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눈을 감지 않는다
메리 쿠비카 지음, 신솔잎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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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내 최대의 적은 바로 내 상상력이었다.



프롤로그부터 긴박감이 느껴지는 이야기였다.

누군가에게 사고가 일어난 느낌으로 시작한 <밤은 눈을 감지 않는다>

릴리와 니나는 고동학교 동료 교사다.

릴리의 사수였던 니나로 인해 두 사람은 친분이 돈독해졌고, 부부동반으로 몇 번 만나기도 했다.

릴리에겐 릴리만을 바라보는 다정다감한 남편 크리스티안이 있고, 니나에겐 신경외과 의사인 남편 제이크가 있다.

이야기는 크리스티안과 니나의 시점으로 이어진다.

등장은 하지만 그 어떤 말도 하지 못한 제이크. 그는 시종일관 니나와 크리스티안의 관점으로만 묘사된다.

그러니 제이크가 정말 어떤 사람인지는 알지 못한다.

그저 나쁜 놈(?)으로 생각할밖에~

아픈 엄마 때문에 남편과 사이가 틀어진 니나.

제이크는 니나가 자신과의 시간을 장모님에게 할애하는 거에 불만이 많다.

대차게 싸우고 나간 월요일부터 제이크가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

단순한 부부 싸움으로 니나를 골탕 먹이려는 걸까?

아니면 속 좁은 제이크가 삐져서 집을 나가 버린 걸까?

남편이 싸우고 집에 안 들어 온다고 모든 걸 자기 자신의 잘못으로 생각하게 되는 니나의 모습이 이해되면서도 안타깝다.

아이를 가지려고 노력하지만 자꾸 유산을 하는 릴리는 지금 임신 중이지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있다.

또 잘 못 될까 싶어서.

그렇지만 유독 불안해하는 릴리를 보며 크리스티안은 무슨 일이 있는지를 묻고, 릴리는 엄청난 말을 꺼낸다.

자신을 강간하려는 제이크를 돌로 치고 도망쳤다는 릴리.

릴리와 크리스티안은 불안의 나날을 보내고

니나는 결국 제이크의 실종 신고를 하는데...

릴리와 크리스티안의 가슴 졸이는 모습

그들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하는 행동들이 오히려 의심받을 만하다.

난 그들이 그냥 가만히 있었으면 했는데 그럼 재미가 없었겠지?

이 삐뚤어진 사랑은 어디서부터 문제였던 걸까?

메리 쿠비카는 이번에도 반전을 준비했다.

마지막까지 전혀 의심 가지 않게 잘 숨겼으나 뒤로 갈수록 뭔가 쎄~ 하게 냉기가 흐른다.

그러면서 느낌이 왔다.

근데 작가님이 한 가지 실수를 하신 거 같다.

니나가 제이크 실종 뒤에 분명 총이 금고에 있는 걸 확인했는데 왜 나중에 없어진거지??

집착이랄밖에.

사랑이 집착이 되면 보이는 게 없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한 일이라고 말하지만

결국은 자기 자신을 위해 한 일이다.

언제가 해야 했던 복수를 그렇게 했던 것이지.

복수는

나를 화나게 한 그 대상에게 할 것.

동대문에서 뺨 맞고 남대문에서 화풀이하지 말란 얘기.

서로 반대의 입장에서 이어지는 이야기에 긴장감이 읽는 내내 넘쳤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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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토끼 - 개정판
정보라 지음 / 래빗홀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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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라는 이제 장르 그 자체라고 말하고 싶다.

모든 장르를 아우르는...




그런 법은 없지만, 그런 세상은, 그런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다.



토끼해에 만난 <저주토끼>는 어떤 맛일까?

어떤 저주(?)를 지니고 있기에 생각지도 못한 귀인을 만나 여러 나라의 언어로 번역이 되어 널리 퍼진 것일까?

작가 스스로 환상호러 장르라 칭하는 <저주토끼>속 10편의 이야기는 왠지 익숙하면서도 더할 나위 없이 새로웠다.

2022년 부커상 인터네셔널 최종 후보에 올랐다는 건 그만큼 이 이야기들이 콧대높은 그들의 눈에도 들었다는 신호이자 앞으로 다른 작가들에게도 더 넒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준것이라 생각된다.

