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9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 민음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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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너무 재미있게 읽은 소설입니다. 다 읽고 나서 과연 명성은 헛되이 퍼지는 것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설 읽는 재미를 만끽하게 해준 아주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소설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중에 하나가 인물이지요. 장석주씨의 '소설' 이라는 책을 읽어보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은 글쓴이가 창조한 것이지만 일단 창조하고 나면 인물은 생명력을 갖게 된다고 합니다. 글쓴이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인물은 자신의 생명력을 가지고 작품 안에서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인다는 것이죠. 그리고 그런 인물이 얼마만큼 생명력을 갖느냐에 따라 작품의 완성도가 결정된다고 했습니다.

이 '농담' 이라는 작품을 읽으면서 등장인물들이 생생하게 살아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각각의 등장인물이 겪은 경험들이 흥미있게 펼쳐지기도 하고 인물들의 생각들이 충분히 그런 생각을 가질 수 있겠구나 하는 공감대를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이런 등장인물들의 생각과 행동들은 다른 인물들의 생각과 행동을 만나 갈등을 낳고 오해를 낳게 됩니다.

인물의 생명력도 뛰어나지만, 그런 인물들이 활동하는 무대인 작품의 줄거리또한 아주 흥미롭습니다.(줄거리를 정리해 보려고 했으나 정말 깁니다. ㅡ.ㅡ; 직접 읽어보세요.)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삶이 농담이라는 단어로 충분이 표현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공산당에서 축출되고 반동분자로 몰려 탄광에서 노동을 하는 루드빅의 삶을 별것 아닌 사소한 농담때문에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루드빅의 인생을 우스개 농담으로 치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루드빅을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루치에가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될때 사랑이라는 감정 또한 농담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죠. 루드빅이 자신의 삶을 망쳐놓은 제마넥이라는 인물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의 아내를 유혹하지만 제마넥은 더욱 아름다운 여성과 정분이 나버려 아내가 다른 남자와 정을 통한다는 사실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고, 자신의 진정한 사랑을 만났다고 생각하는 제마넥의 아내는 그녀를 이용하려던 계획이 어긋나 더이상 그녀에게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루드빅에게 버림받고는 설사약을 먹고 자살기도를 합니다. 이런 모든 상황의 어긋남을 읽으면서 다시한번 농담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되었죠.(무슨 내용인지 이해가 잘 안가시죠..ㅡ.ㅡ;;)

게다가 이런 농담에 관한 생각 뿐만 아니라 이데올로기가 짓밟아버린 개인의 삶과 개연성 없는 사건들이 가지는 연관성에대한 생각들도 담겨있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을 읽고 나서 이런 엄청난 작품을 처녀작으로 쓴 '밀란 쿤데라'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정말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생각할 꺼리도 많이 담겨있구요. 꼭 한번 읽어 보십시오.

제가 읽어본 밀란 쿤데라의 다른 작품으로는'향수' 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이라는 작품의 속편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작품을 읽고 나서 위에서도 말씀드렸던 개연성 없는 사건들이 가지는 연관성에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었습니다. 이 작품도 재미있습니다. 꼭 읽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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