엣지 - 엣지, 한 끗의 차이를 만드는 내 안의 힘
로라 후앙 지음, 이윤진 옮김 / 세계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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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엣지, 한 끗의 차이를 만드는 내 안의 힘'을 이해하기 위해서 먼저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엣지가 대체 무엇인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저자 로라 후앙은 BTS RM이 엣지를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인물이란 점을 그의 연설 내용과 함께 서문에서 밝힌다.

어린 시절 우상이던 에미넴, 칸예 웨스트, 타블로보다 내가 기술적으로 랩을 더 잘할 것 같지 않다.

그럼에도 나는 프로로서 용감하게 솔로 앨범을 내고 사람들의 평가를 받고 싶다. BTS라는 그룹 활동으로 얻은 영향력 아래에 있어도 되지만, 나만의 작품을 통해 직업인으로서 평가받고 싶은 마음이 크다. 내가 우상들보다 더 멋지게 랩을 할 순 없지만, 그들에게는 없는 나만의 모서리(edge)가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같은 날 에미넴과 동시에 앨범을 발매하더라도, 이런 생각으로 나는 나를 지켜낼 수 있을 것 같다.

'엣지, 한 끗의 차이를 만드는 내 안의 힘', pp.6-7

저자가 말하는 엣지는 영어 단어의 머리글자를 연결해 탄생시킨 단어다. 'Enrich, Delight, Guide, Effort'. 이는 즉, 타고난 재능이 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난관에 부딪히거나, 삶의 중요한 상황에서 스스로 유리한 위치로 나아가는 방법을 아는 것을 가리킨다.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전달하여 불리한 상황을 개선하고(E),

나를 평가하거나 나에 대해 편견을 가진 사람들에게 진정한 기쁨을 선사함으로써(D),

타인 스스로 나에 대한 생각을 바꾸고 편견을 없애도록 이끄는(G),

더 나아가

이 모든 것을 쌓아나가기 위해 나 자신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하고 거짓 없이 스스로를 내보이면서,

자신이 택한 길을 가기 위해 꾸준히 노력(E)하는 자세

'엣지, 한 끗의 차이를 만드는 내 안의 힘', p.8

서문을 읽자마자 든 생각은, 그렇다면 '왜 저자는 굳이 '모서리'라는 단어를 선택한 것인가'라는 것이었다. 물론 각각의 단어의 머리글자를 조합하다보니 EDGE라는 단어가 도출되었을 수도 있겠지만, 왜 이 단어를 이 책의 핵심 키워드로 선택한 것인지 궁금해졌다. 본격적으로 내용을 접하기 전 내가 나름대로 생각해본 것은 '원'과 '모서리'의 관계에서 였다. 보통 우리는 흔히 단체, 공동체 등을 표현할 때 각이 있는 도형보다 단합성, 화합성을 강조하기 위해 '원'을 활용하곤 한다. 원은 그 자체로 각이 없고, 360도의 동그란 모양을 지니고 있어 원의 그 어디에 선을 그어도 그 각도와 모양은 각기 다르다. 이로보아. 저자는 아마도 공동체 속에서 나만의 길을 찾아가라는 목적 하에 'EDGE', 즉 '모서리'라는 키워드를 만든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얼핏 보면 이 책은 우리가 흔히 볼 법한 위인전, 자기계발서 등과 차이가 없어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다르다. 우리에게 남들과 다른 특별한 재능을 강조하는 것도, 성공을 위한 정형화된 지름길을 알려주는 것도, 취업을 위한 자격증 등을 알려주는 것도 아니다. 이 책은 이미 그 자체로 저자가 강조하는 '엣지'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흔히 자신의 약점은 감추고, 강점을 키우거나, 세상의 불공평함에 주목하기 보다는 공평함에 주목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곤 한다. 그러나, '엣지, 한 끗의 차이를 만드는 내 안의 힘'이라는 책은 약점, 불공평함을 모두 외면하기 보다는 인정하고 마주할 것을 전제로 한다. 다만, 그 안에서 절대 수동적이거나 갇혀 맞춤형 인재로 살아가는 것은 지양해야 할 자세로 바라본다. 이 책은 자신만의 독특한 엣지를 발견하고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만의 자기 주도적인 삶을 개척해나가기를 지향한다.

