사한 점도 있고 틀린 점도 있답니다.

얼마전 포스트에서는 딱 두번 체험이라고 한 것 같은데, 곰곰히 따져보니 몇 번의 체험이 더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맨 처음 것은 제 블로그 검색해보니 적어 둔 게 있더군요. (
http://blog.naver.com/xenoblast/120025025783)

 

 

3.

정작 적어보고 싶은 것은 그 후의 체험들인데요, 요건 다음에, 왜냐면 밤이 너무 늦었고,

낼 전 아침 다시 출근해야 하는 샐러리맨이므로.

 

 

 

 

 

 

 

 

 

 

 

4.

아침입니다. 잠깐 여유가 돼서, 한밤에 이어서 적어봅니다.

유아기시절의 기억─거의 두세살까지 그 기억을 소급해 올라가는, 즉, 제 인생의 거의 최초의 기억─에 대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다른

포스트에서 잠깐 밝힌 바 있고,

그 뒤로 겪은 몇 가지 경험 중의 하나.

 

그것은 제가 군복무 중일 때의 일이었습니다.

때는 늦은 봄.

저는 막 상병 계급을 달고 부대내 어떤 정원에서 삽질을 할 때였습니다. 아, 맞습니다. 그것은 말 그대로 삽질을 하는 야외작업이었습니다.

당시 부대안에 수목원 비슷한, 꽤 넓은 정원이 있었는데 이곳은 이런 저런 나무를 심어두고 사단에서 필요한 나무가 있을 때

파내서 보내주는, 이를테면 나무들의 임시정거장 같은 곳이었던 게지요.

 

어쨌건 그날도 사단 모연대에서 나무 몇 그루가 필요하다고 해서, 아침부터 그거 뽑아주는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요,

다녀온 분들은 아시다시피 차라리 이렇게 야외에서 간단한 작업을 하는 게 더 속편할 때가 많습니다.

변태같은 고참이나, 걸려서 좋을 게 없는 장교들의 시야에서 벗어나 아침에 부여된 하루치의 작업량만 해치우면 나름대로 맘 편히

지낼 수 있는 하루가 되는 셈이지요. (그래서 다들 카운팅하는 제대 날짜에서 하루 마이너스^^)

 

음... 제게 그 일이 일어난 것은

점심식사 시간이 되어 다들 영내식당으로 밥을 먹으러 갔을 때였습니다. 야외에 작업도구가 있어서 누군가는 지켜야 했는데,

그냥 혼자 쉬고 싶어 제가 남기로 자청을 한 거지요.

 

 

 

 

 

어쨌건 아무도 없는 나무들의 정원에 저 혼자 남겨져 있었습니다.

(누군들 근본적으로 우주에는 오직 나 혼자만 남겨져 있다고 깨닫는 때가 닥쳐오는 것처럼.)

 

전 정말 멋대가리 없이 들쑥날쑥 심어진 온갖 종류의 나무들을 보며,

따뜻한 오월의 태양을 쬐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불현듯 사회에 두고온 책들과 음반들과 미처 하지 못하고 남겨둔 대화들이 생각났고,

앞으로 남겨진 군복무의 날들이 조금은 괴로웠습니다. 어서 지나갔으면─하구요.

그런 막연한 그리움과 괴로움이 근사한 햇살에 적당한 온도로 구워지고...

 

전, 막, 숀 필립스의 어떤 LP를 생각하고 있었던 참이었지요...

날씨도 따뜻한데, 이 순간 그 남자의, <"L" Ballade>를 들었으면 정말 소원이 없겠다고 생각했던 게지요.

그리고 그 곡을 떠올리며 아무 생각이 늦은 봄햇살에 반짝이는 정원수들을 쳐다보았습니다.

막 잎손바닥을 펴는 은행나무, 누군가 저건 굴팝나무야 하고 잘못 가르쳐 준 하얗게 눈 내린 이팝나무, 낮은 향나무, 막 꽃몽우리가

맺히는 구상나무, 지난 초봄 비 많이 내리던 날 한없이 한없이 노란 색 눈물들을 왕창 쏟아내던 개나리며...

그리고 그 가운데 공주처럼 아리땁게 뿌리를 편 산개벚나무는 자줏빛 드레스에 하얀 면사포를 쓰고...

 

전 숀 필립스의 나직한 음성에 맞추어, 그 많은 나무들의 이름을 하나씩 불러보면서 조금씩 나른함에 젖어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졸리움과 함께 막연한 그리움과 괴로움은 점차 잊혀져갔습니다.

바로, 그때였습니다. 갑자기 아득한 현기증이 몰려온 것은.

이하 생략,

원문을 보시려면 : http://blog.naver.com/xenoblast/120045136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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