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은 조금만 - 자부심과 번민의 언어로 쓰인 11인의 이야기
이충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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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은 조금만(자부심과 번민의 언어로 쓰인 11인의 이야기)_이충걸


*언어: 생각, 느낌 따위를 나타내거나 전달하는 데에 쓰는 음성, 문자 따위의 수단. 또는 그 음성이나 문자 따위의 사회 관습적인 체계.


'질문은 조금만'은 저자 이충걸이 오늘날을 상징하는 11인을 만나 그들의 언어를 기록한 인터뷰집이다. 직종, 직무, 분야에 상관 없이 11인의 인터뷰이를 통해 그들에게서 마주하려 한 것은 연약한 마음이었다. 그들은 모두 같지만 다른 그들만의 사적인 언어로 자신과 내담하며 평범한 하루를 이어오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인터뷰는 오늘날 가장 흔하게 활용하고 있는 취재 방식이다. 굳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학생, 직장인 등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이것을 어떻게 다시 녹여내어 활용하느냐에 따라 얻어낼 수 있는 깊이가 완전히 달라진다. 2022년 2학기, 국사학과 전공 과목으로 기록학을 잠시 접했던 적이 있다. 기록학에 큰 관심이 있는 편은 아니지만 교수님이 하셨던 말씀 중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 구술 기록과 관련된 수업이었다.


"구술 기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터뷰이와의 지속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신뢰를 축적해 그들이 전달하고 싶은 모든 것을 담아 그들의 언어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기록학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나이기에 그 당시에는 그들의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충걸의 인터뷰집을 마주하니 생각이 달라졌다. 저자는 언어를 오롯이 담아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의 프롤로그에도 언급했다.


"질문을 던지고 자극에 응전하는 동안 내가 원한 것은 언어였다. 정확한 팩트 위에 설복의 힘을 갖춘 낱말. 전문적인 섬세함 위에 유머와 억양을 갖춘 쉼표. 언제까지나 귀 기울이고 싶은 압축된 지혜. 그리고 그들이 스스로를 탐문하는 이야기 속에 숨겨두었던 설명을 꺼낼 때 어떤 습득의 상태.

인간의 모든 순간은 질문과 대답으로 엮여 있으니까. 언어는 세계의 전부이자 표정을 손질하는 단 하나의 가치니까."

[질문은 조금만] p.6


저자는 그들의 언어와 함께 자신의 해석을 덧붙이고 그에 따라 조직했다. 그래서 이 책은 자부심과 번민이라는 공통점이 전혀 다른 11인의 사적인 언어로 표현되었지만, 어쩌면 같은 것을 함축하고 있는 책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인생은 그냥 누가 한 일을 타인이 바라보는 방식으로만 의미를 얻을 뿐인데."

[질문은 조금만] p.191


이들은 자신의 삶에 몰입하며 자신을 오롯이 마주하고 이해한 이들이었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만큼 그들은 멀리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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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가 담긴 그들의 언어로 나를 마주하는 경험.


<질문은 조금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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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잃어버린 낭만이란 시간이죠. 젊은 시절 어떤 실연의 상처마저도 지금은 아쉬우니까요. - P25

다만 그럴 수 없는 삶의 과제들을 매일 할 수 있는 만큼 해가는 거다. 그래서 소원이 없다고도 말할 수 있고, 소원이 한없이 많다고도 말할 수 있는 거예요. - P97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었던 사람, 사랑스러웠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 P135

우정의 조건은 세월이 아니라 합의. 다른 약속은 없다. - P154

인생은 그냥 누가 한 일을 타인이 바라보는 방식으로만 의미를 얻을 뿐인데. - P191

고전 시대, 낭만 시대, 또 현대, 모든 학파가 그때 사회상의 표현이잖아요. 영재들은 그 시대에 살았던 사람처럼 연주하는 사람들이에요. 그렇지 않으면 그 시대의 문화적인 흐름, 관습, 전통을 이해하기 위해서 당연히 공부해야 하죠. ... 사실은 똑같은 걸 얘기하는 건데 표현 방식의 다름을 이해해야 돼요. - P259

은유는 시의 비장의 무기. 우주를 한 줄로 압축할 수 있어요. - P292

우아함이란 인지되는 것이 아니라 기억되는 것. - P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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