나만의 자기 주도적인 삶을 강조하기 때문에 이 책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특히, 나에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부분은 현재 나의 고민을 어느정도 해소해줬다는 부분에서도 있다. 대학원을 준비하고 있는 나는 일반적으로 연구를 위해 대학원을 준비하고 있는 친구들이 활동 보다는 학업에 더 몰두하여 대개 학구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예비 대학원생들과 다른 학교 생활을 경험했다. 물론, 이것이 장점이 될 수도 있겠고, 예비 대학원생의 분위기에 대한 나의 고정관념이 있을 수도 있지만, 주로 학업 보다는 대외 활동을 해왔던 나에게 이는 약점이자 크나 큰 불안함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그러나, 타인에게서 나의 기본기를 찾으려는 나에게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되었고, 나를 중심에 두고 약점과 강점을 찾아나갈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어나가며 나의 현 상황을 돌아보고 이렇게 활동 위주의 나의 경험을 통해 어떻게 색다른 나만의 대학원 입시 준비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전과 달리 스스로 부족하다고 인식하며 한계를 긋기 보다는 이를 바탕으로 더 큰 미래를 상상하고 있는 나를 마주하게 되었다. 나의 엣지를 찾아 즐겁고 색다른 경험을 하고 싶어졌고, 이를 위해 어떤 것들이 필요할 지 나에게 적용하며 읽어가다 보니 보다 흥미롭게 책을 읽었던 것 같다.

우리는 자신의 기본 재료를 파악하기 위해 강점뿐 아니라 약점도 인정해야 한다.

약점을 알고 받아들일 때 내 경기장의 윤곽이 보이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약점과 기본 재료를 알면

어디에서 엣지를 만들어야 할지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엣지, 한 끗의 차이를 만드는 내 안의 힘', p.64

이 책은 다른 책들이 전하는 성공의 길과

차별화된 엣지를 가지고 있다.

이 책과 함께 약점과 강점, 차별과 평등,

우위와 열위의 상황 속에서

나만의 모서리를 찾아나가기를 바란다.

오직 나만이 가질 수 있는 나의 모서리.

<엣지, 한 끗의 차이를 만드는 내 안의 힘>과 함께.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엣지란 좋든 나쁘든 사람들이 저마다의 인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우리는 타인의 관점이 행사하는 영향력을 파악하고 자신에게 유리하게 활용하는 법을 배울 때 엣지를 획득할 수 있다. - P16

노력이 스스로를 돕도록 하자. 역풍을 순풍으로 바꾸자. 행동으로 자신에게 힘을 실어주자. 누군가가 당신의 노력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넘겨짚도록 내버려두지 말자.

- P45

그렇다면 준비되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필요한 기회가 생겼을 때 상대방에게 기쁨을 줄 준비가 됐다는 의미다. 본인에게 상황을 개선할 지식이 쌓여 있고 기회를 잡을 확신이 있으면 움츠러들지 않을 뿐 아니라 주체적이고 즉흥적으로 행동할 자신감이 생긴다.

- P166

궤도는 더 풍부한 그림을 그린다. 당신이 어디에 있고, 어디서 왔으며,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 사람인지 등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궤도는 타인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들을 ‘당신 스스로‘ 좌우하도록 돕기 때문에 중요하다. 당신은 본인과 관련된 유형적, 무형적 정보를 제시해야 한다. 그 일은 타인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해야만 한다. 이 점이 중요하다. - P285

사람들이 널 부르는 게 아니라 네가 대답하는 거야. - P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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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확인 홀
김유원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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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기 전, 먼저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꼭 이 책을 읽어봤으면 하는 이야기다. 특히, 대롱대롱 매달린 삶에 물들어버린 존재라면 말이다.

'미확인 홀'은 김유원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우리의 일상을 소재로 하여 삼총사 중 희영의 시점에서 시작된다. 일상을 소재로 한 만큼 이 책 굉장히 친숙하면서도 정체불명의 '미확인 홀'이라는 소재가 더해져 신선함을 함꼐 제공한다.