자기 자신을 위한 저주의 물건을 만든 탓에 할아버지는 죽어서도 죽지 못하고 <저주토끼>

화장실 변기에서 솟아난 머리는 배설물을 먹고 자라나 자신을 키워준 육체를 빼앗고 <머리>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없는 여자는 목소리에 의지한 채로 사고 현장을 빠져나간다고 생각했지만 함몰되고 <차가운 손가락>

피임약 때문에 임신한 여자는 아이 아빠가 될 사람을 찾지 못한 채 출산을 하고 <몸하다>

반려인간이 나에게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가 감정이 없는 그것이 결정적인 순간에 무기가 될 뿐이란 걸 깨닫게 해서 나의 상상력을 파괴할 줄이야! <안녕, 내 사랑>

전설의 고향에서 "내 다리 내놔~"가 제일 소름 끼친 대사로 기억되는데 그걸 능가하는 "나를 풀어주시오!" <덫>

뱀파이어의 역습(?)을 기대했던 내 바람과는 전혀 다르게 전개된 <흉터>

그 아이가, 그 아이가 아니었구나!라는 깊은 깨달음을 준 <즐거운 나의 집>

SF 판타지 영화 한 편을 본 거 같은 <바람과 모래의 지배자>

난 그저 그를 마조히스트로 생각했을 뿐. 이런 반전은 꿈도 못 꿨다. 럴수 럴수 이럴수가! <재회>

판타지, 전설, 호러, 미스터리, 공포, SF, 모든 장르를 골고루 맛보게 해준 <저주토끼>

어떤 이야기도 기발하지 않은 게 없고, 어떤 이야기도 등골이 서늘하지 않은 게 없다.

무심코 읽다가 발목 잡히게 만드는 <늪> 같은 이야기들.

어딘가에서 <재회> <차가운 손가락>이 나를 <덫>에 걸리게 해서 새겨진 <흉터>에서는 <몸하다>처럼 선혈이 흐르고, <머리> 곳곳에 새겨진 이야기의 흔적들은 <즐거운 나의 집>을 오소소 소름 돋게 둘러보게 만들었으며, 스탠드 전원 버튼을 터치할 때마다 <저주토끼>의 기운을 느끼게 되고, 고분고분하지 않은 나의 반려인간(?)에게 <안녕, 내 사랑> 노래를 불러주고 싶고, <바람과 모래의 지배자> 속 공주처럼 내세가 보장되는 삶을 누리고 싶어졌다.

상상력이 필요하신 분

아슬아슬한 호러의 느낌이 알고 싶은 분

다양한 이야기를 한꺼번에 맛보고 싶은 분

가장 압도적으로 필요한 모국어로 장르소설의 묘미를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저주토끼가 한국판 환상특급이 되어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선 보일 날이 빨리 왔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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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자일스의 나환자 캐드펠 수사 시리즈 5
엘리스 피터스 지음, 이창남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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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복하고 있던 적에게서 습격을 받았을 당시 이분은 말을 타고 숙소로 돌아오던 중이었습니다. 누군가 덫을 쳐놓고 그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지요. 따라서 범인이 누구건, 그는 돔빌 경이 어디에 갔는지, 또 어떤 길로 돌아올지 미리 알고 있었던 겁니다."



바람 잘 날 없는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에 결혼식 행렬이 도착합니다.

60대의 신랑과 18살 신부의 결혼식이 치뤄질 예정이죠.

캐드펠 수사 밑에서 열심히 허브를 키우던 마크 수사님은 세인트자일스의 나환자를 보살피고 있네요.

그곳 나환자들도 결혼식을 치르러 수도원에 도착하는 행렬을 구경합니다.

그 환자들 중에 눈에 띄는 사람이 있습니다.

나이 들고 몸이 병들었지만 그래도 어딘지 모르게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가진 사람이죠.

앳된 신부는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친척에게 맡겨졌습니다.

그녀의 조부는 예루살렘 전투에서 장렬하게 전사한 모두의 존경을 받는 분이시죠.

그런 분의 하나밖에 없는 손주가 친척의 농간에 할아버지뻘의 남자에게 시집을 가게 되었네요.

신랑 될 돔빌 남작은 성격도 안 좋고, 수많은 여자들을 만나고 다니는 바람둥입니다.

결혼식 전날 어딘가로 사라졌다 새벽에 돌아오는 길에 그만 죽임을 당합니다.

신부 이베타에겐 사랑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돔빌 남작의 향사로 있는 조슬린이죠.

그러나 조슬린은 돔빌에게 도둑으로 몰려 쫓겨납니다.

그리고 돔빌이 죽자 이젠 살인범이 되어 버렸네요.

