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머 씨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장 자끄 상뻬 그림 / 열린책들 / 199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좀머씨 이야기를 읽고 파트라크 쥐스킨트를 정말 색다른 시각으로 보게 되었는데..예전에는 정말 싫어했거덩여..그냥 콘트라베이스라는 책을 읽고 쫌 짜증났고.. 생김새도 이상해서... 그냥 싫어했는데..이 좀머씨 이야기를 읽고는 생각이 후악 바뀌어 버렸죠..참 물흘러가듯 글이 매끄럽고..게다가 전혀 뜻밖의 일들을 주저리주저리 엮어가는데..친구의 수다를 듣고있는 기분도 들고....하여간 글솜씨 뿐만 아니라 글의 구성도 흠잡을데 없이 좋습니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좀머씨가 가장 중요한 조명을 받고 있는데요..책을 덮는 순간에..좀머씨와 함께.. 날아가버린 제 어린시절이 갑자기 그리워 지더군요...

우리의 어린시절..참 누구든지 다 한번쯤은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생각들을 해본 경험이 있을 검다. 하지만 자기 나름대로는 정말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생각들..머 예를 들자면 제 경험담인데..6살때 집에있는 좌변기뚜껑안에 무엇이 들었길래..물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올까 정말 궁금했었슴다. 버튼을 누르면 샘물도 아닌데 와르르 쏟아지는 물을 보면서 뚜껑을 열면 반드시 그 안에는 샘물이 있을것 같단 확신을 가지게 되었죠..

글고 며칠후.. 부모님이 잠시 외출하신 틈을타서.. 변기 뚜껑을 열고.. 그 안을 드러다 보았슴다...헐~~ 제 예상과는 너무도 다르더군요...너무도 간단하게 물이 쏟아져 나와 버리다니..한참동안 변기를 드려보다가 이제 다시 옮겨 놓으려고 변기뚜껑을 드는 순간..몸이 기우뚱하면서..뚜껑을 놓쳐버렸고..와장창..하면서 뚜껑이 박살나버렸죠..ㅋㅋㅋ..

제 딴에는 금이 안보이게 잘 맞춰서 올려 놓으면 절대 들키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했구요.. 그래서 변기뚜껑을 정말 조심스럽게 맞춰놓아..금이 안보이도록 잘 올려 놓았죠..그리고 걸렸을때를 대비해서 나름대로의 변명도 생각해 놓았구요..그날저녁.. 화장실에 들어가신 아버지의 고함소리가 들렸고..이거 누가깼냐는 호통속에...애써 태연하려 했지만.. '네가 이거 깼니?'하고 물어보는 아버지의 일갈에..꼼짝없이 네라고 대답해 버렸죠..
왜깼는냐는 말에.. 미리 생각해놓은 제 대답은..

'아까 베란다에서 노는데... 더워서 문을 열어 놨거든.. 근데. 화장실에서 오줌을 싸는데.. 바람이 휙 불어서 뚜껑이 날라갔어.'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할 사람이 한사람도 없을것 같았지만...제 딴엔.. 정말 논리적이고 타당한 대답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믿고 있었죠... 난중에 아버지의 회초리와 다그침에 못이겨..정말 변기안에 무엇이 들었을까 궁금해서 그랬다고 실토하게 되었고..아버지는 그게 왜 궁금하냐면서 무아악 다그치셨죠..

헐~~ 삼천포로 빠졌는데..제가 궁금해한 것들..변기안에 샘물이 들어있을것 같다는 생각..그리고 바람이 불어 변기뚜껑이 날아갔다.. 라는 생각은...다 좀머씨 입니다...그리고 지금 제가 이렇게 커서...그시절 했던 제 대답이 얼토당토 않았다는것을 깨닫고 난 후는..
제 좀머씨는 이미 호수로 떠난 후이고요...이해하고 이해 받고의 생각이 아니라..자신만의 생각과 자신만의 믿음이 좀머씨인 것입니다 비록 다른 사람들은 손가락질 할 지라도..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은 나.. 나의 생각.. 좀머씨가 떠나는 것을 나무위에서 모두 지켜보고 있으면서...제가 가끔씩 그리워하는 저의 어린시절들과 그 추억들을..더이상 그때의 생각을 그리워 할수는 있어도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너무도 머리가 굳어버린 지금..또 좀머씨가 그리워 지는군요...^^

추신:그때 제 대답이 어느정도 타당성이 있었냐 하며는요..
저보다 1살 많은 누나랑 밤에 같이 잠을 잘때..
누나가 잠이 들락말락 하는 저의 귀에다 대고.. 한마디
하더군요..
'엄마 아빠는 그말을 안믿지만 누나는 그말을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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