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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않는 벚꽃
유즈키 유코 지음, 김지연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10월
평점 :

"세상에는 모르는 게 약인 일도 있어."
이야기를 읽으며 정말 중요한 건 뭘까?를 생각하게 된다.
개인과 국가 사이에서 더 중요한 건 뭘까?
민원 폭주 전화로 소란한 사무실 풍경으로 시작하는 <지지 않는 벚꽃>은 스토킹 사건을 방치하고 워크숍을 갔던 경찰을 폭로하는 기사 때문에 현경의 업무가 마비되고 주인공 이즈미가 이 사건과 연관이 있을 거 같은 뉘앙스를 풍기며 시작한다.
자신의 절친이자 폭로 기사를 쓴 신문사 기자이기도 한 지카를 만난 이즈미는 그녀를 추궁하지만 지카는 의외로 완강하게 자신이 기사를 쓴 게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즈미는 그 사실을 믿지 않고, 지카는 자신의 결백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다짐한다.
그로부터 일주일가량이 지난 뒤 지카가 시체로 발견된다..

지카의 죽음, 모모세의 자살, 요네자키 신문의 특종 기사와 제보자, 헨미의 수상한 행동, 사이비 교단의 존재, 그것들을 연결하는 실이 아직은 뚜렷이 보이지 않았다. 흩어진 조각들은 어디서 이어지는 걸까.
4명의 죽음
경찰 조직의 비밀
사이비 종교
그 사이에서 자신의 신념대로 행동할 수 없었던 사람들이 입는 피해들이 점점이 삐져나온다.
공안 경찰과 형사 경찰.
서로 협조하지 않는 경찰 조직.
나라를 위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움직이는 공안 경찰에게 민간인은 우선이 될 수 없다.
나라를 위해 그들이 하는 짓이 정의로움에 속한다고 봐야 할까?
"이제 뭘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
조직 속에서 양심과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면, 그와 동시에 조직에 순응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민원인들의 고충을 다 들어주고 따뜻한 마음으로 대했던 헨미에게 일어난 일은 무엇일까?
그는 자신이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믿었다. 나라를 위해서, 조직을 위해서.
하지만 일어난 일들은 그를 좀먹어 갔다.
상명하복의 조직사회에서 자신의 신념을 무너뜨릴 수밖에 없었던 한 개인이 짊어져야 하는 무게는 누구의 책임일까?
이 이야기가 지금 우리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과 무관하지 않아서 소름 끼친다.
일어난 사건보다도 그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 때문에 더 소름이 돋는다.
이런 일들이 얼마나 비일비재하게 저질러지고 있는 걸까?
경찰 조직은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조직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자신들의 권력 유지를 위해 진실을 감추고 권력을 유지하려는 거대 조직이기도 하다.
그 사이에서 정직하게 신념을 가지고 일하던 사람들이 자신의 의지와 다르게 일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지지 않는 벚꽃>은 범인을 찾는 단순 미스터리가 아니다.
국가의 이익과 조직의 명예를 우선시하며 진실을 은폐하거나 침묵하는 시스템의 정의가 개인의 희생을 정당화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다.
벚꽃은 화려하게 피어났다가 바람에 흩날리며 봄의 끝을 알린다.
제목의 지지 않는 벚꽃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공안 경찰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국가의 안전을 위협하는 일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 안에서 상처받은 기억으로 살아내야 하는 사람들과 묻힌 진실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즈미처럼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세상은 그런 사람들에 의해 천천히 옳은 방향으로 굴러갈 것이다...
이즈미는 경찰이 되기로 결심한다.
다음에 이즈미가 경찰이 되어 거대 조직의 시스템의 빈 곳을 틈틈이 찔러나가는 모습이 보고 싶다.
이즈미의 기죽지 않는 기세가 필요한 세상이다.
이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진정한 정의가 발휘되는 세상이 보고 싶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