감옥에 갇히기 전에 멋지게 달아난 조슬린.

꼼짝없이 결혼식을 올려야만 했던 이베타에게 돔빌의 죽음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요?






마크 수사를 꼼짝 못 하게 붙들어둔 건, 약속이나 한 듯 그자를 감싸는 환자들의 행동이었다. 아무런 이야기도 설명도 없이, 고통받고 있는 환자 모두가 침묵의 연대로 그의 불행을 함께 나누고 있었던 것이다.



세인트자일스 병원으로 숨어 들어온 조슬린은 나환자들의 보호를 받으며 숨어지내게 되고, 마크 수사의 눈에 띄게 됩니다.

마크 수사는 조슬린의 행동거지를 보며 그가 그런 끔찍한 일을 벌이지 않았음을 느끼고 그에게 도움이 되고자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게 됩니다.

조슬린과 이베타의 사랑은 이루어질까요?

나환자들을 등장시켜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도 삶이 있음을 이야기하는 <세인트자일스의 나환자>편은 정말 악독한 이베타의 보호자를 자처하는 친척 때문에 열받고, 돔빌 남작이라는 남자의 파렴치한 행동에 혈압 오르고, 역시나 이번에도 범인을 정해놓고 표적수사를 하는 행정관 때문에 답답했지만 그 행정관이 그래도 앞뒤 꽉꽉 막힌 사람이 아닌 공정한 사람이라는 사실에 안도하고, 전편들에서 밉살스러운 부수도원장이 새로 온 라둘푸스 수도원장 때문에 아무런 짓거리(?)를 못하는 게 정말 속 시원합니다.

라둘푸스 수도원장의 공정함과 좌중을 압도하는 힘에 캐드펠 수도사가 천군만마를 얻은 느낌입니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읽으며 작가님이 60이 넘은 나이에 이 시리즈를 시작했다는데 그래서인지 이야기가 굉장히 안정감 있고, 인물들의 개성이 모두 살아있으며, 선과 악의 구별이 명확합니다.

그리고 여성 캐릭터들의 연약하면서도 힘 있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물 흐르듯 유려한 추리극에 로맨스와 역사를 잘 버무려 놓은 <캐드펠 수사 시리즈>

왜 여태껏 이 시리즈를 몰랐는지 모르겠네요.

추리소설 읽고 싶지만 잔인한 거 싫어하시는 분.

재미와 감동과 긴장감을 동시에 느끼고 싶으신 분.

가볍게 읽고 싶지만 가볍지만은 않은 이야기를 원하시는 분들께 <캐드펠 수사 시리즈> 완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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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베드로 축일 캐드펠 수사 시리즈 4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송은경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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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적인 젊은이일수록 어른이라면 뒤돌아설 지점을 넘어가 위험할 정도로 쉽게 모험에 빠져버리는 법이다. 그리고 영리할수록 더 상처받기 쉬운 것이 또한 젊음이니....




<성 베드로 축일> 장을 앞에 두고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과 슈루즈베리 시는 축일장에서 거둬들이는 세금으로 인해 의견차를 보이고 새로 부임한 수도원장은 일말의 재고도 없이 법대로 처리하겠다고 선언한다.

마을 청년들은 수도원의 처사에 반기를 들고 장사를 하러 온 상인들에게 수도원에 내는 세금에서 얼마를 슈루즈베리 시에 내놓으라고 건의하다 상인 한 사람과 시비가 붙고 축제장은 싸움터로 변해버린다.

시장의 아들 필립은 거상인 브리스틀의 토머스에게 맞아 기절을 하고, 토머스의 조카 에마가 나서서 외숙을 진정

시켰지만 축일장을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캐드펠 수사다.






누구도 고의적으로 덫을 놓지 않았으나, 그럼에도 덫이 존재하는 셈이었다. 그리고 그 덫은 한순간 빛을 내면 튕겨 오를 터였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 벌써 4번째권을 읽었다.

머릿속에서 장면들이 또렷하게 재생되면서 새로운 인물들을 그리기 바쁘다.

이 시리즈에 나오는 여성들은 주관이 뚜렷하고, 위기에 능하고 당차다.

새로운 인물인 에마 역시 상인의 딸이지만 귀족의 딸보다 강단 있으면서 우아하다.

중세 시대 여성들에게 저 정도의 재량이 있었을까? 싶으리만치 거침없고 영리하며 결단력이 있다.

