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시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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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여지껏 책을 읽으면서 항상 가슴찡한 감동과 다 읽었다는 뿌듯함을 주는 책이 좋은 책이라고 생각했다. 이 상실의 시대는 예전부터 집에 있던 책이었는데, 베스트 셀러라고 하기에 왠지모를 경계심이 들어 계속해서 읽기를 주저하던 책이다. 그런데 며칠전에 너무나도 읽을책이 없어 집어들고 읽기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이렇게 우울한 감정으로 책을 읽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리고 이런 우울한 감정도 솔직하게 느낄 수 있는 것도 이 책이 주는 여러가지 감동 중에 하나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이 소설에서는 등장하는 인물들이 모두가 상실한 사람들이다. 모두가 무엇인가를 잃어버린채로 떠돌고 아파하고 외로워 한다. 그런 상실속에서 서로서로 관계를 맺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과정들이 나온다. 와타나베가 나오코를 좋아하는 것도 그리고 와타나베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이 자기의 상실을 보상받기위해 타인에게 의지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나오코와 와타나베는 기즈키라는 한 사람의 상실을 아픔으로 간직하고 있고 미도리는 여렸을때 부터 바래왔던 사랑과 아버지의 죽음을.. 그리고 이런 굵직굵직한 인불들이 아니더라도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과 주인공을 둘러싼 모든 사람들이 제각각 나름대로의 상실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시각을 읽고 있는 우리에게로 돌려 보면 결국 우리 자신도 하나의 상실에 불과하고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이런 상실을 보상받기 위해서 술집에서 크게 떠들기도 하고, 때로는 즐거운 척도 해보고 사람과 만나 관계를 맺고..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거쳐 스스로의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태엽을 감아 내일을 준비하고.. 결국 상실은 절대로 치료되지 못한채 가슴 한구석에 덩그라니 남아 있게 되는 것이다.

정신병원과 일상 이 두 공간을 분류하는 것이란 우리의 생각에 불구하다 정신병원안의 사람은 자신들의 상실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고 그렇지 않은 소위 말하는 정상인들은 자신들의 상실을 인식하지 못한채 주변과의 관계에서 묻어두고 다시 다음날로 발걸음을 내딛는 것 에 불과하다. 와타나베가 정신병원에서의 일상과 그곳에서와는 다른 일상을 접하면서 혼란을 겪었던 것도 다 자신의 상실에대한 자각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시종일관 내가 잃어 왔던 것들,. 미쳐 생각하지 못하고 넘어왔던 것들에 대해서 매우 우울한 심정으로 다시 돌이켜 볼 수 있게 되어 너무 좋았다. 그리고 이 책은 70년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세련된 어투와 문체 덕에 별 무리 없이 접할 수 있어서 매우 좋았다. 이런 우리가 부담없이 접할 수 있는 문체와 내용이 이 책을 스테디 셀러로 만들고 있고, 이런 펴면적인 요인 뿐만이 아니라 그 속에 담겨진 거대한 주제 즉 우리가 가진 제각각의 상실들이 우리로 하여금 이 책을 선택하고 다른사람에게 권하게 되는 또 하나의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나는 무엇을 가지고 있을까 그리고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알고 있을까?
참 어려운 문제이고 나를 우울하게 만드는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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