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아스 처음 읽는 사람들을 위한 책
질리언 크로스 지음, 닐 패커 그림, 윤영 옮김, 호메로스 원작, 장은수 해설 / 더숲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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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로스의 일리아스는 다양한 책과 영화로 접했습니다.

그만큼 다양한 해석들을 가지고 있죠.

이번 더숲 출판사에서 나온 일리아스는 삽화가 너무 흥미로워서 눈길이 갔던 책입니다.

마치 그림책으로 보는 일리아스 같았어요.


30년 넘게 아동, 청소년 도서를 집필한 질리언 크로스가 글을 다듬고

영국인 닐 패커는 독창적인 그림으로 '백년의 고독', '장미의 이름' 등 다양한 고전의 삽화를 그린 작가로 그의 그림은 영국 박물관, 왕립 미술 아카데미, 도서관 등에 전시되었습니다.





그리스군과 트로이아는 9년 동안 대치 상태입니다.

트로이아의 왕자 파리스가 메넬라오스의 부인 헬레나와 사랑의 도피 행각을 하면서 벌어진 전쟁이죠.

이 전쟁엔 많은 신들이 편이 갈려 그리스와 트로이아를 응원합니다.

그래서 9년 동안 전쟁은 별 진전 없이 진행되고 있죠.


아가멤논은 자신이 차지한 아름다운 소녀 크리세이스가 아폴론 신을 모시는 제사장의 딸이며 그로 인해 아폴론이 그리스군에게 질병을 퍼뜨린다는 사실 때문에 아킬레우스에게 한 소리를 듣습니다.

아가멤논은 크리세이스와 아킬레우스의 포로이자 아킬레우스가 아끼는 브리세이즈까지 돌려주기로 합니다.


아가멤논과 아킬레우스의 자존심 대결.

브리세이즈를 뺏긴 아킬레우스는 전투에 참가하지 않습니다.

아들의 자존심을 챙겨주기 위해 테티스는 제우스를 찾아가 아킬레우스가 복수를 할 때까지 트로이아가 모든 전투에서 이기게 해달라고 간청합니다.

그리고 제우스는 테티스의 말을 들어주죠.


이렇게 계속되는 전투에서 그리스군은 심한 데미지를 입습니다.

그래도 아킬레우스는 꼼짝하지 않죠.


파트로클로스는 아킬레우스가 아끼는 사람입니다.

그의 간청에 아킬레우스는 자신의 갑옷을 빌려주며 전장에 나가 그리스군의 사기를 북돋우라고 합니다.

대신 그리스군의 사기가 오르면 바로 되돌아오라 말하지요.

그리고 제우스에게 두 가지 소원을 간청합니다.

하지만 제우스는 한 가지만 들어주죠..


우리가 알다시피 파트로클로스는 욕심을 부리다 헥토르에게 죽고 맙니다.

그로 인해 아킬레우스는 전장에 뛰어들고 헥토르를 죽이죠.


<트로이>라는 영화에서 보았듯이 아킬레우스는 죽은 헥토르를 무자비하게 대합니다.

전차에 매달아 끌고 다닙니다.

그 모습은 신들에게도 못마땅합니다. 헥토르는 트로이아의 영웅이자 정직하고 따뜻한 사람으로 많은 사람들과 신들의 사랑을 받고 있었으니까요.

아킬레우스는 반이 반신이지만 거칠고, 고집 세고 자존심이 강합니다.

한 나라의 왕자로서 자질을 갖춘 헥토르와 여러 면에서 비교되죠.


아킬레우스가 그렇다는 걸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네요.

여러 이야기와 영화에서 아킬레우스는 범접할 수 없는 영웅이었으니까요.

이렇게 속 좁고, 자기 기분만 중요한 사람이란 걸 몰랐습니다.


이 책엔 트로이아 전쟁의 시작이 된 황금사과 이야기가 맨 앞에 살짝 나옵니다.

한 여인 때문에 시작된 전쟁이 또 다른 여인 때문에 새로운 국면에 접어듭니다.






"부디 나를 측은히 여겨 아들의 시신을 돌려주시오. 내 보물로 가득 찬 수레까지 가지고 왔으니 그걸 몸값으로 칩시다. 나는 지금 다른 아버지라면 절대 견디지 못할 일을 하고 있소. 내 아들을 죽인자의 손에 입을 맞추고 있지 않소."




일리아스를 읽으며 가장 마음이 아팠던 대목입니다.

아들 헥토르의 시신을 찾아가기 위해 자신의 아들을 죽인 아킬레우스에게 무릎을 꿇고 그의 손에 입맞춤을 하는 프리아모스 왕의 모습.

이 과정은 아킬레우스에게 인간적인 면모를 부여하는 장면이기도 하지만 아들을 먼저 보낸 아버지의 절절함이 독자들의 마음에 닿는 장면이라 영화에서도 책에서도 가장 가슴 아픈 장면이었네요.


더숲의 <일리아스>는 원작의 축약본입니다.

청소년과 일리아스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복잡하지 않게 이야기를 엮었습니다.


저는 완역본 <일리아스>를 읽는 중인데 너무 많은 인물들과 신들의 개입에서 벌어지는 많은 에피소드에 이야기를 따라가기 벅차서 이 책을 읽어봤어요.  엑기스만 뽑은 이야기에 화려한 색채와 독특한 그림체가 합해져서 읽고 보는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사랑과 가정을 관장하는 신으로써 무책임한 일을 저지릅니다.

그로 인해 트로이아 전쟁이 10년간 이어졌고, 결국 트로이아는 멸망하고 말죠.

어째서 남자들은 예쁜 여자에게 맥을 못 추는 걸까요?


파리스가 헤라에게 황금사과를 건넸다면 그는 트로이아의 왕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아테나에게 주었다면 헥토르를 능가하는 영웅이 되었을 테죠..

하지만 그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여자를 선택했습니다.

그녀가 유부녀입에도 불구하고..


비극은 이 사소해 보이는 선택에서 시작됩니다.

그러고 보면 세상일 어느 하나도 사소한 일은 없는 거 같네요..


<일리아스>를 읽으며 사람들에게 중요한 게 무엇인지를 생각해 봅니다.

대의가 중요한지, 나의 자존심이 중요한지를 견주어 보게 됩니다.

쓸데없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일으킨 전쟁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고, 번영했던 한 도시가 사라졌는지..

수많은 이들이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했고, 돌아간 사람들조차 온전치 못했다는 사실이 많은 걸 생각하게 합니다.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전쟁은 누구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걸까요?


일리아스를 읽으며 21세기의 아가멤논과 아킬레우스를 찾아보게 됩니다.

그들의 자존심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의 생활이 불편해지는 걸 언제까지 감내해야 할까요..



원전은 서사시로 되어있고 방대한 양입니다.

이 책으로 일리아스의 중요 사건을 이해하고 완역본을 읽으시면 훨씬 즐겁게 완독하실 수 있을 겁니다.

거기에 아름다운 삽화는 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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