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내리 시카고로 출장을 가면서
빠지지 않고 들리는 곳이 있습니다.
그 이름만으로도 멜랑꼬리해지는 Blue Chicago.
6달러의 입장료만 내면
한 자리 차지하고 앉아서
하염없이 재즈를 들을 수 있는 곳입니다.
좁은 홀 한 켠에 마련된 무대,
낡은 테이블과 의자,
처음부터 그곳에서 살았던 것 같은 무심한 종업원들.
Blue Chicago는 흑인 재즈를 하는 곳입니다.
저희 일행이 찾아갔던 날의 싱어는
아마 작년에 본 적이 있는 그녀였던 것 같습니다.
150kg이 넘어보이는 그녀는 의자에 비스듬히 걸터 앉아서
노래를 하고 있었습니다.
블루 시카고 소속의 가수들이 음반을 내기도 했지만,
일주일에 몇 시간 바에서 노래하는 게 전부인 듯한 그녀는
1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만큼 쇠락했다는 느낌을 주었습니다만.
슬프고 또한 해학적이고
주절주절 무슨 이야기인지를 늘어 놓다가
홀이 터져나갈 듯이 풍부한 성량으로 또 노래를 하곤 했지요.…
가끔은 노래 속에 농담이 섞이는지 웃음이 들리기도 합니다.

현지 친구의 소개로 올해는 새로운 재즈바를 찾아나섰습니다.
Blue Chicago보다 좀 더 산뜻한 인테리어의 이곳은 Green Mill.
이곳에서는 백인들이 재즈를 하더군요.
악기의 구성도 더 세련되어서 첼로와 피아노로 우아하게 첫음을 뽑더군요.
싱어인 백인 여성이 부르는 노래도 블루스의 특유의 애절함이 넘쳐났습니다.
블루시카고의 궁시렁거리는 군더더기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어두운 실내여서 솜씨가 없는 제가 포착한 장면은 결국 이렇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찍고 나서 “야 뚤레즈-로트렉 분위기 나지 않아?” 했습니다.
재즈바-분위기 전달이 최고 아니겠습니까?
축축처지는 듯 하면서도 들큰하게 감겨오는 음악.
감흥에 못 이긴 한 쌍의 남녀가 음악에 맞추어서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전혀 낭만적이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의 이 남자는
빨간 옷을 입은 정열적인 여인과 호흡을 맞추어 춤을 추었습니다.
음~, 한 두 번 함께 호흡을 맞춘 솜씨가 아니었습니다.
춤을 추러 그 곳에 오는 사람들었지는도 모르지요.
그들을 향해서 관광객들이 프래쉬를 터뜨렸지만
전혀 의식하지 않고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렇지요.
다른 사람의 시선 의식할 필요 없이 음악에 푹 빠지는 것.
음악에 몸과 마음을 맡기는 것.
-재즈바에서 누리는 자유지요.
아마 내년부터는 시카고 출장이 없을 것 같습니다.
블루 시카고에도 작별을 해야할 것 같군요.
머리가 희끗해져서 다시 찾아가도
그곳에 그대로 그모습으로 있기를......작성자 : 수해예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