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 특별판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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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를 사놓고 오래 묵혔다.

일생에 한 번은 읽어야 할 필독서라 알고 있었고, 수많은 사람들의 추천이 있는 책이기에 내가 선호하는 분야는 아니지만 책을 샀다.

독서력이 높아지면 읽을 수 있을 거라 믿고.


그럼에도 쉬이 손이 가지 않았던 책이라서 온라인 독서모임에 끼어서 읽기로 했다.

매일 30페이지씩

매일 주어지는 질문에 답을 구하며 읽었다.

연휴가 많았던 날들이라 한 달이 넘게 책을 붙들고 있었다.



나는 도대체 이 책을 왜 어려워했을까?

코스모스를 읽으면서 이렇게 술술 읽히는 글을 왜 어려워했는지 알 수 없었다.

칼 세이건은 세련된 문장으로, 감수성 넘치는 표현으로, 다양한 역사적 사실들로 우주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우주뿐 아니라 이 지구에서 살아가는 인간종으로서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책이었다.


코스모스는 1980년에 출간되었다.

40년이 지난 이 시점에도 그의 통찰력이 알려주는 사실들, 그의 걱정들이 유효한 것은 그가 얼마나 시대를 앞서간 사람인지를 말해주는 거 같다.







책을 읽으며 인덱스를 붙여야 할 곳이 많았다. 읽기의 흐름이 끊기는 게 싫어서 밑줄을 긋고, 형광펜을 썼다.

그러면서 이 책을 또 읽게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읽을 때는 어떤 부분에 마음이 갈까?를 생각하며 힘차게 밑줄을 그었다.


9살 겨울 방학

시골에서 올라온 고모와 고모부가 내 손을 잡고 막차를 타고 시골로 내려갔다.

방학인데 집에만 있는 조카가 안돼 보였는지 사촌들하고 놀라고 나를 시골로 데리고 갔다.

밤늦게 도착한 그곳에서 나는 말 그대로 별빛이 쏟아지는 광경을 보았다.


별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에 있었고, 서울 하늘에서는 볼 수 없었던 수많은 별들이 촘촘히 맺혀 있었다.

나는 가로등도 없는 논둑길을 고모 손에 끌려가면서도 하늘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런 밤하늘은 처음 보았고, 이후에도 보지 못했다...


코스모스를 읽으면서 그 밤하늘이 계속 생각났다. 

그때 보았던 별들은 어디에서 왔던 걸까? 얼마나 먼 과거로부터 그날 그 밤에 내 앞에서 빛났던 걸까?


코스모스는 단순히 우주에 관한 과학지식을 뽐내는 책이 아니다.

별의 탄생과 죽음, 광활한 은하의 역사, 그 속에서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작고, 얼마나 특별한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우주를 말하면서 인간을 말해주는 언어술사 같은 칼 세이건.

그가 오래 살아서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줬다면 어땠을까?


그는 외계 문명이 어딘가에 존재할 거라 믿었고, 언젠가는 우리가 만나게 될 거라 믿었다.

그러기 위해 인간종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말해준다.

인간의 역사가 낯선 문명 앞에서 얼마나 무자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면서 그 무자비함을 당할 우려가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준다.


막연하게 가지고 있었던 우주에 대한 이해를 비교적 쉽게 터득할 수 있었고

옛사람들의 혜안과 마주하면서 인간의 의지와 생각의 폭을 느낄 수 있었다.


우주를 얘기하는 과학 책인 거 같지만 칼 세이건은 우주를 통해 인간을 얘기하고 있었다.

끝없는 어둠 속에서도 질문하기를 멈추지 않은 사람들, 

생명을 중요시하는 다정한 마음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들이 이 광활한 우주에서 인간이 새로운 문명을 만났을 때 지켜질 수 있는 힘이 될 거라는 걸 말한다.


별빛은 지금도 우리를 향해 과거로부터 날아오고 있다.

코스모스는 그 별빛의 의미를 내게 알려주었다.

이 책은 내 방에 잠들어 있는 수많은 마법서 중의 한 권이었다.

너무 늦게 펼쳐본... 그러나 언제가 또 펼쳐볼 그런 마법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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