자칫 좀도둑의 소행처럼 보인 살인사건의 내막엔 엄청난 음모가 도사리고 있고, 그 비밀을 지키기 위해 에마가 택한 방법은 아주 위험하고 용감한 것이었다.

내가 그런 위험에 처했다면 나는 그런 용기를 낼 수 있을까?

이미 휴 베링어의 반전에 놀란 적이 있어서 등장하는 새로운 인물마다 어떤 반전을 가지고 있을지 기대된다.

조용하고 평화로워야 할 수도원을 둘러싸고 살인사건이 자꾸 일어나는 건 수도원 터가 나쁜 것일까? 아니면 그곳에 캐드웰이 있어서일까?

스티븐 왕과 모드 황후의 왕위 쟁탈전은 끝나지 않았고, 곧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거 같다.

산전수전 공주전까지 다 겪은 거 같은 캐드웰 수사의 과거는 어디까지 전개될지, 본격적인 왕위 쟁탈전이 시작될 거 같은 분위기로 보아 내전이 코앞에 와 있는 거 같은 분위기 때문에 다음 편들이 더더욱 궁금해진다.

몇 페이지 읽자마자 범인에 대한 감이 왔지만 그것을 교묘하게 피해 가려는 작가의 솜씨를 감상하는 맛이 더 달콤해져서 좋았다.

살인사건으로 사건 해결을 위해 맹렬하게 달려가지만 그 안에 꼭 필요한 '사랑'을 담아 놓는 작가님의 안배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모질디 모진 최신 스릴러에 물들어서 웬만한 사건 앞에서 눈도 깜짝 안 하는 내 마음에

스릴과 사랑과 우정을 마음껏 들이켜게 해주는 이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낭만 가득한 추리소설이랄밖에.

이렇게 편안한 마음으로 추리소설을 즐기며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다니 정말 책태기에 물들었던 마음에 단비가 내린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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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루시 바턴 루시 바턴 시리즈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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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건, 그게 내가 평생 해왔던 방식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누군가가 그 자신은 인식하지 못한 채 스스로 망신거리가 되었을 때 그 사람의 실수를 덮어주는 것. 내가 그렇게 하는 이유는, 내 생각에, 많은 순간에 그런 사람이 나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 이름은 루시 바턴>

사 놓고 묵혀 두었는데 독파챌린지에 떴길래 신청했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작품은 <올리브 키터리지> 이후로 두 번째다.

루시 바턴이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몇 해 동안 보지 못했던 엄마의 간병을 받으며 모녀간에 못다 한 말과 감정들을 루시의 입장에서 들춰내는 이야기다.

감정적이지 않고, 그저 있었던 일들을 들춰내는 루시 바턴의 이야기는 익숙하면서도 생소한 느낌이다.

감정 표현을 잘 하지 못하는 상처 받은 영혼이 그 느낌 그대로를 적어내려가는 이야기라고 할까...







책을 읽고 나면 감정이 한층 성숙해지는 느낌을 주는 책이 있는데 바로 이 책이 그렇다.

뭔가 정리되지 않은 어릴 적 혼란스러움과 두려움이 어른이 되어서까지 나를 지배하는 데 그것을 민낯으로 들여다본 느낌이다.

루시 바턴의 이야기를 읽으며 내 어릴 적 나를 혼란스럽게 했던 일들이 오버랩되었다.



나는 나이를 먹을수록 그녀가 그 말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을 점점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우리는 생각한다. 늘 생각한다. 우리가 누군가를 얕보게 되는 것은 무엇 때문인지. 우리 자신을 그 사람보다 우월하다고 느끼는 것은 무엇 때문인지를.



보통 사람들은 상상하지 못한 가난의 굴레를 벗어난 소녀의 모습.

어른이 되어 가정을 이루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느끼게 되는 엄마의 마음.

낯선 세상에서 그동안 가져보지 못한 감정들을 배워가는 모습.

혼자만 탈출했다는 죄책감.

그러나 가족들을 그리는 마음과 그들을 이해하려는 마음 한구석에 그저 잊고 살고 싶은 마음.

담담한 문체로

담담하게 루시 바턴의 입장에서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는 이야기가 그동안 해소되지 못했던 감정의 찌꺼기를 걸러내주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그녀가 넘지 못한 벽.

어릴 때의 결핍이 자리 잡은 곳에서 결코 배워지지 않는 어떤 감정들.

그러나 루시 바턴은 그것들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 행복한 어른이다.

대부분의 어른은 그것들을 '회피' 하며 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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