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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 호시스 ㅣ 슬라우 하우스
믹 헤런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26년 8월
평점 :

그게 슬라우 하우스가 존재하는 진자 이유다. 슬라우 하우스로 보내면 해고에 따를지 모를 소송이나 분쟁 조정 문제를 회피하며 사람들을 내보낼 수 있는 것이다.
영국 스파이 하면 007 제임스 본드가 생각난다.
가장 영국적인 스파이이자 가장 성공한 첩보물의 주인공이다.
거침없는 제임스 본드만 보다가 매가리 없고, 흐트러져 있는 루저들을 보니 조금 답답한 마음과 동시에 설레는 마음도 든다.
이 루저들이 뭔가 일을 낼 거 같아서~
믹 헤런의 <슬로 호시스>의 주인공들은 낙오자들이다.
새로운 느낌의 정통 첩보물인데 주인공들은 실수와 실패로 인해 주류에서 밀려난 낙오자들이었다.
이곳의 수장은 잭슨 램.
게으르고 무례하고 거대한 방귀쟁이로 과거는 화려했으나 한물도 아니고 여러물이 간 퇴물.
그러나. 누구보다 날카로운 통찰력을 가진 인물로 사건이 터졌을 때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는 인물이다.
<슬로 하우스>의 첫 페이지는 리버 카트라이트의 실수로 시작된다.
범인 식별을 잘못해서 킹스크로스 역을 날려버린 인물. (테러 방지 훈련)
해고되었어야 했지만 어째서인지 슬로 하우스로 배정된다.
초반은 인물들의 묘사와 슬로 하우스와 본부인 리젠트 피크의 대립관계를 보여준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납치극으로 시작된다.

자신이 왜 슬라우 하우스에 있는지 아느냐고 물은 것은 자신이 과거에 한 일을 상기시켜 위협하기 위해서였다. 혹여 오늘 밤 일이 잘못되면 램은 뒤처리를 개들에게 맡기지 않고 직접 나설 것이다.
파키스탄인 하산이 납치되고, 인터넷 동영상엔 하산의 목을 베어버리겠다는 협박이 실시간 중계된다.
그리고 이 사건을 눈치챈 전직 기자가 있었으니, 그는 공교롭게도 슬라우 하우스에서 감시를 하던 자였다.
납치극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을 거 같은 기자를 감시하던 중 기자를 습격하는 범인을 잡으려다 요원이 총에 맞고 그 이후로 걷잡을 수 없이 휘몰아치는 전개가 이어진다.
이 이야기의 2부 제목은 "교활한 여자들"이다.
리젠트 파크의 국장과 부국장은 모두 여자다.
수많은 스파이 이야기에서 국장들이 하는 짓을 봐왔다.
고결한 척하면서 뒷구멍으로 사부작사부작 일을 꾸미고 덮어버리는 자들.
남자들의 세계에서 있었던 일들이었는데 믹 헤런의 이야기에선 여자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MI5의 부국장 다이애나 태버너. 일명 다애이나 다이로 부리는 자는 슬로우 하우스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하지만
귀신같은 잭슨 램에게 꼬리를 잡힌다.
이들의 엎치락뒤치락하는 머릿 싸움과 그 사이사이 내 뱉는 그들만의 유머가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다.
상대의 수를 다 읽고 있는 자와
상대의 수를 다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자의 싸움.
결국 모든 일은 그들의 쑥덕거림 속에서 묻히고, 와해되고, 교묘하게 수정된다.
그리고 애먼 사람들만 골로가지..
스파이 소설이지만 사실 그 안에 우리가 있다.
삶이 뜻대로 되지 않아서 좌절하는 와중에도 무언가를 해보려 하는 사람들.
기회가 오기를 기다리다 포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기회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
너무 한직에 머물러서 거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잊어버렸다가 사건 앞에서 몸 사리지 않는 사람들.
보통이고 아주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그 안에 비범함을 감춘 사람들..
그래서 이 슬로 호시스 팀을 응원하게 된다.
그들을 배신하는 사람들에게 언젠가 그들만의 펀치를 맛보게 해줄 거라는 걸 알기에...
드라마도 재밌다고 해서 정주행했다.
드라마 보니 캐릭터들 성격이 더 확실하게 각인된다.
영국식 유머도.
게다가 배우들도 출중하다.
원작에 충실한 드라마라 재밌었고, 게리 올드먼의 잭슨 램은 오래 기억에 남을 거 같다.
빵꾸 난 양말을 신은 발을 책상에 올려두고 방귀를 뿡뿡 뀌는 지독한 영감쟁이를 완벽하게 보여주면서도 카리스마를 잃지 않은 배우는 게리 올드먼 뿐인가 하노라~
2편 언제 만날 수 있을까요?
시리즈 정주행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