맴맴맴맴.

희영은 별수 없이 고3 여름으로 돌아갔다.

'미확인 홀', p.21

'블랙홀'이 적힌 메모를 받은 어느 날, 잠들지 못하는 밤이었다. 매미 소리와 함께 희영의 추억이 샘솟았다. 어느 조용한 시골 마을 은수리. 그곳에 필희가 나타났다. 단짝 친구였던 은정과 희영 사이 필희가 나타나며 삼총사가 된 고3 아이들이었다. 평화로웠던 그들의 관계도 잠시. 필희의 엄마와 은정의 아빠가 함께 사라졌고 이들의 관계도 댕강 토막이 나버렸다. 은정이 삼총사를 떠난 뒤, 관계를 이어오던 희영과 필희도 필희가 블랙홀과 함께 사라지며 깨져버렸다.

저자 김유원은 어디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를 미확인 홀에 조심히 쌓아올린다. 그들의 삶을 조명하며 그들의 삶에 공감한다. 다양한 인물에게서 상실함, 위태로움을 발견하고 그들의 상황을 세밀히 표현한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내면의 구멍을 메워 나간다. 그들이 혼자 해결해나가도록 두는 것이 아닌 '함께' 치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다. 가끔은 혼자서 답을 찾아갈 수 없는 위태로움도 있기에. '개인'이 존재하는 오늘, 미확인 홀은 '우리'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삶에 단단히 박음질된 것 같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소매 끝에 대롱대롱 매달린 단추처럼 삶과의 연결이 위태로운 사람도 있다.

후자의 사람들을 생각하며 이 소설을 썼다.

'미확인 홀', p.341

오늘날 우리의 사회는 개인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일어서는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물론 이것이 잘못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사람마다 특성은 다르고 이러한 방식이 잘 맞는 이도 존재한다. 그러나 사회는 결국 관계 속에서 피어난다고 했다던가. 사람은 혼자 살 수 없으며, 누군가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생활한다. 나는 결국 우리가 되고 우리는 결국 사회가 된다. 이것을 외면한 채, 개인에게 모든 것을 해결할 것을 요구하고 그것을 맹목적으로 따라가다 보면, 결국 우리에게는 정체불명의 거대한 싱크홀만 남지 않을까?

'미확인 홀'과 함께 관계 속에서 회복하는 힘을 따라가보기를 바란다.

"내가 살고 싶어 해도 될까?"

...

"그럼"

- '미확인 홀', p.334

관계 속에서 회복되는

<미확인 홀>과 함께.


희영의 얼굴엔 어떤 강도 흐르지 않았다. 대신 저수지가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깊어지고 넓어지는 저수지. 희영이 필사적으로 외면하고 있는 저수지.

...

저수지가 가볍게 출렁였다. - P13

포기나 좌절, 질투나 미움에 관한 이야기는 들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체념에 관한 이야기는 들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방금 필희가 한 말은 뭔가를 체념한 사람의 말 같았다. - P38

부모를 잃었지만 보육원엔 갈 수 없는 중년 여성 염미정은 장난감을 안 사 줘서 마트에 드러누운 아이처럼 베란다 방에 드러누워 몸부림치며 울었다. 눈물이 마르자 미련했던 젊은 날이 줄줄이 떠올랐다. - P52

동그랗게 놀라던, 하지만 텅 비어 있던 눈. - P63

때로는 잃지 않겠다는 의지가 상실을 막아주기도 한다. - P114

파도가 잦아들면 사방이 뚫린 들판에 서 있기를. - P231

이런 이유로도 침묵하는구나. 은정은 아빠를 생각했다.

....

