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과 감성 디어 제인 오스틴 에디션
제인 오스틴 지음, 김선형 옮김 / 엘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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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의 첫 작품 <이성과 감성>엔 3명의 결혼 적령기 여성이 등장한다.


엘리너와 그녀의 동생 메리앤 그리고 비교적 신분이 낮은 루시.

장녀인 엘리너는 신중한 성격으로 이 이야기를 이끄는 핵심 인물이다. 

메리앤은 이 이야기에서 파란만장한 감정 변화를 도맡는 역할을 맡고 있고,

루시는 영악한(?) 술책으로 자기가 원한 결혼을 낚아채는 여자다.


내가 순수한(?) 나이였다면 루시라는 인물에 대해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그 누구보다 신랄하게 욕바가지를 먹일 수 있었겠지만

가진 거 없고, 낮은 신분으로 자기가 거머쥘 수 있는 남자를 거머쥔 루시의 능력은 알아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이가 되었다.

<이성과 감성>에 나오는 남자들은 다들 신사인 듯 신사 아닌 신사 같은 남자들뿐이다.

윌러비까지도 좋은 남자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은 아마도 그 당시 이야기의 규칙인가 보다.

결국 모두가 해피엔딩인 이야기.

그러나 그 결과까지 가기가 쉽지 않았다는 사실.


롤러코스터를 타게 하는 감정 몰입이 대단한 작품이다.

게다가 마지막 반전 같은 쇼킹한 결혼 이야기는 막장도 그런 막장이 없다!

설명이나 묘사보다 인물들 간의 대화로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제인 오스틴의 필력이 읽을수록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번역으로 돌아온 <이성과 감성>은 결혼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어떤 사람과 사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는 걸 결혼도 안한 제인 오스틴은 어떻게 알았을까?

어쩜 결혼을 하지 않았기에 주변 인물들을 살피며 결혼에 대한 생각을 확고히 다졌던 게 아닐까 싶다.

그렇기에 결혼 대신 글을 썼는지도 모른다.

그 당시 여성들의 결혼, 유산상속에 대한 제인 오스틴의 신랄한 까발리기는 지금 읽어도 속이 시원하다.

그러니 당대 여성들에게 제인 오스틴의 작품은 그들의 대변인 역할을 했을 거 같다.








이 책의 특징을 말하자면

~답니다, ~거예요, ~이에요. 등으로 이루어진 구어체라서 마치 영드 "브리저튼"을 눈으로 읽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읽는 동안 제인 오스틴이 옆에서 재잘재잘 이야기를 읽어주는 느낌이 들어서 더 친근했다.


나는 이 이야기에 나오는 인물들을 보며 그다음에 나오는 작품 <오만과 편견>의 인물들과 오버랩됐다.

엘리너는 제인으로 주인공에서 조연으로 

메리엔은 엘리자베스로 조연에서 주인공으로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고.

루시는 샬럿으로 좀 더 업그레이드되어 품위를 지키는 것처럼 보인다.

제닝스 부인은 베넷 부인으로 수다와 오지랖이 늘어났다.

 


게다가 남자들은

에드워드는 빙리씨로 

브랜던은 다아시로 좀 더 강해진 '신사' 다워졌고

윌러비는 위컴으로 제대로 재수 없는 인간이 되었고

존은 콜린스씨로 좀 더 철면피가 되어 간 거 같다.


이건 오로지 나의 느낌으로 오스틴이 이렇게 인물들을 업그레이드 시켰는지는 알 수 없다^^


오래전 영화로 봤을 때는 이 이야기를 다 이해하지 못했고, 왜 이런 영화가 그런 게 많은 상을 받았는지 약간의 의문이 들었다.

그건 그 당시 나에게 영국의 이런 문화를 이해할 만한 배경지식이 없었다는 것과 왜 이렇게 결혼에 목매어야 하는지 이해도가 낮았기 때문이다.

다만 배우들의 연기가 좋았기 때문에 상을 받았을 거란 생각만 했다.


책을 읽고 나니 영화가 다시 보고 싶어졌다.

아마도 지금 영화를 본다면 좀 더 깊게 음미할 수 있을 거 같다.

원작의 인물들과 영화 속 인물들 느낌이 비슷해서 오래된 영화지만 잘 만든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제인 오스틴에 열광하는 사람들 심리를 잘 몰랐는데

이제는 알 거 같다.

이 수다스러운 이야기에 수많은 사회적 문제들이 고급스럽고 위트 있게 다뤄지고 있었다.


유산 상속에 대한 부당함도, 결혼을 재산과 지위를 위한 수단으로 밖에 생각하지 않는 것도

가진 자들의 위선과 인간관계의 모순점들을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까발림으로써 대리만족을 얻게 만든다.

지금 제인 오스틴이 한국에 살고 있다면 그녀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나는 그것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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