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된 농담
박완서 지음 / 실천문학사 / 200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박완서씨는 글을 참 잘쓴다. 정말 어쩜 저렇게 잘 쓸까 싶게 문장이며 내용들이 술술 넘어간다. 그리고 그에 못지않게 담고있는 주제나 내용또한 무시못할 것들이다. 이 아주 오래된 농담이라는 책도 그렇다. 우리 사회가 기지고 있는 폐부에 차가운 메스를 들이밀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뇌리에 남는 단어가 농담이라는 말의 정의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과연 농담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을 하게 되었다. 듣는 사람과 말하는 사람이 모두 거짓말임을 알면서도 서로 즐거워 하는것.. 이것이 농담이라면 우리가 말하고 행동하는 모든 양식들은 지금 이 농담의 범위에 안주하고 있지는 않는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내 얼굴을 보여주기 보다는 거짓된 가면을 보여주고 보는 사람도 그 가면이 거짓인줄 알면서도 거짓에 맞춰가며 장단을 맞추는.. 이 모든 행동들이 거짓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은 온갖 농담의 일색이다. 주위의 상황과 만들어진 역할에 의해 행동하고 말하고..죽음까지도 결국에는 농담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어 버린다. 불륜은 물론이거니와 아이를 갖는 것 그리고 어머니를 모시는 것 등등 가장 가깜고 기본적인 인간관계인 가족의 농담에 대해 날카로운 의문을 던지고 있다. 그리고 작가는 그 와중에서도 절대로 냉철한 시선을 거두지 않고 누구에게나 똑같은 시선으로 똑같은 냉정함으로 대하고 있다. 서늘할 정도의 작가의 시선에 농담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마저도 동시에 냉담해 진다.

소설을 읽어오면서 이렇게 주인동에게 별 느낌을 가지지 못한 소설을 처음이었다. 내용이 재미 없는 것도 지루한 것도 아니었지만 나오는 인물 누구에게도 별 느낌을 갖지 못한채 냉정한 시선을 유지할 수 있었고, 이또한 작가의 노련한 의도라고 생각을 하니 정말 경탄을 아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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