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지 1 - 버려진 사람들
팀 라헤이에, 제리 B. 젠킨스 지음, 김성 옮김 / 지구촌 / 2001년 5월
평점 :
품절


1.

이 소설, I레프트 비하인드I는 국내에도 일부가 번역된 소설이다...
첫째권이 모 출판사에서 단행본으로 나온 바 있었고, 이후 다른 출판사에서 정식 저작권계약을 통해 I메세지-버려진 사람들I이란 시리즈로 출간되고 있는 상황이다. 본인은 이 중 4권까지를 읽어보았고 이 글은 이를 토대로 한 글이다.

2.

이 소설을 읽어보면 우선 그 내용이 제대로 된 소설이란 형식을 갖추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그 구성이 매우 미흡하다. 이를테면 속된 말로 허접하다는 것이다. 주인공들 사이에 갈등관계 묘사가 애들 동화수준이고, 그리고 결정적인 사건의 경우 그 전환이 놀랍도록 유치하다. 거의 말도 안돼는 우연의 남발이 주류인 것이다... 따라서 소설의 문학적 가치, 혹은 더넓게 예술의 측면에서 이 소설(이것을 소설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도 의심스럽지만...)의 가치는 거의 없거나, 아니면 잘못 쓰여진 소설의 실패사례로나 유용할 것이다.


3.

그러나,,,

일부에서 생각하듯이, 그리고 본인도 동의하지만, 소설이란게 어디 꼭 문학성만 따져서 평가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꼭 소설 본래의 문학성만 있으면 뭐하냐, 그 안에 담긴 정서나 메세지가 더 중요하지 하는 생각이 그것이다. 이 소설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그 안에 담긴 종말론적 메세지가 나름대로 가치가 있다면 충분히 유용한 가치를 호소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점에서 이 소설에 담긴 메세지를 살펴본다.

4.

서양, 주로 미국에서는 소위 휴거문학이라고 불릴 수 있는 장르가 존재한다. 이는 미국 장르소설계에서 흡혈귀나 좀비를 소재로 한 소설이 있고, 웨스턴(서부극)이나 갱스터를 다룬 소설이 고정된 독자층을 가지고 꾸준히 출간되는 것이 미국 출판계의 현실인 것처럼 기독교의 카테고리 안에서도 기독교로의 개종을 다룬 간증문학이나, 귀신을 쫒는 엑소시즘이나 휴거류의 기독교 종말론을 다룬 소설 역시 꾸준히 출간된다는 점이다. (사실 휴거소설은 미국의 기독교인구에 비례하여 꽤 상업적으로 보장되는 장르이다. 이를 테면 영화 I패션 오브 크라이스트I가 미국에서 절대적인 흥행을 하는 것은 영화 외적으로 사회학적으로 분석될 수 있는 점과 유사하다.)

5.

어쨌든 미국에 I휴거문학I를 다룬 소설장르가 존재하고 이 분야에 꾸준히 소설이 출간되고 있는데 그 기원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어네스트 W. 앵글리가 쓴 I휴거I라는 소설이다. 물론 역사적으로 추적해보면 앵글리 이전에도 휴거를 다룬 소설이 있었지만, 휴거라는 개념을 가장 대중적으로 전파한 공로는 아무래도 앵글리에게 돌아가야겠다. (이것이 이 I휴거소설I장르의 원조라는 점은 브램 스토커가 1897년 발간해서 흡혈귀를 다룬 장르소설의 원조가 된 I드라큘라I에 비유할만 하다.)

원래 종말론에 있어 휴거라는 개념은, 이 자리에서 길게 설명할만한 여유는 없지만, 서구(미국)에서도 소위 근본주의자들이 옹호하는 개념이란 점만을 우선 지적하고 싶다. 근본주의라는 것은 기독교 신학 중에서도 가장 극단적인 보수주의를 말한다. 즉 기독교의 일반적인 견해가 아닌 일부의 견해인 것이다. 이런 일부의 견해를 가지고 기독교 종말론을 해석하려는 것은 상당히 주의가 요하는 일이다. 대중적인 소설을 통해 이런 극단적으로 왜곡된 이념을 전파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기 때문이다.

소설 내용을 보면 반이스라엘주의(즉 아랍권 국가의 행위)는 결국 절대악이고, 이스라엘은 선택받은 민족이며, 그들이 저질르는 잘못은 모두 정의를 향한 고난이라는 잘못된 역사왜곡을 전파한다. (물론 예수를 인정하지 않는 잘못만을 제외한다. 아무리 이스라엘라도 예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을 잘못된다고 본다.)

6.

최근 미국의 이라크 침략까지도 합리화할 수 있는 이러한 역사의식에 따르면, 미국의 부시가 세계를 상대로 절대적 패악을 떨 수 있는 가치관에 도덕적 권위를 부여한다.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가장 패악은 문학적인 예술성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바로 이러한 왜곡된 가치관을 미국인에게 부여하고 미국의 불순한 중동정책(더 넓게는 세계정책)을 종교적으로 합리화 해준다는 것이다. (사실 자세히 분석하면 이 책은 미국의 우익적인 가치관보다 더 극우적이어서 미국의 패권주의마저 더 보수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7.

본인 역시 기독교인이고 기독교 내부에 I휴거I라는 개념이 자리잡을 수 있는 신학적 토대가 있다고 본다. 즉, 휴거라는 것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는 말이다.

하지만 I레프트 비하인드I는 아니다. I레프트 비하인드I는 죄송스럽지만 앵글리가 이미 몇십년전에 쓴 I휴거I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뛰어넘기는커녕 오히려 심각하게 퇴보하고 있다. 앵글리의 역사관보다도 퇴행한 역사의식 속에서 과연 우리가 무엇을 배울 수 있을 것인가? 이러한 점에서 I레프트 비하인드I는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기만과 위협을 통해 순진한 기독교인에게 반사회적인 역사의식을 심어주는 공포소설에 불과하다.

즉, I레프트 비하인드I가 아무리 상업적으로 성공했다 하더라도 이 소설의 진정한 장르는 기독교소설이 아니라 저급한 호러소설인 것이다. (저자가 그토록 부정하는 세속주의 가운데서 이 소설이 상업성에 성공했다니, 저자는 자신이 부정하는 저주받은 바빌론의 열매를 스스로 따 먹었다고나 할까...)


첫눈내린밤 forlux21@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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