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친구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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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시는 그 나이로 돌아가지 못한다. 모든 친구가 어린 시절 친구고, 살아가며 맞닥뜨리는 모든 설렘의 기준이 되는 때로.



프레드릭 배크만은 자기 작품의 최대 스포일러다.

늘 예고편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래서 그의 이야기를 읽기 시작하면 인물들에게 어떤 사건이 닥쳐오고, 어떤 불행이 함께 하며, 누가 죽을 건지를 알게 된다.

그럼에도 이야기는 그 본질로 가는 길이 조마조마하고 가슴 떨린다.

몇 시간 뒤에, 몇 초 뒤에, 몇 날 뒤에 벌어질 일들을 예상하며 인물들과 함께 숨 가쁘게 나아가게 만든다.

그게 배크만의 장기다.


나의 14살과 15살을 그려본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기억들은 쉽게 생각나지 않는다.

다만 그 시절을 떠올릴 때 떠오르는 친구가 내게도 있다는 게 위안이 된다.


매일 매시간 쪽지를 나누고, 편지를 나누고, 방과 후에는 이야기가 마를 시간이 없었던 시절이었다.

그 시절에 나는 책도 많이 읽었고, 시도 많이 썼고, 그 친구와 함께 했던 시간이 가족들과 있었던 시간보다 많았다는 걸 이제야 깨닫는다.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났던 그때.

우리가 많이 달라져 있다는 걸 깨달았고, 그 아이는 늘 그렇듯 당차게 자신의 길을 개척해가고 있었고, 나는 겨우 하루를 연명했던 때였지만 아무도 알지 못했던 시절이 되었다...







"죽음은 공적인 일이지만 죽는 과정은 사적인 일이지. 가장 마지막에 치르는 사적인 일."



친구를 잃은 두 사람.

먼저 천국에 간 친구들이 남겨진 친구를 위해 서로를 소개해 준 거 같다.


이 이야기엔 수많은 죽음이 나오지만 그 죽음들이 무섭지 않다.

배크만은 죽음을 얘기하지만 그것은 삶으로 이어진다.


아련한 추억 한 움큼.

싱싱한 나이를 살아가지만 너덜너덜해진 어른의 감정을 품고 살았던 25년 전의 그 아이들을 알게 되어 기쁘다.

왠지 실존했던 아이들 같아서 마음이 뭉클하다.


사건이 아니라 사람을 이야기하는 배크만.

그의 작품들 중 나는 베어 타운 시리즈와 오베라는 남자를 좋아한다.

그리고 <나의 친구들>을 추가해야겠다.


푸른 바다와 방귀소리

깔깔거리는 웃음과 서로에게 기대어 하루하루를 연명하던 그 푸르른 아이들이 뇌리에 박힌다.

그 잔상만으로도 마음에 파도가 친다.


서로의 고통을 알지만 아는 척하지 않고 그저 곁에서 서로의 버팀목이 되었던 아이들의 잔상이 오래 남을 거 같다.

나의 친구들이라는 제목이 책을 읽고 나서 더 서럽게 느껴진다..


남겨진 사람들은 서로의 친구를 위해 열심히 살아갈 것이다.

죽음을 애도하면서 서로의 또 다른 버팀목이 되어주겠지..





'만났다'는 건 잘못된 표현일 수도 있겠다. 자연재해는 만나는 게 아니라 당하는 것이다. 요아르를 만나는 사람은 없었다.





이 나이에도 요아르 당하고 싶어진다...

그때처럼 내 전부를 보여주며 요아르 당할 수 있을까?


우정이란 말을

사골처럼 푹 고아서 우려낸 이야기 같다.


곁에 두고 자꾸 꺼내볼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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