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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논어 1
김용옥(도올) 지음 / 통나무 / 2000년 10월
평점 :
절판
언제부터인가 우리들은 우리들의 고전으로부터 얼마나 소외되어 왔나? 하는 반성을 자주 하게 됩니다. 그것은 단지 고전에 대한 우리들의 무관심뿐만 아니라 고전을 일반 대중에게 쉽게 전달하려는 사회적인 노력 부족에 기인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사회적인 노력 중에도 우리 나라 교육의 문제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입니다. 고전을 읽을 수 있는 제대로 된 커리큘럼도 없지만 고전을 적당히 다이제스트해서 가르치는 것은 고전에 대한 더이상의 접근을 어렵게 만드는 결과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고전에 대한 고리타분한 찬양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고전을 읽는다는 일이 어떤 일인가를 말하고 싶습니다. 대학교에 다닐 때 전공인 역사인지라 사료를 읽기 위해서라도 약간의 한문 공부를 해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한 1년 동안 서당에 다니며 맹자를 배웠습니다. 고전 한문 문법을 익히는 데는 맹자만한 책이 없다는 이유에서였죠. 처음부터 맹자가 재미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내용의 일부분은 이전에 조금씩은 들었던 내용이라 생소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재미를 느꼈던 것은 맹자의 본문이나 주자의 주가 아니라 역대 유학자들의 주석이었습니다. 제가 읽었던 책은 맹자집주였으므로 맹자에 대한 역대 유학자들의 주석이 달려 있었던 것입니다. 물론 중국 철학에 대한 어느 정도의 배경이 없다면 시대별로 달리하는 경전의 해석을 제대로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관점에 따라 경전의 내용을 재해석하는 부분은 무척이나 흥미로웠습니다. 사실 그것이 동아시아 학문의 대체적인 모습이었습니다.
고전은 재해석되어야 하는 책입니다. 시대가 바뀌고 상황이 달라지는 한 고전은 끊임없이 재해석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만큼 가치가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굳이 김용옥씨의 장황한 해석에 대한 이론을 들지 않더라도 인문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해석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사실 자체도 해석의 관점에 따라서는 다른 사실로 여겨지기도 하는 것이 해석의 위대함입니다. 그러한 태도가 상대주의적이고 회의주의적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완전하고 절대적인 진실을 주장하는 것은 항상 전체주의에 빠질 우려가 있습니다. 그 보다는 다수의 보편성을 점차적으로 획득해 가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고 하겠죠.
오랫동안 우리는 서양의 잣대로 동양을 해석하고 이해해 왔습니다. 그것은 세계사의 슬픈 단면이기도 합니다. 그 때문에 늘상 동양에서는 근대성에 대한 논란을 계속해왔고, 오늘도 우리의 정체성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의 정체성을 학문적으로 정립시키려는 노력이 소수의 학자들에게 보여지고 있는 것입니다. 얼마전에 인간의 얼굴이라는 책을 낸 이정우씨를 비롯하여 일군의 학자들이 우리식으로 역사를 해석하고 우리의 정체성을 규정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노력의 밑바탕에서는 우리의 고전에 대한 재해석이 깔려 있어야 합니다. 그러한 점에서 김용옥씨의 노력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우리의 고전들을 많이 소개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