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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앤 리즌 3호 : 블랙코미디 ㅣ 라임 앤 리즌 3
오산하.이철용.황벼리 지음 / 김영사 / 2025년 12월
평점 :

에세이, 희곡, 만화 세 가지 형식으로 표현한 <블랙코미디>라는 소재.
세 편의 이야기들 속에서 뭔가 감을 잡았다 싶다가도 놓치고 마는 그런 느낌들을 만났다.
아리송한 마음이랄까.
<블랙코미디>엔 어딘지 모를 짠한 감정이 내재되어 있다.
역동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힘 있게. 그들은 온 힘을 다해 죽음을 옮기려 했다.
에세이 같기도 하고, 단편 같기도 한 '네버 네버 스마일 라이프'는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흡수하게 된다.
헛헛한 웃음을 남기는 이야기들 속에서 픽픽거리다가 찡해졌다가 뭔지 모를 아득함을 경험하게 된다.
좀비가 사태가 벌어져도 이사를 가야 하는 현실.
죽어서도 죽지 못하고 죽음을 옮겨야 하는 좀비들.. 생각해 본 적 없는 발상들 때문에 좀비가 새롭게 인식되었다.
제목처럼 이 글을 읽다 보니 사는 건 언제나 웃고 넘겨야 하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왜 사냐 건
웃지요."
이 시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그럼 내 안에는 왜 넣었어?
이 문장을 그렇게 해석한다고?
유다와 사탄의 대화로 이루어진 희곡 '로 파티'
정말 읽을수록 뭔가 말이 안 되는 거 같으면서도 묘하게 말이 되는.
부조리한 거 같은데 조리 있는
웃긴 거 같은데 웃기지 않는
사탄을 조리 있게 담금질하는 유다의 솜씨에 놀라게 됨.

모르는 척해도 괜찮아.
만화 '속삭이는 귀'
한적한 동네 자살 절벽 앞에 커다란 귀 조형물이 생긴다.
그 귀 이름은 '속삭이는 귀'
그곳엔 진실만을 말해야 한다는 '썰'이 퍼지고
조용했던 동네는 각종 사람들로 요란해진다.
남들보다 커다란 귀를 가진 김울타리.
그로 인해 괴롭힘을 당하는 김울타리.
친구를 외면하는 곽풀잎.
읽어갈수록 평범해 보이는 만화가 평범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방송인들의 실제 모습과 비슷하게 그려진 그림 앞에서 매일 그 얼굴을 보고, 그 말을 들으며 긴가민가를 의심하던 나 자신을 본다.
이 짧은 만화에 지금 시대의 행태를 다 포함시키다니.
얇은 책이지만 다양한 형식으로 지금을 표현했다.
그래서 마냥 웃을 수도 없었다.
씁쓸함과 동시에 바꾸어가자는 다짐이 든다.
세상은 아주 작은 힘으로 서서히 바뀌어 가는 거니까.
이 책에 담긴 메시지를 거름 삼아 세상을 달리 보는 눈을 가지게 된다면
그것이 세상을 바꾸는 원동력이 될 거라 믿는다.
이런 글들을 자주 접하고 싶다.
현실을 우회적으로 들여다볼 때 사람들은 더 많이 생각하게 마련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