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시대의 종말
비비언 고닉 지음, 홍한별 옮김 / 엘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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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비비언 고닉이 남긴 비평은 '사랑'에 대한 문학들을 해부한 것이다.

알게 모르게 문학을 통해 통제 되어왔던 '사랑'의 결론들이 비비언 고닉에 의해서 해부되는 모양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사랑'에 대한 생각들이 달라지는 기분이 든다.


여자는 이래야 하고

여자의 행복이란 이런 것이고

여자의 동아줄은 결국 돈 많고, 잘 생기고, 젠틀한데 여자의 마음까지도 이해해 주는 남자.라는 고리타분한 공식을 과감하게 내치고

여자의 행복은 여자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하고, 여자의 마음에서 우러나는 자유의지를 존중할 때 비로소 '사랑'이라는 것도 존재한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비비언 고닉이 글들이 아직도 신선하다는 사실에 소름이 돋는다.


이 책에 담긴 글들이 30년이라는 간극이 있고

우리도 모르게 세월에 따라 달라진 생각들과 상황들이 있으니 이 글들이 지금에 어떻게 읽히는지는 온전히 독자의 몫일 것이다.


다만

30년 전 이런 생각들을 했었던 비비언 고닉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고, 나는 그게 좋았다.

굳어진 생각의 틀을 깨는 분들의 글은 언제나 달다..







다이애나의 용기는 대단하다. 부족한 것은 자기 인식이다.



조지 메러디스의 <크로스웨이스의 다이애나>에서 비비언 고닉은 다이애나를 이렇게 표현했다.

이 책에 인용된 많은 작품들을 찾아봤는데 초반에 인용된 작품들은 거의 번역된 것들이 없었다.

그래서 그녀가 인용한 작품이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한 상태에서 인물을 파악해야 했기에 그것이 가장 아쉬웠다.


그럼에도 그녀가 말하는 바는 지금 시대가 가지고 있고, 나아가고 있는 방향과 같다.

그러니 비비언 고닉은 얼마나 시대를 앞서갔던가!!



'사랑'이라는 환상은 결국 고독과 자립 위에서 완성되는 것이다.

혼자여서 외로운 건 참을 수 있지만 둘이어도 외로운 건 견딜 수 없다.

결혼을 무덤이라 평하는 것도 법적으로 맺어진 관계에서 서로에 대한 이해 없이 그저 사회적, 개인적 욕망을 실현시키기 위해 진행된 제도는 결국 두 인간을 무덤 속에 가두거나, 한 명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구조적 문제를 얘기하는 것이 아닐까.

그것을 문학 작품 속에서 찾아내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는 비비언 고닉의 말들은 그 당시에 상당한 논란을 불러왔을 거 같다.

아마 그때 이 글을 읽었다면 나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가 궁금해졌다.


지금도 수많은 '사랑' 앞에서 자신의 희생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여자들이 존재한다.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자유롭게 비상하려는 여자들을 싸잡아서 욕했는지...

30년 전만 해도 일하는 여자들은 슈퍼우먼이 되어야 했다.

직장과 가정에서 모든 걸 완벽하게 해내야만 일할 자유를 인정받던 그 시대가 비단 한국에서만 있었던 건 아닐 터..


하지만

지금 남자들은 그때의 여자들과 같은 딜레마에 던져졌다.

슈퍼맨들은 돈도 벌고, 육아도 하고, 요리도 하고 집안일도 거들어야 인정받는 슈퍼맨이 된다.

이제 여자들이 어떤 틀에서 살아왔는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는 시대가 왔다.


비비언 고닉의 글은 각성제 같다.

'사랑'에 대한 디즈니적 해석에 길들여진 영혼에 동화의 원본을 들이대며 깨어날 시간이라고 알려주는 알람 같다.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면 평생 감정에 휘둘리게 된다. 감정을 이해하더라도 삶에 통합하지 못하면 오랜 고통의 나날을 보내야 한다. 감정을 부인하고 감정의 힘을 무시하면, 완전히 망한다. 토머스 하디와 입센 작품의 위대한 인물들이 보여주는 게 바로 이것이다.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게 유행이 된 지금

사랑도 예외는 아니다.


내 감정을 이해해야 상대의 감정도 이해할  수 있다.

그것을 알게 되는 때는 고독을 즐길 줄 아는 때이다.


가정을 이루고, 관계를 맺으며 완성되는 인간사가 이제는 홀로 서며 내가 맺을 관계를 선택하는 시대에 돌입했다.

사랑도, 그것이 주는 모든 감정들도 이제 변해지는 순간에 있다.



결국 '사랑'은 영원하지 않다.

'정'으로 살고, 의리로 사는 것이 결혼의 정답인 거 같다.

사랑 이후에도 인간은 살아가야 하고, 결국 인간이 마주하는 사랑은 결국 자기 자신일 뿐이다...


진정으로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사람만이 '사랑'의 울타리를 견고하게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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