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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모노 에디션)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모노 에디션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한애경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3월
평점 :

그는 이 푸른 잔디밭까지 먼 길을 왔고, 그의 꿈은 너무나 가까이, 틀림없이 손에 잡힐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는 알지 못했다. 그 꿈이 그가 지나온 곳, 도시 너머의 광막한 어둠 속 어딘가, 밤하늘 아래 공화국의 어두운 벌판들이 펼쳐진 그곳에 있다는 사실을.
보통 읽었다고 생각했던 고전들을 다시 읽었을 때 전혀 모르는 이야기로 여겨질 때가 있다.
위대한 개츠비가 내게 그런 책이었다.
영화를 통해서만 알았던 개츠비.
원작을 읽고 나서 멍해졌던 때가 있었다.
그때의 감정은 영화를 봤을 때와는 다른 감정이었다.
처음 읽었을 때는 그저 개츠비의 사랑에 초점을 맞췄다.
그 사랑을 위해 그가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는 보이지 않았다.
두 번째 읽으며 <위대한 개츠비>라는 제목의 의미가 무엇을 말하는지를 파고들었다.
개츠비는 왜 위대한 걸까?

개츠비는 데이지를 되찾기 위해 돈을 벌었다.
불법인 밀주업으로 부를 쌓아 신흥 부자의 반열에 올랐다.
매일 밤 성대한 파티를 열면서 그는 데이지가 그 파티에 참석할 거라는 믿음을 가졌다.
우연한 만남을 기다리며 그는 매일 밤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초대장을 돌렸다.
데이지에 대한 개츠비의 마음은 인간의 이상과 허망함을 보여주는 거 같다.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자신을 갈아 넣어 돈을 모은 사람들에게 그 꿈은 무엇을 가져다주었을까?
돈은 벌었지만 가장 중요한 것들은 이미 그를 떠났다. 그 주변엔 이름 모를 파리떼들만 득시글 거렸다.
순수한 사랑을 홀로 키워간 개츠비에게 돌아온 건 그 사랑을 이용한 사람들의 외면이었다.
목사가 몇 번이나 자기 시계를 들여다봐서 그를 한쪽으로 데려가 반 시간만 더 기다려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아무도 오지 않았던 것이다.
자신의 죄를 대신 짊어진 개츠비에게 데이지는 고마움을 느꼈을까?
그건 그저 당연한 것이었겠지...
짝사랑은 그런 것이다.
내 마음에만 존재하는 고귀한 감정이자 혼자서 키워가는 마음이기에 누구에게도 닿지 않는다.
데이지가 개츠비의 마음 한 조각이라도 이해했다면 조금은 달라졌을까?
그에게 '위대한'이란 수식어를 붙일 수 있었던 사람은 그들을 지켜봤던 '닉'
개츠비의 장례를 치러준 단 한 사람 '닉' 뿐이었다.
불법적으로 돈을 벌어 성공했지만 정말 얻고 싶었던 것은 결코 갖지 못했던 개츠비.
그의 위대함은 아무것도 없던 '무'에서 '유'를 일궈낸 그의 꿈을 향한 끈질긴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그 마음에 담긴 것이 무엇이든 자신을 갈아서 성공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사람은 그렇게 흔치 않기에
개츠비의 성공은 위대할밖에..
그리고 그의 사랑조차도 그렇게 위대했다.
가치 없는 순정이었지만 그는 사랑을 위해 자신을 바쳤다.
그 짧은 순간 그는 만족했을까?
사랑하는 그녀를 위해 자신이 뒤집어쓴 죄에 한순간도 후회한 적은 없었을까?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었나를 고민한 적은 없었을까?
지금 나는 그게 궁금하다.

처음 개츠비를 읽고 나서 쓴 문장이다.
'무엇이라도 책임을 지려는 사람의 숭고함'을 발견했다면
재독 후 내가 느낀 건 마지막 순간에 느꼈을 개츠비의 마음이다.
내가 개츠비라면 나는 기꺼이 그 죽음에 동의했을까?
그는 성공했으나 실패한 사람이었고, 어디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의 죽음조차도 모두가 외면한 사람이었다.
그의 위대함은 아마도 불가능한 사회에 도전했던 그의 순수한 욕망이 찬란한 불꽃을 터트리고 사라진 데 있는 게 아닐까 생각된다.
<위대한 개츠비>에 대한 생각은 그에 대해 생각할수록 그 느낌이 달라진다.
다음에 읽게 된다면 나는 또 어떤 점에 초점이 맞춰질까?
톰과 데이지, 그들은 무심한 사람들이었다. 물건이든 생물이든 다 부수고 나서 돈이든, 엄청난 무관심이든, 그들을 함께 지켜 줄 만한 것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그 안으로 몸을 피해, 그들이 버린 쓰레기를 다른 사람들이 치우게 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