어쩔 수 없어서 였겠구나. - P324

찬란하더라. 햇빛을 받아서 그랬는지 내 마음이 지옥이라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돌이 공중에서 천천히 부서지는데 정말 찬란하드라. 찬란하다는 감정이 그런 건지 그때 처음 느껴봤다. 니는 그런 느낌 안 들드나? - P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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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나에게 솔직하지 못할까
일자 샌드 지음, 곽재은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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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나에게 솔직하지 못할까'는 2018년 동출판사 인플루엔셜에서 출간했던 '컴클로저'의 개정판이다. 이 책은 나 자신의 온전한 모습을 위한 여러 조언을 여러 사례에 적용하고 그것을 해설하는 수업의 형태로 서술되어 있다. 특히 '자기보호'라는 개념에 초점을 맞춰 회피하는 여러 유형을 확인하고 상황에 따른 조언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일상이 된 현대 사회. 그 속에서 우리는 자신의 감정을 오롯이 느끼고 마주하는 것에 서툴다. 현대 사회에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마이너스 요소이기 때문에 감정을 감추는 것을 반복하다 보니 어디에서 문제가 시작되었는지,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하기도 어렵게 되었다.

(자기보호는) 자신도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일어난다.

그 이유는 우리의 내적 자아가 스스로를 다치지 않도록 보호하는 일을 무엇보다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나는 왜 나에게 솔직하지 못할까', p.6

저자 일자 샌드는 자기 보호를 위해 썼던 가면을 벗고, 진짜 '나'를 찾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자기 보호의 유형 즉, 회피의 유형을 분류하여 제시한다. 구체적인 사례도 함께 제시하여 독자가 자신의 유형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에 따라 어떤 해결책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돕는다. 나를 보호하기 위해 했던 특정 행동들을 다시 돌아보고 어떤 것을 남기고 어떤 것을 버릴 지 이 책을 통해 기준을 만들어가기를 반복했다. 지난 나의 삶을 다시 돌아보며 현재까지 남용했던 자기 보호 습관도 있었음에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이 책을 덮고 들었던 생각은 '명확한 기준, 해결책, 위로가 모두 들어있는 책'이었다. 바로 직전에 올렸던 서평 도서인 '언어가 숨어 있는 세계'와 다소 유사한 구성이다. 그러나, '언어가 숨어 있는 세계는' 어린 아이의 사례를 통해 간접적으로 위로를 경험할 수 있는 도서였다. 반면, 이 책은 어린 아이였던 나의 경험에 더해 오늘날의 나의 경험까지 함께 폭넓게 담아 삶의 전반에 상대적으로 직접적인 위로를 전한다고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상대적으로 객관적이고 관찰자의 입장에서 서술했기 때문에 조금 더 거리를 두고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다르다.

살아 있는 기쁨을 느끼고, 다른 사람들과의 사랑 안에서 유대감을 느끼기 위해

가장 중요한 조건들은 이미 당신 안에 준비되어 있다.

'나는 왜 나에게 솔직하지 못할까', p.237


이 책은 '나'라는 존재를 오롯이 마주하고 적절한 자기보호가 어려운 모든 사람을 위한 길잡이 도서다.

'성숙한 자기보호'라는 개념을 이해하고 책과 함께 실천한다면 그 곳에서 '나'를 마주할 수 있다.

부디 이 책을 통해 우리의 삶이 얼마나 더 풍성해질 수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기를 바란다.

'나는 왜 나에게 솔직하지 못할까', p.11

'나'를 위한 보호 아래에서.

<나는 왜 나에게 솔직하지 못할까>와 함께.


자기보호가 무의식적으로 굳어져버리면 우리는 삶의 여정에서 길을 잃는다. 어째서 항상 내가 장애물에 부딪히는지, 어째서 당장 그만두고 싶은 행동들을 자꾸만 반복하는지 이해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

- P47

왜 타인이 자신의 감정에 공감해주는 것이 오히려 자신에게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게 될까. 당장 꺼내 보고 싶지 않은 내면의 감정을 다른 누군가가 보게 될 경우, 감정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사실은 누군가에게 공감받고 위로받고 싶었던 내면의 욕구를 더 이상 억누르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때부터는 도저히 감정을 억제할 수 없게 된다. - P55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묻어둔 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우리의 의식 아래에 남는다. 많은 사람이 이렇게 과거에 회피했던 슬픔을 크고 작은 형태로 짊어지고 다닌다. 그리고 이 짐 때문에 새로운 상실에 대한 두려움은 더욱 커진다. - P70

