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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학원 2
이민진 지음, 정소영 옮김 / 현대문학 / 2026년 10월
평점 :

"어쩌면 우리 아이들에게 대학에 관해 달리 가르쳐야겠네. 어떻게 들어갈지, 그것만이 아니라 들어가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1권에서 모든 인물들이 캘리포니아에 집결하기까지의 이야기가 폭풍처럼 몰아쳤다면 2권에서는 본격적인 아메리칸 학원의 이상향을 보여준다.
윤과 라이언이 운영하는 엑소더스와 포트리스의 학원과 한국 이민자들의 공동체 모임인 교회를 중심으로 미국에서 살아남으려 애쓰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가진 게 많아서 어디서든 금심 걱정 없는 사람들의 욕망이 한데 모아져 작은 사회를 이룬 모습이 펼쳐진다.
라이언은 한국계 미국인으로 아이큐가 높은 천재였다. 프린스턴을 나왔지만 음악이 하고 싶었던 그는 반대하는 부모에게 신세지기 싫어서 학원을 차린다. 한국계 아이들에게 미국 대학입시에 필요한 도움을 주고자 만든 학원이 합격률이 높아지자 그곳에 자신의 아이들을 넣으려는 학부모들의 경쟁이 시작된다.
라이언의 이상은 대학만이 목표가 아니었다.
아이비리그에 합격하고도 적응하지 못해 약에 빠지거나 자살을 하거나 집에서 나오지 않는 아이들을 보며 그는 공부에만 매달리는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실천하려 하며 실력이 있지만 가난한 아이들에게도 길을 열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부모들은 그저 아이비리그에 자식을 보내는 것에만 신경을 쓰고, 아이가 뭘 원하는지는 안중에도 없다.
게다가 자기 아이를 학원에 보내기 위해 웃돈까지 주려는 학무모들과 대치해야 하는 상황.
책을 읽으면서 정말 답답했다.

아메리칸 학원은 한국인의 교육열과 이민자들의 정체성 문제를 이야기한다.
미도는 미국에서 학원 아이들에게 에세이를 가르치지만 한국의 학원에서는 학위가 없기에 가르칠 수 없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녀가 학위를 따기를 요구한다. 가족들은 그녀의 학업 중단에 미안함을 가지고 그러는 거겠지만 남들은 어째서 그녀의 학위에 목을 매는지 미도는 알 수 없다.
한국의 대학입시는 미국으로까지 번지고 아이들은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게 부모의 뜻에 따라 정해진 진로대로 기계처럼 움직일 뿐이다.
이 이야기는 2007년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지금 우리는 인공지능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럼에도 이민진 작가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하겠다.
지금도 수능은 변함없이 견고하고, 아이들은 기계처럼 공부한다.
창의적으로 생각해야 할 아이들이 아직도 주입식 학업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으니까..
<아메리칸 학원>은 묻는다.
아이들이 예상 답안지가 없는 인생에서 어떻게 생존해가야 하는지.
아시아계 남자인 운동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고, 일도 잘하는 DH가 어째서 로펌의 파트너가 될 수 없는지.
SAT 만점을 받은, 학위는 없지만 실력이 출중한 미도가 왜 무시당해야 하는지.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왜 단비 같은 인간에게 시련을 당해야 하는지.
<아메리칸 학원>은 말한다.
작은 친절이 인생에 어느 한순간 곱절로 돌아온다는걸.
누군가를 따뜻한 마음으로 품을 수 있는 사람이 되라고.
돈을 따라가면 패가망신한다고.
남에게 상처를 주면 그 상처가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온다고.
교육과 이민이라는 소재로 극심한 경쟁 구조를 살아내는 사람들을 통해 우리가 잃어 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게 하는 이야기였다.
좋은 대학, 안정된 직업만이 행복을 가져오는 걸까?
뱁새가 황새를 쫓아가기 위해 가랑이가 찢어져도 상관없는 걸까?
어둠을 뚫고 달려와 터널의 입구에 서 있다.
저 밝은 바깥세상을 훨훨 날아다니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곧 있으면 자동차가 하늘을 날아다닐 날이 도래할 것이다.
그런 세계를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에게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중요한지를 가르쳐야 좋을지를 생각해야 하는 시기에 이민진 작가는 그 방향성을 알려주는 거 같다.
라이언처럼 생각하고, 르네처럼 행동하며, 미도와 피터처럼 아이들을 신경 쓰는 선생님이 필요한 시간대에 서있다.
더 나아가 존이 애나를 품은 것처럼 미래를 품을 수 있는 인간이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이들에게는 죄가 없으니까...
"일은 더러운 개자식들이 다 저질러놓고, 그 뒤치다꺼리는 왜 늘 좋은 사람들이 해야 하는건지 도무지 모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