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루시 바턴 루시 바턴 시리즈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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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건, 그게 내가 평생 해왔던 방식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누군가가 그 자신은 인식하지 못한 채 스스로 망신거리가 되었을 때 그 사람의 실수를 덮어주는 것. 내가 그렇게 하는 이유는, 내 생각에, 많은 순간에 그런 사람이 나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 이름은 루시 바턴>

사 놓고 묵혀 두었는데 독파챌린지에 떴길래 신청했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작품은 <올리브 키터리지> 이후로 두 번째다.

루시 바턴이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몇 해 동안 보지 못했던 엄마의 간병을 받으며 모녀간에 못다 한 말과 감정들을 루시의 입장에서 들춰내는 이야기다.

감정적이지 않고, 그저 있었던 일들을 들춰내는 루시 바턴의 이야기는 익숙하면서도 생소한 느낌이다.

감정 표현을 잘 하지 못하는 상처 받은 영혼이 그 느낌 그대로를 적어내려가는 이야기라고 할까...







책을 읽고 나면 감정이 한층 성숙해지는 느낌을 주는 책이 있는데 바로 이 책이 그렇다.

뭔가 정리되지 않은 어릴 적 혼란스러움과 두려움이 어른이 되어서까지 나를 지배하는 데 그것을 민낯으로 들여다본 느낌이다.

루시 바턴의 이야기를 읽으며 내 어릴 적 나를 혼란스럽게 했던 일들이 오버랩되었다.



나는 나이를 먹을수록 그녀가 그 말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을 점점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우리는 생각한다. 늘 생각한다. 우리가 누군가를 얕보게 되는 것은 무엇 때문인지. 우리 자신을 그 사람보다 우월하다고 느끼는 것은 무엇 때문인지를.



보통 사람들은 상상하지 못한 가난의 굴레를 벗어난 소녀의 모습.

어른이 되어 가정을 이루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느끼게 되는 엄마의 마음.

낯선 세상에서 그동안 가져보지 못한 감정들을 배워가는 모습.

혼자만 탈출했다는 죄책감.

그러나 가족들을 그리는 마음과 그들을 이해하려는 마음 한구석에 그저 잊고 살고 싶은 마음.

담담한 문체로

담담하게 루시 바턴의 입장에서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는 이야기가 그동안 해소되지 못했던 감정의 찌꺼기를 걸러내주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그녀가 넘지 못한 벽.

어릴 때의 결핍이 자리 잡은 곳에서 결코 배워지지 않는 어떤 감정들.

그러나 루시 바턴은 그것들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 행복한 어른이다.

대부분의 어른은 그것들을 '회피' 하며 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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