인생을 살아가는 것은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 P206

삶은 움직인다. 우리 자신도 끊임없이 변한다. 우리가 유대감을 쌓는 소중한 사람들도 언젠가는 떠나보내야 한다. 삶은 슬픔과 경이 사이를 번갈아 오간다. - 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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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가 숨어 있는 세계 - 언어치료사가 쓴 말하기와 마음 쌓기의 기록
김지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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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가 숨어 있는 세계'는 18년째 언어장애 아이들을 만나 함께 시행착오를 겪는 저자 김지호의 이야기다. 언어는 흔히 우리의 마음을 담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다. 그러나 언어장애 아이들은 마음에 언어를 담아 표현하기 때문에 오롯이 그들의 마음을 표현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어린 아이들은 더욱 쉽지 않은데, 저자는 이들과 함께 여러 시행착오를 겪고 상처를 주고받으며 이들의 마음을 읽어내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해낸다.

이 책을 처음 받았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포근한 책'이었다. 서툰 아이의 그림체 같으면서도 이 안에 오롯이 표현하지 못한 그들의 마음을 포근히 담아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지 역시 참 따뜻하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개나리색 내지. 그리고 내용에 따라 적절히 동글하면서도 어느정도 격식을 갖춘 폰트. 그 누가 읽어도 괜시리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을 멈추었을 때 '정말 내가 원하는 말'은 선명해졌습니다.

'언어가 숨어 있는 세계' p.6

참으로 모순적인 말이지만, 이 책을 한 줄로 요약하게 된다면 내가 꼽은 문장은 바로 이거다. 말을 멈추었을 떄 비로소 선명해지는 나의 말. 저자의 말을 읽을 때만 해도 참으로 다가오지 않았던 이야기지만, 책을 다 읽고 덮어 차근차근 되짚어보니 맞는 말이다. 언어장애를 겪는 아이들과의 이야기에서 점점 성장하며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나의 언어도 함께 떠오르는 시간이었다.


저자 김지호는 언어치료를 통해 새로운 새계를 맞이할 준비를 도와주는 이다. 대상은 중요하지 않다.

이 책을 읽으며 그의 언어를 함께 따라가며 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의 언어는 따뜻하며, 위로이며, 새로운 세계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많은 분들께 마음 깊이 존경하고 지지한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언어가 숨어 있는 세계', p.7

언어를 담은 세계를 마주하는 순간.

<언어가 숨어 있는 세계>와 함께.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영이야, 말은 항상 어긋나기 마련이란다. 누구나 상대의 뜻을 오해해. 그런 일은 지구 어디에서나 일어나지. ... 그럴 떄면 이렇게 생각했으면 좋겠어. ‘나를 혼내려는 게 아니야. 더 좋은 결과를 얻게 하려는 거야.‘ - P31

말은 강물과도 같다. 아이들의 말은 어른들에 의해 받아들여져야 한다. 미숙하다는 이유로 비난받아서는 안 된다. 그래야 막히지 않고 유유히 흐를 수 있다. 앞으로 민이의 말도 그랬으면 좋겠다. - P111

찬이야, 그러니까 앞으로도 네가 하기 싫은 일을 요구하는 사람에게는 꼭 "싫어요"라고 말해야 해, 알겠지? 거부 의사를 명확히 해야 상대가 오해하지 않을 수 있고 네 의사도 존중받을 수 있단다. - P134

네가 즐거움을 찾았으면 좋겠다. 말하는 즐거움. 소통하는 즐거움. 슬픔과 기쁨을 나누는 즐거움. ... 지치지 않고 서로를 북돋으며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 말이야. - P189

영원히 너의 세계와 함께 행복하길. - P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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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은 조금만 - 자부심과 번민의 언어로 쓰인 11인의 이야기
이충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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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은 조금만(자부심과 번민의 언어로 쓰인 11인의 이야기)_이충걸


*언어: 생각, 느낌 따위를 나타내거나 전달하는 데에 쓰는 음성, 문자 따위의 수단. 또는 그 음성이나 문자 따위의 사회 관습적인 체계.


