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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방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1999년 12월
평점 :
어느 여름 길을걷다 책무더기를 발견했다.
누군가 이사라도 가는지 버릴 책들을 묶어놓았던 그자리.
외딴방이라는 글자에 눈이 가고, 신경숙이라는 이름에 눈이간다.
담아왔다.
주워온게 아니라...
설핏 살펴본 외딴방은 구질구질했다.
시대가, 사람들의 고단함이, 인생살이가.
그래서 여름이가고, 가을이 가고, 겨울이 될동안 몇번을 손으로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는지...
스스로를 들여다본다는건 어떤걸까...
자기를 덜어내는 사람의 글은 쉽사리 눈을 뗄 수 없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이야기는 둘다 서럽다.
나. 운다.
감동적인 이야기 나부랭이를 보면서 우는 훌쩍임이 아니다.
가슴끝이 에려오며 흘리는 눈물이다.
행간 행간이 주는 여운때문에 답답해서 가슴을 치고
너무 담담하게 들춰내서 눈이 시리고
현재에서 부딪히는 과거때문에 멈칫거리게 된다.
누구라서 들어내놓고 싶지 않은 과거를 지닌 자가 없으리...
열여섯의 나와 서른 두살의 나 사이에 존재하는건 기억이다.
추억이 아니라 기억이라게 나를 아프게 했다.
그녀와 같이 웅크리고, 그녀와 같이 가방을 들고 고달픈 학교를 가고
그녀와 함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을 읽으며
그녀와 함께 그녀의 죽음을 맞이했다.
신경숙.
그녀의 얼굴은 외딴방 그 자체다.
그녀 얼굴에 비친 외딴방의 그늘.
표지안쪽 그녀의 얼굴은 열여섯의 나다.
글속의 그녀는 서른 둘의 나다.
쉽지 않을거 같았던 책읽음은 며칠을 갔다.
감정의 행간을 유지하기위해서, 아끼며 야금야금 그 기억을 들처보기 위해서, 읽다가 답답함이 엄습하면 쉬었다가 읽고는 했다.
그러면서도 간간이 웃었다.
외딴방은 슬픔만으로 이루어진 곳이 아니였다.
꿈이 있고, 간간한 웃음이 있고, 흘러내리지는 않지만 사랑이 있었고,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아주 끈끈함으로 무장된 정이 있었다.
내게도 외딴방 시절이 있었다.
움츠리고, 들어내지 못하고, 외면하면서 살았던 시간들...
신경숙. 그녀를 읽으며 나의 외딴방을 기억했다.
돌아가 볼 수 있지만 절대 가려하지 않는 마음의 짐. 나의 외딴방.
그녀는 시원했을테지...
보이는것만 보는 사람들의 이바구가 조금 불편했을뿐...
외딴방은 내 책꽂이 맨 가장자리에 자리하고 있다.
끄적인다는건
결국 나를 보여주는것이기에
그녀의 외딴방이 나의 외딴방이 될때까지 저 책의 자리는 저곳이다.
비와 겨울만이 생각나는 그녀의 외딴방.
그곳에도 봄이, 가을이 있었을텐데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