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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인연 ㅣ 붉은 박물관 시리즈 3
오야마 세이이치로 지음, 한수진 옮김 / 리드비 / 2026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
#죽음의인연 #오야마세이이치로 #리드비
"내일부터 재수사를 한다. 그때까지 자네도 수사 서류를 훑어봐 줘."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인형 같은 외모, 어깨까지 길게 내려오는 검은 머리카락, 창백해 보일 정도의 하얀 피부, 그래서 설녀라는 별명을 가진 <붉은 박물관>의 관장 히이로 사에코.
경시청 부속 범죄 자료관으로 과거 사건의 유류품 및 증거물을 보관하는 곳으로 일명 <붉은 박물관>이라 불리는 곳에서 가끔 사에코에게서 이런 말이 나오면 그건 사에코가 오랫동안 감춰져있던 사건의 본질이나 비밀, 단서를 알아냈다는 뜻이다.
1년 전 실수로 인해 이곳으로 좌천된 데라다 사토시는 사에코가 직접 콕 집어서 데려온 형사다.
자신을 대신해 사건 관련자들을 만나고 대화를 하는 역을 맡는다.
전작들에서 설녀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씩 나와서 사에코가 대단한 지능의 소유자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래서인지 마지막 단편에서 사에코의 추리는 정말 허를 찌른다.
어떻게 안경과 다리미가 사라진 걸로 그런 추측을 할 수 있을까?

6편의 단편들이 담긴 <죽음의 인연> 표제작이기도 한 이 단편의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이 제일 짜릿했다.
30년 전 살인사건의 범인이라고 자수하러 온 남자.
고작 그딴 이유로 그런 꾀를 내다니!
그나저나 정말 누가 이긴 걸까?
남자가 여자를 속였을까, 여자가 두 남자를 속였을까?
아리송하면서 찜찜한 <삼 십 년 만의 자수>
아. 정말 이런 일도 가능하구나~
그놈의 재산이 뭐라고~
하지만 현실은 소설보다 더 잔혹하지..
이런 경우들이 많이 있을 거 같아 간담이 서늘했던 <이름 없는 협박자>
편의점 인질극의 진상은?
경찰도 감쪽같이 속인 이 사건의 단서를 시계를 차고 있었냐 없었냐로 알아채는 사에코의 추리력이란!
죽은 사람만 불쌍한~ <세 마리 아기 염소>
와... 복수란 정말...
감쪽같이 속였는데 사에코를 못 피했어!! <파헤쳐 진 죄>
진짜 이런 일들이 어딘가에서 계속 일어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네..
이 모든 비극의 씨앗은 자신들의 실수를 감추려고 한 그들에게 있다고 본다!
실수를 감추기 위해서 여러 사람의 운명까지 바꿔버린 그들의 원죄는 누가 처벌하나? <죽음의 인연>
사에코의 과거를 살펴볼 수 있는 보너스 같은 단편.
아마도 이런 에피들을 통해 사에코가 어떤 사람인가를 알려주려는 작가의 의도 같다.
나라면 저런 추리는 못할 텐데.. 했던 이야기. <봄은 남색>
추리소설 단편의 묘미는 다양한 사건을 접하고, 다양한 추리를 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6편의 이야기들은 저마다 쇼킹한 부분을 지니고 있다.
사에코의 장점은 복잡하게 얽힌 사건들 속에서 아무도 찾지 못했던 실마리를 찾아내는 데 있다.
감정 보다 증거와 논리의 조합을 중시하는 사에코의 뇌가 작동하면 그 오랜 세월 보지 못했던 것들, 보고도 의미 없음으로 치부된 것들이 단서가 된다.
수사관의 잘못된 가정이 진실을 가린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시리즈다.
수많은 형사들이 놓쳤던 사소함을 발견하는 사에코의 예리함.
하지만 사람들과의 대화나 접촉에 있어서 거의 제로의 성향을 보이는 사에코에게 사토시는 혼자만의 견고한 틀 속에 갇힌 사에코와 바깥을 연결하는 다리 같다.
그래서 이 두 사람의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도 궁금해지는 시리즈다.
머리가 너무 좋지만 사회성이 결여된 사에코에게 사토시가 있어서 든든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진전이라도 있을까 싶어 내심 기대했었지만
그런 일은 이번 편에도 없었다.
이 책엔 작가의 창작 해설이 수록되어서 그거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데뷔 20년 만에 처음 공개하는 창작 비법이라 창작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