'질문은 조금만'은 저자 이충걸이 오늘날을 상징하는 11인을 만나 그들의 언어를 기록한 인터뷰집이다. 직종, 직무, 분야에 상관 없이 11인의 인터뷰이를 통해 그들에게서 마주하려 한 것은 연약한 마음이었다. 그들은 모두 같지만 다른 그들만의 사적인 언어로 자신과 내담하며 평범한 하루를 이어오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인터뷰는 오늘날 가장 흔하게 활용하고 있는 취재 방식이다. 굳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학생, 직장인 등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이것을 어떻게 다시 녹여내어 활용하느냐에 따라 얻어낼 수 있는 깊이가 완전히 달라진다. 2022년 2학기, 국사학과 전공 과목으로 기록학을 잠시 접했던 적이 있다. 기록학에 큰 관심이 있는 편은 아니지만 교수님이 하셨던 말씀 중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 구술 기록과 관련된 수업이었다.


"구술 기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터뷰이와의 지속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신뢰를 축적해 그들이 전달하고 싶은 모든 것을 담아 그들의 언어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기록학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나이기에 그 당시에는 그들의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충걸의 인터뷰집을 마주하니 생각이 달라졌다. 저자는 언어를 오롯이 담아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의 프롤로그에도 언급했다.


"질문을 던지고 자극에 응전하는 동안 내가 원한 것은 언어였다. 정확한 팩트 위에 설복의 힘을 갖춘 낱말. 전문적인 섬세함 위에 유머와 억양을 갖춘 쉼표. 언제까지나 귀 기울이고 싶은 압축된 지혜. 그리고 그들이 스스로를 탐문하는 이야기 속에 숨겨두었던 설명을 꺼낼 때 어떤 습득의 상태.

인간의 모든 순간은 질문과 대답으로 엮여 있으니까. 언어는 세계의 전부이자 표정을 손질하는 단 하나의 가치니까."

[질문은 조금만] p.6


저자는 그들의 언어와 함께 자신의 해석을 덧붙이고 그에 따라 조직했다. 그래서 이 책은 자부심과 번민이라는 공통점이 전혀 다른 11인의 사적인 언어로 표현되었지만, 어쩌면 같은 것을 함축하고 있는 책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인생은 그냥 누가 한 일을 타인이 바라보는 방식으로만 의미를 얻을 뿐인데."

[질문은 조금만] p.191


이들은 자신의 삶에 몰입하며 자신을 오롯이 마주하고 이해한 이들이었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만큼 그들은 멀리 있지 않다.

-

지혜가 담긴 그들의 언어로 나를 마주하는 경험.


<질문은 조금만>과 함께.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잃어버린 낭만이란 시간이죠. 젊은 시절 어떤 실연의 상처마저도 지금은 아쉬우니까요. - P25

다만 그럴 수 없는 삶의 과제들을 매일 할 수 있는 만큼 해가는 거다. 그래서 소원이 없다고도 말할 수 있고, 소원이 한없이 많다고도 말할 수 있는 거예요. - P97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었던 사람, 사랑스러웠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 P135

우정의 조건은 세월이 아니라 합의. 다른 약속은 없다. - P154

인생은 그냥 누가 한 일을 타인이 바라보는 방식으로만 의미를 얻을 뿐인데. - P191

고전 시대, 낭만 시대, 또 현대, 모든 학파가 그때 사회상의 표현이잖아요. 영재들은 그 시대에 살았던 사람처럼 연주하는 사람들이에요. 그렇지 않으면 그 시대의 문화적인 흐름, 관습, 전통을 이해하기 위해서 당연히 공부해야 하죠. ... 사실은 똑같은 걸 얘기하는 건데 표현 방식의 다름을 이해해야 돼요. - P259

은유는 시의 비장의 무기. 우주를 한 줄로 압축할 수 있어요. - P292

우아함이란 인지되는 것이 아니라 기억되는 것. - P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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